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8일 목요일
고등학생 때부터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새벽부터 시작하는 0교시 때문에 7시에는 스쿨버스를 타야 했고 늦어도 6시 반에는 일어나야 했다.
매일 게임하느라 밤늦게 잠에 들었고 자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보니 수업 시간에 조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그래서 잠을 좀 깨고자 학교에서 믹스 커피를 타서 마셨다.
지금처럼 카누와 같은 커피는 그때는 없었고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건 맥심뿐이었다.
커피를 마셔도 잠이 쏟아지는 건 마찬가지였고 잠을 이길수는 없었다.
믹스커피와 함께한 시간들은 점차 흘러갔다.
대학생 때 카페 문화가 급격하게 발달하기 시작했다.
하나 둘 생겨나던 카페는 어느새 궁동을 장악했고 공강 시간이나 심심한 날에는 카페를 찾아갔다.
그때 당시 카페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카라멜 마끼아또였고 너나 나나 모두 카라멜 마끼아또 아니면 라떼를 마시곤 했다.
아메리카노도 한 번 도전해 봤지만 쓴맛에 도저히 먹을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카라멜 마끼아또가 점령한 카페 제국은 점차 힘을 읽어가기 시작했고 하나 둘 아메리카노 독립군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마냥 쓰기만 했던 아메리카노는 자주 만나다 보니 친한 사이가 되고 있었고 어느새 쓴 커피 속에 고소함을 느끼게 되었다.
카페에서 책을 읽고 공부를 하는 등 오래 앉아 있는 것을 좋아했고 시간이 지나면 맛없어지는 라떼를 찾기 보다 식어도 고소한 맛과 깔끔함을 자랑하는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게 되었다.
그렇게 커피는 내 인생 속에 스며들었고 항상 곁에 있었다.
직장인이 되고 나서는 하루에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왠지 정신력이 흐리멍덩해지는 기분이 들어 매일 빼먹지 않고 마시고 있다.
잠을 깨기 위해 마시기 시작했던 커피는 이제 기호 식품을 넘어 나의 지친 마음과 체력을 회복시켜주는 소울 푸드가 되었다.
아메리카노의 은은한 고소함과 카페인이 몸에 들어왔을 때 정신이 번쩍 천둥이 치는 각성 효과의 기분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즐거움을 만들어준다.
특히 이탈리아에서 마셨던 에스프레소의 고소함과 진한 커피향이 입속에서 부드러운 폭풍이 되어 혀를 감쌌던 그 맛은 잊을 수 없는 최고의 커피를 마신 순간 중 하나이다.
하루에 두 잔, 세 잔을 마셨고 마지막 로마 공항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 일리(illy) 카페에서 투 샷으로 주문한 에스프레소는 이탈리아를 또 방문하게 할 좋은 명분이 되었다.
오늘은 아침에도 커피를 마시고 점심에도 커피를 마신 날이다.
가끔 커피 가격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커피를 포기할 수 없는 나의 마음은 꺾을 수 없다.
오늘도 내일도 나는 커피를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