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삼백 원
* 1권 30화와 동일한 등장인물입니다.
“염팀장님. 연출팀은 무슨 회식을 스타 벅스에서 해요?"
대표님 비서팀의 효진씨다.
“회식? 우리가? 스타벅스? 아… 류부장님이구나?"
"네. 류부장님 대표님 방에 와서 한참을 떠들고 가던데요. 애니팀 회사 복지 너무 힙하다고."
류문주 부장이 며칠 전 스타벅스 기프티카드를 나누어 줬다. 공진 이사의 첫 아이 첫 돌 답례품이라는 부연 설명과 함께였다. 기프티카드를 나누어 주던 날 보다 훨씬 더 며칠 전, 돌잔치는 가족들끼리만 소박하게 할 거라고 했고 그러니 아무도 올 필요 없다며 한참을 떠들어댔다. 그래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류부장이 각 오 만원씩 걷어갔다. 모르면 몰랐지 알았는데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는 이유로. 그 돈으로 아기 선물을 사자고 했다. 그날 공이사는 부하 직원들과는 절대 공유하지 않는 대외활동으로 일찍 자리를 비웠고 류부장은 오후 시간 내내 첫돌 선물로 무엇이 좋을지 진지하게 인터넷 서치만 하다 칼퇴근했다.
류부장. 류문주씨는 선미가 입사하기 6개월여 전 이 회사에서 진행하는 게임 애니메이션의 컨셉이 막 잡혀갈 무렵, 먼저 입사한 다인씨와 미술팀의 정경호 팀장과의 합이 제법 착착 맞아 들어갈 때 즈음 입사했다. 다인씨는 염상호 팀장이 이전 극장판 애니메이션 제작팀에서 일할 때 이미 함께 해 본 경험이 있던 손이 빠른 애니메이터였고 정경호 팀장은 이번 작업에서 처음 만났는데 말로 하는 부연 설명 따위 필요 없는 그림으로 모든 걸 이야기해 주는 보기 드문 실력자였다. 염팀장은 이번 작업이 큰 스트레스 없이 꽤 좋은 흐름이 될지도 모른다는 안도감에 취했었고 그때 류문주씨가 나타났다.
"류문주씨. 서버에 있는 파일은 항상 복사해서 작업하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제가 몇 번을 말해요. 몇 번을!"
"..."
"이러면 파일이 꼬인다고요. 지금 류문주씨 때문에 제가 작업한 것도 다 날아갔고 프로그램팀에서 버그 잡은 것도 다 날아갔잖아요. 이거 어떡할 거예요?"
"... 다인씨, 그게 제가 좋은 카메라 연출이 생각이 나서..."
"네?! 연출은! 카메라는 콘티 작업 때 이야기 하자고 했잖아요. 아니, 그러는 거라고 몇 번을 설명해요! 메인 작업에서 그걸 왜 논의도 없이 손을 데냐고요! 그러니까 이게 순서가 있는 거라고도 이미 몇 번을 말했잖아요. 이거 지금 제가 지금 처음 말 아니죠? 그렇잖아요!"
이 무렵 다인은 담배를 다시 태워야겠다고 몇 번을 말했다. 염팀장은 다인이 지금까지 참아온 금연의 시간이 아까우니 그건 아니라고 극구 말렸다. 더군다나 그 이유가 류문주씨 때문이라니 말도 안 된다.
"왜? 문주야, 무슨 일이야?"
공이사가 나타났다. 류문주씨를 데려온 게 바로 저 공이사다.
류문주씨는 사진을 전공했다는 공이사와 대표님의 대학 동문 후배라고 했다. 이게 입사 이유의 다였다. 그동안 어떤 작업을 했는지 알려줄 그의 포트폴리오는 구경할 수 없었다. 말로만 대학원에서 영화 석사 학위까지 받은 유능한 인재라고만 했다. 애니메이션 작업에 새로운 시각을 가져다줄 참신한 인재라고도 했고. 그 누구도 그가 애니메이션 작업에 대해선 하나도 모를 거라는 말은 해주지 않았다. '제대로'라 아니라 '하나도'다. 그는 어도비 관련 포토샵, 영상제작툴도 다룰 줄 몰랐고 컴퓨터는 인터넷 서치 용도로만 사용하는 사람이었다. 다인은 류문주씨에 대해 공이사와 대표님에게 두 어번 건의한 적이 있다. 제대로 된 작업자를 뽑아줬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아니 최소한 염팀장님이 포트폴리오 정도는 확인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그래서 그들에게 들은 대답은... 우리 회사가 종합적인 영상 제작을 지향한다는 목표를 둔 이상 애니메이션에 국한되지 않은 더 넓은 시각을 가진 신선한 인재가 필요했고 거기에 류문주씨가 매우 적확하며 다인씨가 앞으로 배울 점이 많을 것이란 답변이었다. 다인은 이 답변을 염팀장에게 고스란히 옮기면서 다음과 같이 맺음 했다.
