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종민 Jun 17. 2024

연못가에서

이종민 그림


창가에 두면 부부 금슬이 좋아진다는 자귀나무의 유래. 만지면 잎을 오므리는 미모사를 닮은 자귀나무의 연분홍 꽃은 여리고 작은 열대 지방의 이름 모를 새를 연상시킨다.

그 아래에 핀 물칸나의 보라색 꽃에 끌리어 연못 가까이로 간다. 그러고 보니 물에서 피는 꽃에 보라색이 많다. 빨간색에 물을 타면 보라색으로 변하는 걸까? 잉크를 쓰던 시절의 어느 비 오는 날, 책갈피에 번졌던 푸른 잉크의 색을 떠올렸다.


문득 올라오는 비릿한 냄새. 얄궂게 눈에 드는 생명을 다한 잉어의 힘겨운 움직임. 배를 하늘쪽으로 하고 가쁜 숨을 몰아쉰다. 그 아래로 유유히 헤엄치는 힘찬 잉어들의 물살을 견디고 있는 늙은 잉어는 무슨 생각을 할까?


아~ 작은 연못은 갑자기 우주가 되고, 나는 하늘을 보고, 별을 만나고, 또 짧기도 한 삶에 대하여 생각한다. 물고기, 풀, 꽃. 그들은 모두 연못 속이었던가? 가끔 하늘을 보고 별을 만나기는 하였을까?


풍경을 보고, 사랑하는 사람과 옛 시절을 그리워 한 것은 다행일까? 집으로 와 그 모두를 그려본다. 아무리 물감을 풀어도 나의 그림에는 아직 하늘과 별은 없고. 죽어가는 잉어는 생각만 해도 무섭기만 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