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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민 Sep 13. 2021

다운타운에서 하는 생각

도시와 건축을 말하다


그림 / 이종민

 


부전도서관에 갈 일이 있었다. 마당의 벤치에 앉았는데, 옆에 있던 사람이 말한다. “이 건물이 우리나라에 있는 도서관 건축 중 가장 오래되었다 하네요.” 고개를 들어 둘러보니 옛 건축가의 노력과 정성이 보인다. 무척 빼어났던 건축임이 짐작되고, 세월을 잘 견뎌 왔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이곳에 한적한 2층의 도서관과 넓은 마당이 있다는 것에도 놀랐다. “땅값이 얼마인데.” 개발과 보존, 두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할 만하다.


경제학자와 건축학자의 말이 항상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갑작스러운 돌풍이나 폭우가 기상학자들을 곤란하게 하는 것과 같다고 할까? 건축의 미래 예측 또한 꽤 오리무중이다. 사회 현상들은 건축의 방향을 직간접으로 컨트롤한다. 예를 들어 인구와 결혼과 같은 것의 변화 추이는 주택 규모와 형태 변화를 주도한다. 최근 인구는 감소 국면이었고, 젊은이들이 결혼 연령을 늦추고 있었다. 나는 단위 주택의 소형화와 주거의 도심 집중을 예측하는 데에 주저하지 않았다. 그리고 주변의 근린 상권이 성황을 이루리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2년여의 펜데믹 시기를 겪으면서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사람들은 다운타운(도심)에 몰리지 않았고, 대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 통신을 비롯한 전자 문명은 재택근무와 홈스쿨링을 가능하게 만들고, 사람들은 의외로 잘 적응한다. 화상회의, 배달 문화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등 산업의 지형이 바뀌어 간다. ‘코로나 펜데믹’은 21세기의 블랙홀임에 틀림이 없다. 사회 전반에 걸쳐서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건축업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수주 물량이 감소하고, 건축의 용도 또한 변화를 보인다. 특히 도심의 건축은 더욱 민감하다. 백화점, 공연장의 쇠퇴와 대형 식당이 사라지고 있다. 그것들은 개념과 형태를 바꾸어 도심을 벗어나 교외로 떠난다. 그 자리에 마치 펜데믹의 불안에 대응하듯 철옹성 같은 개인의 공간들이 들어차고 있다. 그때마다 나는 도시의 미래 모습에 몸서리치곤 한다.


다시 말하여 사람들은 여러 가지의 이유로, 집단보다는 개별적 행동에 열중하게 되었다. 단란, 화합, 교제보다는 개인의 휴식과 레저에 집중한다. 눈여겨볼 것은, 다운타운에서 일어나던 행위들의 변화이다. 저녁때만 되면 삼삼오오 모여 즐기던 사람들이 복잡한 도심을 포기하고 교외로 떠나고 있다. 도심의 한계를 본 것은 아닐까?


이즈음에 부전도서관의 개발과 보존 논쟁은 더 깊이 고려되어야 타당하다고 본다. 단기적 경제나 상업지역, 주거지역 하는 낡은 도시계획의 관점이 아니라 건축과 땅의 본연의 가치와 개념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다운타운 건축의 개념 또한 바뀌어 나가고 있는 이 시점에, “도심이라고 하여 대형, 복합, 멀티 만이 해답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싶은 것이다.

건축과 땅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미래의 도시에 ‘다운타운’이란 말은 타당할 것인가? 그것은 지정학적 단어인가? 아니면 도시계획의 개념인가? 펜데믹 이후 도처에 변화가 일어남은 분명하다. 그에 맞추어 도심의 건축에 대한 예측 또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다운타운’이라는 말과 ‘부전도서관’이라는 장소의 가치를 곰곰 새겨볼 일이다.


예를 들어, 그 장소가 사람들에게 거기에 존재했던 히스토리와 현재의 나를 엮어주는 역할을 해 준다면? 그렇다면 공허한 도심을 벗어나 자연을 찾아가 재충전을 하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와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 가지 않을까? ‘다운타운’의 회복이며 이른바 도시 재생이다. 재생이란 오래된 것들을 먼저 염두에 두는 행위이다. “가자~ 다시 다운타운으로.” 사람들의 입에서 이 말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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