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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곰돌이 May 02. 2021

돌고 돌아 결국은 클래식(Classic)으로.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포기 못할 종이책의 매력.

"베스트셀러 읽다가~ 덮어도 돼~♪ 오디오북 듣다가 책 봐도 돼~♩"


조성석이 광고하는 <밀리의 서재> CM송 일부이다.

중독성 있는 가사와 사람들 귀를 혹하게 하는 가삿말이 매력적이다.

글자보다 스마트폰에 더 익숙한 사람들도 전자책에 오디오북이라는 소재를 더해 책을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잘 만든 서비스인 것 같다.




나는 일명 중독적 책 추종자이다.

새해 계획엔 항상 1주 1권, 1년 55권의 책 읽기가 포함되어 있고

책을 못 읽으면 강박적으로 책을 읽는 시간을 마련한다.

계획의 실천과 성공 여부를 떠나 내 주변에 항상 책이 보이도록 가방에도, 사무실 책상에도 그리고 집에도 책을 놓아둔다.


집에 있는 책장엔 책이 차고 넘쳐 더 이상 꽂을 장소가 없고, 

그런 선택받지 못한 책들은 바닥 한 구석에 한가득 쌓아놨다.

다 읽은 책들을 다시 읽진 않지만 그래도 버리지 못하고 항상 모아둔다.

카페에 가도 의미 없이 가려고 하지 않고 꼭 책을 읽으려고 책을 들고 간다.

회사 점심시간엔 혼자 자리에 앉아 또는 날씨가 좋은 날에는 밖으로 나가 야외에서 책을 읽는다.

회사에선 "점심에 책 읽는 분?"이라고 하면 다 알 정도이다.


이렇든 중독적 책 추종자인 내 손엔 항상 종이로 된 책이 쥐어져 있다.

하루는 회사 동료가 무거운 책 들고 다니기 힘들지 않냐며 요새 전자책이 잘 나온다고 이야기했지만 

솔직히 전자책은 책을 읽는 느낌이 들지 않아 선호하지 않는다.

물론 전자책 기술이 많이 발전해 책장을 넘기는 그래픽도 생기고, 책을 넘기는 소리도 들리고,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손이 잘 가지 않는다.


한때는 전자책을 읽어보려고도 했고,

밀리의 서재를 한 달 구독해 오디오북과 전자책을 읽으려고 노력해봤지만

도무지 책을 읽는 느낌이 들지 않아 구독 후 1권도 다 읽지 못했다.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전자책을 읽고 나면 눈의 피로감과 함께 책을 읽고도 무슨 내용인지 머릿속에서 잘 정리가 되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책에 관한 실험을 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다.

실험 내용은 전자책과 종이책을 읽고 두뇌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얼마나 머릿속에 남는지에 대한 실험이었다.

종이책을 읽은 그룹은 글의 내용을 쉽게 파악했으며 글을 읽고도 꽤 많은 양을 기억하면서 머릿속에 남아있었고, 전자책을 읽은 그룹은 글의 전반적인 내용을 마치 구멍이 송송 뚫린 톰과 제리의 치즈처럼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실험 결과 종이책을 읽은 그룹이 글의 내용을 전자책을 읽은 그룹보다 쉽게 파악했으며 논리적으로 잘 기억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내가 왜 전자 책보다 종이책을 더 선호했는지 과학적으로 와 닿게 되었다.

전자책을 읽고 머릿속에 글의 내용이 잘 남지 않으니 책을 읽은 것 같지 않은 것이 과학적 실험으로 증명된 것이다.

그리고 손으로 만져지는 종이의 질감을 포기할 수 없었다.


십 년 전부터 전자책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종이책이 점점 사라져 갈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분석이 있었지만,

그 분석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 종이책은 이전보다 더 잘 팔리고 있다는 통계 결과가 있다.


아무리 기술이 날고뛰어도 결국 도착점은 클래식(Classic)이었던 것이다.


아이패드 필기보다 직접 펜을 종이에 맞대어 쓰는 필기가 효율과 편의가 뛰어나듯이 

기술의 발전은 기술의 발전일 뿐 인류가 수세기 동안 지켜온 클래식은 감히 넘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가격, 성능, 편의를 뛰어넘는 클래식(Classic)만이 가진 특별한 감성은 그 어떤 기술도 침범할 수 없다.


나는 앞으로도 중독적 책 추종자로 살 것이며,

꾸준히 책을 살 것이며,

내 손엔 항상 전자책 보다 종이책이 쥐어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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