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퇴사 못 했다》 - Day 1 of the Loop
퇴사 통보는 보냈는데, 또 출근이다
감정 기록: 현실 부정
어제였다.
Google Calendar에 굵은 회색 블록을 하나 만들었다.
제목: Resignation Sent.
설명란엔 단 한 줄.
“Finally, I’m done.”
근데 오늘 아침, 캘린더엔 그 일정이 없다.
다시 알람이 울리고, 다시 월요일이고,
다시 팀 슬랙방엔 중국인 상사 윌슨의 냉랭한 To Do 리스트가 올라와 있다.
“Please prioritize the Audit PBC this week.”
심지어 지시자 크리스틴은 나한테 리폿 하는 내 아랫사람인데, 나보다 오래 일했다고 날 반쯤 투명인간 취급한다.
그녀는 윌슨이랑 단 둘이 점심도 따로 먹는다.
윌슨이 웃는 유일한 순간은 그녀가 말할 때뿐이다.
나는 6개월 차. 팀 내 유령. 이름은 팀 리스트에 있는데, 존재감은 없다.
내 밑으로 리포트하는 직원 둘이 더 있다. 도로시와 프랭크.
프랭크는 신입 사원이다.
도로시는 시니어 회계사다. 똑똑하고 성실하다. 근데 윌슨 눈밖에 났다.
크리스틴의 이간질 때문이었다. 같은 나라, 다른 줄.
그녀는 상사에게 보고서를 돌려서 보내고,
자기보다 상급자인 나는 회의 초대조차 하지 않는다.
나는 이름만 이인자다.
진짜 이인자는 회의 때마다 상사랑 미묘하게 눈을 맞추는 그녀다.
나는 자꾸 잊힌다.
심지어… 내가 어제 퇴사하겠다고 보낸 메일조차, 지워졌다.
퇴사 통보는 발신됐지만, 세상은 안 받았다.
“이건 루프다.”
단지 시간이 도는 게 아니라, 감정만 도는 루프.
월요일
월요일 아침, 알람보다 먼저 깼다.
시계 소리에 깨지 않았다.
사람 소리에 깨지 않았다.
단지 무언가가 “지금이 그때야” 하고 속삭였다.
그래서 눈을 떴다.
어제와 같고, 그저께와도 같고,
어쩌면 몇 년 전과도 똑같은
그 익숙한 무게.
자는 척 몇 분을 더 버텼다.
출근길엔 항상 같은 생각이 맴돈다.
“또 한 주가 시작됐네. 제길.”
하루가 시작된다
몸보다 먼저 무거운 건 마음이다
이불을 걷고,
세수 대신 얼굴만 적시고,
어제 입었던 바지를 다시 꺼낸다.
거울 속 나는 이미 피곤했다.
출근도 안 했는데.
카페인으로 위를 깨우고,
한숨으로 마음을 깨운다.
정류장에 서면, 같은 버스 같은 사람들.
다들 말이 없다.
아니, 다들 말이 너무 많아서 조용하다.
오늘도 그렇게 살아진다.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진다’는 기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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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의 Emotion Credit
〈출근 전의 나에게〉
하루가 시작되기 전
나는 이미 졌다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게
한 번의 숨을 크게 쉬었다
기억해, 너는 견딜 줄 아는 사람이라는 걸
그러니 오늘 하루쯤은
조금 무너져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