"염팀장님, 저는 공이사랑 대표님이 하는 말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이해가 안 돼!"
공이사는 참으로 약은 사람이다. 당장 작업에 필요한 일손에게 절대 싫은 소리는 하지 않는다. 그래야 일이 진행은 되니까. 그러면서 뒤로는 마구잡이 자기 멋대로 한다. 그래야 기분이 좋으니까. 염팀장은 공이사를 이렇게 생각했다. 지금도 봐라. 공식적으로는 자기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류문주씨와 다인씨 사이에 트러블이 생겼고 그 모습을 직접 봤는데도 절대 그 원인은 물어보지 않는다. 마땅히 톺아보아야 할 일일 텐데 그는 인간미를 가장한 미소를 두르고 외면한다. 아랫사람 일엔 관여하지 않는 쿨한 윗사람인척.
"문주야, 잠깐 나 좀 보자. 여러분 류문주씨 잠깐 데려갈게요. 수고."
공이사가 류문주 씨를 데려가자 다인이 기다렸다는 듯 투덜거린다.
"웬일이래요? 뭐 쇼핑 갈 일 있나?"
"다인씨 파일 많이 꼬였어?"
사실 염팀장도 팀장회의를 막 마치고 돌아온 터였다. 지난 며칠간의 류문주씨 전적으로 보았을 때 또 파일 몇 개를 날려 먹음이 분명하다.
"도르마무죠. 어제 열었던 모습 그대로 돌아갔어요. 오늘 며칠이에요? 혹시 제가 진짜 어제로 돌아온 건 아닐까요?"
"이런... 어제 작업물 잘 나왔었는데 그거 버그까지 잡아가면서 한 거지?"
다인은 쓴 약 삼킨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 진짜 뭘 삼켰는지 낯빛도 시커메 뵌다.
"저 언제까지 이래야 돼요? 팀장님 저 언제 팀장 돼요? 아니 이럴 거면 약속한 승진이라도 해 주던가. 그래서 신입 뽑은 거 아니냐고요."
"그건 기다려 봐야 알겠지만. 아마 곧 아닐까? 다인씨 말대로 팀장 되면 팀원 필요할 테니 류문주씨를 뽑은 걸 테고."
"아니에요. 저분은 아니야. 그런 게 아닌 것 같아요. 그냥 무언가 대표님이 류문주씨한테 약점 잡힌 것 같아요. 그러지 않고서야 저런 분을 뽑을 수가 없어. 말이 안 돼요."
염팀장은 다인이 하는 말을 들을 다른 팀 사람들의 눈치를 봤다. 구획 나누기용으로 있을 뿐인 파티션 너머엔 캐릭터디자인팀이며 프로그래밍팀 등등이 앉아 있었고 모두 조용히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염상호 팀장. 회사는 처음 입사 제안을 하면서 염상호에게 부장 자리를 제안했다. 염상호 팀장이 아닌 염상호 부장. 그것이 입사 확정을 짓고 몇 가지 조율하는 과정에서 말이 바뀌어 처음 잠시동안만 부장 말고 팀장으로 있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들은 '당분간'이라는 단서를 붙였고 염상호는 이를 수락했다. 당분간 팀장으로 지내다 회사 내부의 임원 시스템이 안정화되면 그때 부장 승진을 구두로 약속했다. 그간의 경험으로 미루어 봤을 때 '그 직위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작업 진행에 있어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이렇게 생각했다. 아마 '당분간'이라는 단어에 신뢰를 두어 속 편한 긍정회로를 돌린 거겠지. 아니면 '순수한 창작자'라는 이미지를 지키고 싶어서였는지도. 상호의 아내는 이를 두고 평소 여러 번 꾸짖었다. 그냥 사람 좋아 보이려는 가식일 뿐이라고 그러다 누군가에게 호구 잡힐 거라고. 그래도 상호는 '당분간'의 힘을 믿었다. 회사는 다인을 영입할 때 다인에게도 약속했기 때문이다. 염상호 팀장이 부장을 달면 다인은 팀장을 달게 될 거라고. 그러니 '당분간'만 사원으로 작업하면서 기다려 달라고. 물론 구두로.
"뭐야? 팀장님 효진씨한테 메시지 왔어요. 곧 사내 게시판에 공고 날 거라는데요."
"무슨 공고?"
염팀장은 '혹시?' 싶었다.
"아 그게요 팀장님... 무슨 승진 공고라는데요. 대표님 방에서 방금 결정 났다고."
