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바흐’와 ‘자클린의 눈물’과 ‘옥이 이모’와 이놈의 가을과 그리고 아내>
생각해 보니 ‘옥이 이모’ 드라마는 참 슬펐다. 음악이 흐르는 차 안에서 아내가 물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건 무엇? 망설이다 내가 답했다. 없어진다는 것. 하지만 그건 하나도 두려운 게 아니야. 그 정도의 강단이 내겐 있거든. 문제는 그 일이 누군가에게 깊은 슬픔을 주겠다는 거지. 가끔 그런 상상을 해. 누군가 내 옆에서 흐느끼는 모습을... “잘 가세요.”라는 말과 함께. 나도 지금은 윤곽조차 엷어진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했었거든. 몇 번의 그 순간은 언제든지 가슴을 찢었었지.
아내가 말했다. “점심 야무지게 챙겨 먹어요.” 이 말이 나올 때까지 침묵이 제법 길었다.
사무실에 오니 ‘베버’의 ‘클리리넷’이 또 흐른다. “젠장. 가을엔 이놈의 슬픈 곡들이라니....” 제법 큰 소리에 옆의 동료가 어리둥절해 고개를 돌렸다. “와 그라노?” “몰라. 밥이나 먹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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