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의 문을 '미시겠습니까?', '당기시겠습니까?'

'맛있는 녀석들'뚱4를추억하며

by 초곰돌이

"심리테스트를 해볼게요.

눈 한번 살짝 감아볼까요.

굶주린 배를 부여잡고 촬영장에 온 당신.

가장 늦게 들어오는 사람이 '한입만'이라는 영식이형의 한마디...!

가게로 뛰어 들어가는데!

그때!

눈앞에 마주한 운명의 문! 문을 딱 잡고 열려고 하는데!!

문에 쓰여있습니다.

'미세요', '당기세요' 자! 어떤 게 쓰여 있습니까?!"

"당기세요."

"미세요."

"미세요를 선택한 당신. 미나리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당기세요를 선택한 당신. 당귀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맛있는 녀석들> 232화 갑오징어 볶음에 나온 막뚱이 문세윤의 기막힌 심리테스트이다.

김준현은 당겨서 문을 연다고 했고, 김민경은 밀어서 문을 연다고 했다.

그리고 유민상은 자동문이라고 했다.

(이렇게 분위기를 깨는 건 20끼형의 주특기)


실제로 김준현은 미나리보다 당귀를 더 좋아한다고 이야기했고, 김민경은 미나리를 더 좋아한다고 이야기했으며, 유민상은 둘 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말 우연의 일치이지만 문세윤의 센스와 그 상황이 재미있고 그 센스에 인상 깊었다.

그래서 나중에 사람들을 만나면 꼭 한번 써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주변 사람들에게 '미세요', '당기세요' 심리테스트를 사용해봤다.

유쾌하고 근거 없는 심리테스트라 정확도는 높지 않았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반 이상의 정확도를 가졌다.


많은 사람들이 당기기보다 미는 것을 선택했으며, 씁쓸한 맛이 나는 당귀보다 향긋한 봄내음이 물씬 나는 미나리를 더 좋아했다.

이 '미세요', '당기세요' 엉터리 심리 테스트는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small talk로 안성맞춤이었다.




우리들은 살면서 수 없이 많은 문들과 마주하고 그 문을 연다.

'미시오, 당기시오, 버튼을 누르시오, 옆으로 여시오, 자동문입니다 등등등'

여는 방법도 가지각색인 문들을 열고 새로운 장소로 들어간다.


보통 문에 적혀있는 글은 '미시오.'와 '당기시오.'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냥 문을 밀고 들어가려고 한다.

'당기시오'라고 적혀있지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문을 밀고 들어가려다 막혀서 다시 당겨서 열고 들어가는 장면들을 수 없이 봐왔다.


'왜 사람들은 문에 적힌 문 여는 방법을 보지도 않고 막무가내로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일까?'

혼자 의문을 가져봤다.


문 앞에 손잡이를 잡으면서 손잡이 근처에 적힌 '미시오', '당기시오' 글자만 확인해도 다시 문을 여는 번거로움 없이 쉽게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막무가내로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고, 꼭 문 앞에서 손잡이를 잡기 전에 '미시오', '당기시오'를 확인하고 문을 여는 습관이 생겼다.


다시 확인하고 다시 여는 수고로움을 덜어내고 들뜬 마음으로 그 공간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문 넘어의 공간이 주는 분위기를 기분 좋게 마주하는 것이다.


그러면 좀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당기는 문인데 자꾸 문을 밀어서 문이 고장 날까 봐 걱정하는 주인의 걱정도 덜고, 문을 다시 확인하고 여는 사람의 수고로움도 덜고, 뒤를 따라오다 열리지 않는 문에 길이 막히는 뒷사람의 부딪힐 걱정도 더는 것이다.


문을 열고 새로운 장소로 들어가기 전, 잠시 문 앞에서 '쉼'의 여유를 가지는 것이다.

마치 새로운 장소를 마주하기 위한 의식처럼.


문을 열기 전 문에 쓰인 '미시오', '당기시오'를 한번 더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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