염팀장은 마침내 '드디어!' 싶었다.
"미친. 류문주씨가 부장이래요. 류문주씨 부장승진 공고 올라왔어요."
'?' 염팀장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뭐예요? 왜? 어떻게 류문주씨가 부장인 건데? 무슨 수로?"
다인은 여느 때보다 더 거칠게 불만을 토로했다. 당장 대표님 방으로 뛰어들 기세다. 파티션 너머 타 부서 팀원들이 서둘러 다인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저 중에 한 명이라도 호주머니에 담배가 있다면 이번에 다인은 다시 담배를 태울지도 모르겠다. 염팀장님은 그럴 다인이 염려되었다. 그러면서도 쉬이 쫓아가보진 못 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의자에 털썩 앉아버렸다. 너무 풀려버린 자신의 다리에 스스로 놀라면서.
순수한 '작업자'. 평소 공진 이사가 염상호 팀장에게 자주 사용하던 단어다. 상호는 순수한 '창작자'라는 말을 더 선호했으나 꿩 대신 닭이라고 순수한 '작업자'라는 단어도 꽤 괜찮다고 합리화했다. 그리고 이제 와서 깨달았다. '창작자'니 '작업자'니 하는 말들은 하등 중요하지 않다. 공이사가 사용하는'순수한'과 염상호가 추구하는 '순수한'의 다름이 중요하다. 염상호의 '순수한'은 공이사에게 '만만한'으로 받아들여졌다.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할 수 있는 스무고개에서 꼭 손가락으로 푹 찍어 맛을 보는 단계까지 간다. 저기 똥이 걸어 들어오고 있다.
"다인씨는 어디 갔나? 안 보이네요."
류문주씨, 아니 이제부터 류문주 부장이다. 공이사는 안 보이는 것이 똥만 투척하고 퇴근했나 보다.
"아, 잠깐 바람 쐬러..."
염상호 팀장이 다인의 행방을 대신 말했다. 그리고 류문주 부장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사내 공고 확인했습니다. 부장님... 류문주 부장님 축하드립니다."
"하하하하, 제가 극구 거절 했는데 일이 이렇게 돼버렸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해 봐야죠. 우리 파이팅 해봅시다, 염팀장님."
부장이 된 문주는 염팀장의 어깨를 툭툭 쳤다. 염팀장은 다인이 이 자리에 없어 다행이다 싶었고 부장과 팀장의 연봉 차이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상기했으며 자신은 원래 사람 부리는 것보다 조용히 애니메이션 만드는 작업을 좋아한다는 것을 되새겼다. 더불어 자신보다 더 먼 곳으로 출근하느라 새벽같이 일어나야만 하는 아내가 그리웠고 일찍부터 유치원 갈 준비, 학교 갈 준비를 스스로 척척 해 내는 두 아들 딸들이 보고 싶어 졌다. 그러니 이런 일로 회사를 그만두느니 무의미한 축하 인사나 건네고 매월 월급이나 받자. 그래, 그거면 된 거다. '이까짓, 회사가 뭐라고.' 적절한 노동을 제공하고 그에 상응하는 현금만 받아가면 된다. 여긴 그냥 등가교환의 현장일 뿐. 며칠 후, 다인도 비슷한 말을 했다. 아직 갚아야 할 학자금 대출이 한참 남았고 지금 살고 있는 집 월세와 생활비가 필요하며 얼마 전 겨우 시작해 본 취미 생활 때문에라도 일단은 군소리 없이 다니겠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 부서 사람들은 기대했다. 평소 다인은 할 말은 하고야 마는 성격이었으니 큰 소리가 나올 것을 기대했고 조용한 사람이 화나면 무섭다는 속설을 적용해도 될 만큼 화날만한 염팀장님은 조용한 사람이었으니 그가 무서운 모습을 보일 거라 기대했다. 그러다 보면 둘 중 한 명은 그만 둘지도 모른다고 조마조마해했다. 그리고 결국... 누군가 그만뒀다. 부장이란 그런 자리였던 거다. 연출팀만이 아닌 캐릭터디자인팀, 미술팀, 3D모델링팀 등 다른 모든 팀에 간섭할 수 있었고 그는 그 모든 팀에 콘티와 작업 알고리즘을 철저히 무시한 지시를 내렸다. 새로운 비전과 최신 유행이라는 단어를 마구 들먹이면서.
"부장님 이런 식이면 일정에 못 맞춥니다."
"왜요? 그냥 이렇게도 한 번 더 해보자는 거죠. 좋은 아이디어가 떠 올랐으면 적용해 보고 A안 B안 준비해서 결과물을 선택해야죠. 그리고 지금은 이게 유행이라니까요. 최신 트렌드가 반영돼야 보는 이의 눈길을 단박에 사로잡을 수 있다니까요. 전문용어로 훅, 훅! 정팀장님 훅이 뭔지는 아시죠? 훅."
