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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민 Jun 17. 2024

연못가에서

이종민 그림


창가에 두면 부부 금슬이 좋아진다는 자귀나무의 유래. 만지면 잎을 오므리는 미모사를 닮은 자귀나무의 연분홍 꽃은 여리고 작은 열대 지방의 이름 모를 새를 연상시킨다.

그 아래에 핀 물칸나의 보라색 꽃에 끌리어 연못 가까이로 간다. 그러고 보니 물에서 피는 꽃에 보라색이 많다. 빨간색에 물을 타면 보라색으로 변하는 걸까? 잉크를 쓰던 시절의 어느 비 오는 날, 책갈피에 번졌던 푸른 잉크의 색을 떠올렸다.


문득 올라오는 비릿한 냄새. 얄궂게 눈에 드는 생명을 다한 잉어의 힘겨운 움직임. 배를 하늘쪽으로 하고 가쁜 숨을 몰아쉰다. 그 아래로 유유히 헤엄치는 힘찬 잉어들의 물살을 견디고 있는 늙은 잉어는 무슨 생각을 할까?


아~ 작은 연못은 갑자기 우주가 되고, 나는 하늘을 보고, 별을 만나고, 또 짧기도 한 삶에 대하여 생각한다. 물고기, 풀, 꽃. 그들은 모두 연못 속이었던가? 가끔 하늘을 보고 별을 만나기는 하였을까?


풍경을 보고, 사랑하는 사람과 옛 시절을 그리워 한 것은 다행일까? 집으로 와 그 모두를 그려본다. 아무리 물감을 풀어도 나의 그림에는 아직 하늘과 별은 없고. 죽어가는 잉어는 생각만 해도 무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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