"류부장님!"
퇴사자는 모두가 기대했던 애니메이션 연출팀이 아닌 미술팀에서 나왔다. 온 사무실을 쩌렁쩌렁 울리며 정경호 미술팀 팀장이 퇴사 의사를 밝혔다. 다인이 팀원 보충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요구해 정경호 팀장으로부터 권선미씨의 포트폴리오를 넘겨받았던 날에 벌어진 일이었다.
"염팀장님, 캐릭터 디자인 팀에 희령님 아시죠?"
잠시 커피 타임을 가지고 돌아온 선미가 염팀장에게 희령을 아느냐 물었다. 어찌어찌 꾹 참고 버텨내 작업해 낸 게임의 베타테스트를 앞둔 시점이었다. 야근의 연속이었고 매일매일 보완할 점이 발견되었다. 그래도 완성된 영상을 보면 어렴풋한 뿌듯함이 모락모락 느껴졌다.
"희령이? 알지. 왜?"
"방금 만나고 왔는데 우리 사표 양식 어느 서버에서 다운로드하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진짜?"
다인도 선미가 전해 준 캐디팀 희령의 퇴사 소식에 화들짝 놀랐다. 동시에 납득도 했고.
"네 언니. 저번에 류부장님이 희령님 캐릭터 디자인 시안 뽑을 때 아예 옆에 앉아 있었잖아요. 그러면서 손가락이 어쩌고 가슴이 어쩌고 다리가 어쩌고 허리가 어쩌고 얼굴이 어쩌고 계속 참견했잖아요. 그때 엄청 스트레스였나 봐요. 며칠을 끙끙 앓더니 결국 그만두기로 결론 냈데요."
"아... 그러면 희령이 어디 갈 데는 정했데?"
"저도 아직 그건 못 물어봤어요."
"팀장님, 선미씨. 레벨 1에서 2 넘어갈 때 아직도 움직임 튕기는데요. 이거 단순 버그가 아닌가 봐요. 애니메이팅 체크 다시 해봐야 되겠는데."
어수선한 가운데 할 일만큼은 꾸준히 하고 있었다. 오로지 등가교환만 생각하면서.
"오늘도 야근해야 하는 거죠?"
"뭐, 그렇지."
"팀장님 며칠을 못 들어갔죠? 3일 됐나?"
"음... 4일."
"아 토 나온다."
"류부장님은... 저렇게 안 보이다가 8시쯤 되면 퇴근한다고 찍으러 오는 거죠?"
"응, 그 인간 그렇게 근무 외 수당 챙겨가잖아. 저녁 간식비도 챙기고. 거지, 거지 상거지."
다인은 가장 싫어하는 기생충을 본 것처럼 인상을 썼다. 그때 류부장이 후다닥 들어왔는데, 선미는 처음 봤다. 류부장이 사무실내에서 저리 재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그리고 처음 들었다.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것을.
"권선미씨, 왜 콘티대로 안 한 거야?!"
"네?"
"우리 스페셜 보너스 영상 말이야. 왜 콘티를 무시했냐고!!"
"아니, 그건 부장님이… 지시를..."
"어떤 지시가 내려와도 작업자가 직접 다른 팀과 크로스 체크를 해서 맞춰보고 진행을 했어야지. 아직 학생이야? 아마추어야? 당신 돈 받고 일하는 사람이잖아!"
류부장의 큰 소리에 선미의 얼굴이 빨개졌다. 류부장의 얼굴도 빨갰고. 선미의 얼굴은 백 프로 갑작스러운 큰소리에 의한 당황, 짜증, 분노 그리고 창피함 때문이었고 류부장의 얼굴은 술기운 때문이었다. 그는 근처에서 지인과 술을 마시고 있다가 대표님의 전화 호출을 받고 원래 오려던 시간보다 더 이르게 회사로 돌아온 터였다. 출시일이 다가올수록 대표님은 점점 예민해져 갔고 작업에 차질이 생기면 그 짜증은 오롯이 류부장을 향했다. 사랑하는 후배는 짜증내기에도 용이한 가 보다. 공이사는 하던 대로 중간에서 사라졌고.
"대표님이 이것 때문에 화가 얼마나 난 줄 알아요? 콘티대로 안 가니까 다음 영상이랑 컷 연결이 하나도 안 되잖아."
다인이 병가를 낸 적이 있었다. 그날따라 염팀장은 외부 업체와의 협업으로 자리를 비웠고. 류부장은 이때다 싶었는지 선미에게 기존 콘티가 마음에 안 든다며 자신이 머릿속에 구상한 것으로 작업할 것을 요구했다. 선미는 그것이 선미를 향한 날 선 비난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니 그게 그러니까요. 제가 분명히 콘티 설명을 했었고 그런데 부장님이 스페셜이니까 스페셜해야 한다고 여기 옆에 딱 앉아서 저한테 지시를."
"아니 선미씨는 그럼 내가 죽으라고 하면 죽을 거야?"
"아니 부장님 선미씨한테 무슨 말을 그렇게 심하게 하세요!"
류부장의 뻔뻔함에 기가 찬 다인이 선미를 위해 나섰다. 지지난주에는 콘티를 무시한 류부장의 지시를 무시하고 제작한 시안 영상이 꽤나 호평을 들었다. 류부장은 누구보다 앞장서 그 콘티를 자기가 짰다며 거짓을 말했다. 콘티의 주인은 염팀장이라는 걸 그 자리에 있던 다인도 알고 선미도 알고 공이사도 알고 다른 팀장님들까지 모두 다 알고 있었는데. 그리고 그 누구보다 염팀장 본인이 알고 있는데 바로 그 앞에서 자기가 했다고 거짓을 고한 거다. 그때도 참느라 힘들었는데... 지금의 뻔뻔함은 그때보다 사악하다. 사악한 만큼 물불을 안 가린다.
"됐고. 선미씨는 다른 것보다 이번 거 수정부터 해요. 내일까지."
"네?"
"책임을 져야지 책임을!"
"아니 그 책임을 왜 선미씨가 져요?"
"그럼 누가 져? 다인씨가 할 거야?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잖아! 대표님이 책임지고 내일까지 수정해 놓으라고 했다고! 그러니까 수정해요, 당장!"
다인의 말문이 턱 막혔다. 그만둬야 한다. 이런 회사 그만둬야 한다. 이 문장만이 머리에 꽉 찼다. 저 사람은 머리가 나쁠 뿐만 아니라 못됐다. 못돼 처먹은 사람이다.
"시, 싫습니다. 저 내일까지... 수정 못 합니다."
"뭐요?"
다인의 말문이 막힌 사이 선미가 더듬더듬 말했다. 류부장의 지시를 따를 수 없다고. 아니 따르기 싫다고.
"저 부장님의 부당한 지시 따를 수 없습니다. 일단 저의... 제 체력이 감당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요. 또 이미 법으로 정해진 근무시간 초과해서 근무하는 것도 참고... 아니 참아내고... 아니 그러니까 법적으로 일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까지 일하고 있는 건데요 저희가 이미."
"허, 선미씨 말 다 했어요?"
"아... 네? 그게 네."
"선미씨, 지금 그거 말도 안 되는 소린 거 알죠? 프로젝트입니다, 프로젝트! 우리는 정해진 기간 내에 프로젝트를 완수하기로 계약된 그런 사이란 말입니다. 우리가 그러라고 월급을 주는 거라고요. 그리고 우리가 무슨 월급만 줘? 그거 말고도 이것저것 챙겨주잖아. 이거 공이사님이 알아봐 얼마나 실망이 크겠어!"
"여... 여기서 공이사님이 왜?"
"아니 몰라? 우리 진이형이, 공이사님이 당신들 얼마나 챙겨줘. 지난번에 회식으로 그 난리를 쳤는데도 아무 말 안 하고 넘어갔지. 이번에 돌잔치했을 때도 선물 고맙다고 답례품 챙겨줬지. 그런데 그 고마움도 모르고 이렇게들 뻔뻔하게 나올 거야? 프로의식! 프로의식이란 걸 가져야죠!"
적반하장. 선미의 머릿속에 이 사자성어가 꽉 찼다. 안타깝게도 한문으로 쓸 줄은 모르지만 말이다.
"이거 공이사님 귀에 들어가면 당신들 그 뒷감당 어떻게 하려고 그래? 다 내가 중간에서 커버쳐 주는 거라고!"
선미는 이제 아득해져만 갔다. 류부장이 하는 소리가 도통 이해가 안 간다. 정말 모든 게 이해가 안 간다.
"그렇다면 할 수 없죠..."
선미는 조용히 자신의 지갑을 열었다. 지금까지 매번 말대답은 따박따박하면서도 작업만큼은 스케줄 내에 딱딱 맞추는 다인 언니가 대단해 보였고 묵묵히 류부장이 뚫어낸 구멍을 메꿔내고야 마는 염팀장님이 존경스러웠다. 그러나 선미 자신은 그들처럼 할 수 없을 것 같다. 여기까지. 더는 안 되겠다.
"이거 제가 받았던 스타벅스 카드입니다."
"뭐야? 이게 뭐?"
"저는 그냥 이런 거 다 필요 없습니다. 그래서 돌려드립니다."
선미는 자신의 가방을 챙기고 천천히 서랍을 열어 C스트코 장바구니를 꺼냈다. 엄청 큰 쇼핑백. 그 백 안에 책상 위에 있던 자신의 필기구와 '브레드 이발소' 피규어 또 가끔 걸치는 카디건을 챙겼다. 서랍에 있던 자질구레한 소품과 두꺼운 애니메이션, 프로그램 관련 책들도 챙겼다. 동시에 컴퓨터 하드에 얼마 안 있는 자신의 개인 파일을 휴지통에 담고 삭제했으며 사무실에서만 신던 C록스를 챙기고 평소 신는 운동화로 갈아 신었다. 하나도 빠짐 없이 C스트코 백 안에 담겼다. 저 C스트코 백은 언제부터 서랍에 있었던 걸까.
"사표는 집에 가서 제대로 작성해 제출하겠습니다. 지금은 빨리 가고 싶네요."
다인은 처음 보는 선미의 모습이 백분 이해가 갔다. 결코 한 순간에 욱해서 벌이는 일이 아닌 상당히 오랜 기간 고민했을 행동.
"권선미씨, 지금 이거 도망가는 거야?"
류부장이 으름장을 놨다.
"부장님, 부장님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저는 다 상관없습니다."
류부장이 이번엔 선미를 붙잡으려 손을 뻗는다.
"부장님, 그만하세요. 선미씨는 어서 가 보고."
이때 염팀장이 류부장의 손을 막아 섰다.
"뭐야? 염팀장 지금 뭐 하는 거야?"
"음... 다인씨 우리도 이만 퇴근할까?"
"네?"
"우리도 퇴근 하자. 가자 집에. 회사 참 뭣 같다."
선미의 돌발 행동에 염팀장의 돌발행동도 더해졌다.
"아니 뭐 하는 거야? 지금 우리 할 일이 산더미라고. 당장 영상 수정은 누가 할 건데?"
"글쎄요. 아마 제가 하겠죠?"
염팀장이 대답했다.
"그런데 안 하고 어딜 가냐고?!"
"해야죠. 하는데 지금은 퇴근하고 내일 근무 시간에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부장님은 계속 계세요. 어디 할 수 있으면 부장님이 직접 해보시던가."
다인은 선미의 돌방행동은 어느 정도 예상해 왔었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몇 번을 조마조마했는지 모른다. 그때마다 먼저 나서서 큰 소리 내가며 진정시켜 왔는데 염팀장님의 돌방행동은 전혀 예상밖의 일이다.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모습. 그래서 더 염팀장님의 지시에 따라야겠다.
"다인씨 우리 당분간 6시 칼퇴하자."
"진짜요?"
"응. 내가 그렇게 하겠다고 말할게. 류부장은 무시해."
염팀장님이 또 한다면 하는 사람이긴 하지. 그걸 잘 안 해서 그렇지.
세 사람은 나란히 양재동 밤 길을 걷고 있었다. 선미는 제법 부피가 돼 보이는 C스트코백을 홀가분하게 들었다.
"선미씨는 내일 하루 연차 내는 걸로 하자. 사표는 내일 하루만 더 생각해 봐."
"아, 저 실은..."
선미의 고해성사가 시작되었는데 그 내용은 현재 다른 회사 포트폴리오를 제출하고 있다는 거였다. 아직 이직할 회사가 정해지진 않았고 오늘도 다음 기회에 함께 해보자는 이메일만 받았고. 그러나 확정만 되면 당장 옮기고 싶다는 말을 했다. 이걸 두 분께 이제 말씀드려 죄송하다고.
"어머, 선미씨 나 눈치채고 있었어."
"에? 어떻게요?"
"에이, 업무 시간에 전화 오는 거 보면 대충 눈치 빤한 거지. 그걸 왜 몰라."
"아니... 그럼 언니 저한테 말하지 그랬어요. 저는 그것도 모르고 미안해서."
"그게 무슨 잘못한 일이라고 말을 하고 말고 해. 다 자기 살 길 찾아 그렇게 가는 거지."
"그래요. 선미씨 우리야 어쩌다 코 꿰인 거지만 선미씨까지 그럴 필요 없어. 갈 수 있을 때 가."
"아, 팀장님... 다인 언니..."
"잘 됐지 머, 짐 미리 뺀 걸로 하고 더 열심히 면접 보러 다녀. 팀장님이 우리 야근도 하지 말자고 했으니까. 맞죠? 책임지는 거죠?"
"그래! 나도 더 이상은 못 해 먹겠다."
염팀장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웃었다. 공이사가 생색냈다던 스타벅스 카드도 회사 법인 카드로 산 거면서. 아마 류부장 아이디어였겠지. 그걸 또 대단한 은혜 입은 것처럼 말하다니. 알고 보면 그 인간이 가장 불쌍한 인간이다.
"팀장님, 팀장님. 왜 혼자 웃어요? 같이 웃어요."
"아, 아무것도 아니야."
스타벅스 카드에 관해선 나중에 말해줘야겠다. 지금은 빨리 집에 돌아가 가족이 보고 싶을 뿐이다.
"나는 여기서 버스 탈께. 집에 빨리 가고 싶다."
"아, 진짜요? 제가 오늘 맥주 쏘려고 했는데."
"언니가 왜요? 쏴도 제가 쏴야죠."
"아... 그게... 나도 이렇게 시간이 날 줄 몰랐어서. 오늘도 꼼짝없이 야근 하는 줄 알았지."
다인이 활짝 웃는다. 회사에선 보기 힘든 기분 좋은 미소다.
"왜요? 언니 무슨 좋은 일 생겼어요?"
"아... 그게 나 오늘자로 학자금 대출 완납했어."
"진짜요?"
"응!"
큰 빚을 덜었으니 다인도 안정적인 마음으로 이직할 준비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야, 다인씨 축하해!"
"그래서 이렇게 된 거 겸사겸사 비싼 건 못 사도 간단하게 치맥이라도 쏘려고 했는데 할 수 없죠. 염팀장님은 얼른 들어가 보세요. 선미씨는 괜찮지?"
"네! 그럼요!"
마침 염팀장님을 집으로 데려다줄 버스가 정차했다.
"그럼 내가 내일 점심 살게. 다인씨 먹고 싶은 걸로 다 말 해. 다 사 줄게."
"어? 팀장님 저는 내일 휴간 데요."
"하하하하, 내일 말고 모레 사주세요. 선미씨 다시 출근할 건가 봐요."
"아, 하하. 그래. 그래."
염팀장은 버스에 타자마자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내에게 오랜만에 치맥 어떠냐고 물었고 아내는 웬일이냐며 생뚱맞아하더니 치맥은 됐고 족발을 먹자고 했다. 자신이 시켜놓겠다며 얼른 오기나 하라고. 아내는 자신을 가장 순수하게 바라보지 않는 자이다. 그것만르로도 긴장이 풀렸다.
"그런데 선미씨, 그 스타벅스카드 말이야."
"네."
단 둘이 남은 다인과 선미는 근처 'KK부 치킨'으로 향했다.
"오늘 우리 점심때 쓰지 않았어? 내 거 어제 썼고 오늘 선미씨 거 쓴 거잖아. 점심에 샌드위치랑 이것저것 먹으면서."
"음... 네. 그랬죠?"
"그럼 거의 다 쓴 거 준거네?"
"네. 그 안에 300원 남았어요."
"300원?"
"네."
"와, 그거 나중에 류부장 그 인간이 뭐라고 하면 어쩌려고?"
선미는 왼손에 들고 있던 C스트코백을 오른손으로 옮겨 들며 말했다.
"그 카드 잔액을 확인해 볼 일이 있을까요? 왜? 자기가 쓰려고?"
"응?"
"아니, 그렇잖아요. 카드 잔액을 류부장 그 사람이 확인한다고 해서 저한테 따질 수도 없을 걸요. 그 액수를 안다는 건 어딘가 찍어 보거나 등록을 했다는 소린데 그러면 자기가 사용하려고 했다는 거잖아요. 물론 진상 중에 상진상, 거지 중에 상거지라 그럴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 사람 이상한 허세 이미지는 엄청 챙기지 않아요? 뭐 삼백 원 남았다고 따지고 들면 그건 그거대로 모양 빠지는 일이니까."
"하긴 그 인간이 그렇긴 하다."
“그리고… 저는 솔직히.”
“솔직히 뭐?”
“… 한때 같이 일했던 사람으로서 적어도 삼백원 어치만큼의 자존심은 가지고 있는거면 좋겠어요. 양심 말고 자존심.”
“아… 자존심…”
다인은 저도 모르게 선미의 말을 따라 말했다. 자존심, 최소한의 자존심. 최소 삼백원어치의 쪽팔리지 않을 자존심.
"그리고 이거 언니만 알고 계세요."
"뭐?"
선미는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대로변에서 괜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다인에게 속삭였다.
"그 카드 법인카드로 산거래요."
"뭐어?!"
"저도 참 말 옮기기 창피해서... 오늘 그만둔 희령님이 비서팀에 효진님한테 들은 거라고 말해 준 건데요. 류부장 그 사람이 법인카드로 스타벅스에서 왕창 썼다고."
"와아!"
"너무 창피해요. 그걸 공이사님이 준 답례품이라고 속이다니."
"선미씨 나는 눈물이 난다. 눈물이 나."
두 사람은 시원한 맥주를 들이켰고 맛있는 닭다리를 씹었다.
"선미씨 고마워. 이게 다 선미씨 덕분이야."
"네? 뭐가요? 제가 뭘 했는데요?"
다인은 하마터면 빚청산의 기쁨을 못 누릴 뻔했다. 다인 인생에 큰 숙제를 해결했음에도 쓸데없는 인간들에 치여 마땅히 즐겨야 할 축하를 못 받을 뻔한 거다. 세상이 그대를 속이려 들지라도, 아무리 고단하게 만들려 할지라도 찰나에 지나치는 기쁨의 순간을 그냥 흘려보내진 않으리.
그 날밤부터 다인도 홀가분하게 이직할 회사를 알아봤다. 정팀장님에게도 곧 그만둘 거란 소식을 알렸고.
Epilogue.
"염팀장님, 여기에요. 여기"
염상호가 아내와 두 아이를 데리고 다인과 경호에게 인사를 한다.
"다인씨, 우리 또 보네. 잘 지냈지?"
"네, 그럼요. 와 너네가 염팀장님 주니어들이구나. 안녕, 안녕, 안녕하세요."
다인은 일전에 염팀장님의 아내분을 뵌 적이 있다. 정경호 팀장과 함께.
"다인씨, 경호씨. 내가 두 사람이 사귀는 걸 보게 될 줄이야. 다시 봐도 놀랍다니까. 나는 정말 상상도 못 했어."
"염상호, 너 자꾸 그런다. 내 눈에는 잘 어울리기만 하고만."
"그렇죠? 언니 염팀장님은 자꾸 어색하다고만 해요."
"할 수 없죠, 형수님. 저희가 워낙 신비로운 사람들이라서."
"와, 오빠는 알면 알수록 참 말을 잘 해."
선미는 좋은 조건으로 이직했다. 다인도 욕심만큼은 아니지만 결국 다른 회사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
"아 이제 염부장님이라고 불러야 하는데. 팀장님이 입에 붙어버렸나 봐요."
류부장은 해고 됐다. 싸움이 났다. 류부장의 일처리에 반발한 프로그램팀 엔지니어가 류부장을 때렸다. 그것도 맨 정신으로. 대표님은 엔지니어와 류부장 두 사람 중 한 사람의 손을 들어줘야만 했고 짧은 고민 끝에 결국 엔지니어의 손을 들어줬다. 류부장의 손은 놔 버린 거다. 이걸 짧은 말로 손절이라고 부른다지. 류부장과 대표님, 도대체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사연이 있었길래 대표님이 류부장을 끌어안았던 건지 그건 영영 알기 어려운 일이 돼 버렸다. 공진이사는 어느 날부터 회사에 안 나왔다고 한다. 해고된 건지 스스로 사표를 낸 건지는 아무도 모른다. 물론 대표님만큼은 알고 있겠지. 그러나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다. 그저 그가 사라진 것에 만족했다.
그리고 오늘은 선미씨의 결혼식이다.
"와아! 선미씨 축하해!"
"축하해요."
"축하합니다!
"축하해요, 축하해!"
우르르 신부대기실로 향했다.
"와, 염팀장님, 언니, 정팀장님. 그리고 도 염팀장님 사모님, 주니어들 모두모두 이렇게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당연히 와야지. 오늘 너무 예쁘다."
으리으리한 호텔 결혼식은 아니었고 작은 교외의 어느 회관에서 치르는 식이다. 이 마을은 선미씨가 나고 자란 고향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가, 결혼식이 마치 온 마을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마을 축제 같다. 모든 호칭이 이모, 고모, 삼촌이다.
"그런데 밖에서 혹시 류부장님이나 공이사님 못 봤어요?"
"그 인간들? 못 봤는데 왜? 그 사람들 회사 그만두고 연락해 본 적이 없어서. 염팀장님은 아세요?
"나? 나도 모르지. 왜 무슨 일 있어?"
"아니, 카톡에 뜨길래 제가 그 사람들한테 청첩장 보냈었거든요."
"진짜?"
"정확하게는 모바일 청첩장 말고 그냥 '저 결혼합니다' 이미지랑 '계좌번호 이미지'랑 또 복붙 하기 편하라고 계좌번호만 따로 톡으로 써서 보냈죠."
"어머 정말?“
“잘했다. 선미씨 잘했어. 너무 잘했다."
모든 신부는 아름답지만 선미씨는 유독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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