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제자리걸음
이번 주는 장마와 폭염으로 면역력도 떨어지고 스트레스받는 일도 많았으며 스스로에게 잘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들려주지 않아서 불안에 의해 흔들렸다. 스트레스로 디저트를 계속 먹어서인지 몸무게도 다시 불어나고 있고, 수면패턴도 엉망인 모습에 속상했고, 운동도 매일 하던 전과는 다르게 열정이 식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몇 달 전에 겪은 무너져있다고 확신하던 순간의 상태보다는 훨씬 좋아졌다. 감정이 흔들리더라도 삶 자체를 가동할 수 없었던 게 당연해진 0의 상태보다는 나아졌다. 그러니 더더욱 0의 상태의 정의를 수면과 식습관과 운동이 정해져 감정이 흔들려도 행동하는데 큰 무리 없도록 자동화될 수 있게 바꾸자는 의지는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더 큰 변화를 해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제자리의 상태를 즐길 수 없었다. 지금의 제자리가 몇 달 전의 제자리라는 절망 속에서의 상태보다 훨씬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내가 받은 상처에 대한 영향력이 현재의 나에게도 계속 적용되는 일인지 헷갈려했다. 그래서 새로운 변화 속으로 몸을 던져야 한다는 행동력이 필요한 시점으로 떨어진 지금의 나는 온전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렇기에 변화의 길목에서 생각만 길어지고 행동하지 않는 자신을 계속해서 탓하다 보니 자동화되었던 최소한의 시스템도 서서히 힘을 잃어갔다. 정해진 것들 외에는 누워서 다시 고민만 하는 시간대로 돌아와 버렸다.
성장의 사이클 내에서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그 전과는 새로운 시선으로 앞을 바라보고 있다는 믿음이 필요했다. 변화되지 않은 자신은 새로운 사이클의 시작에 서있을 뿐이지 게으르고 나태해서 망설이고 있는 게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러한 자신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성장하는 것이 믿음을 더욱 확신할 수 있게 만드는 지름길이라는 생각도 더욱 강해졌기에 지금의 상태를 꾸밈없이 작성하고 있다.
또한, 과거의 기억이 재생될까 봐 그 상처를 파헤치며 다시 꿰매놓은 흉터를 칼로 쑤시는 행위를 하고 있었던 것도 같다. 상처가 아문 상태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지금의 나의 정체기가 정당화되지 못할까 봐 두려워했던 것일까? 아니면 몸과 마음을 쏟다가 새롭게 파일수밖에 없는 상처를 과거의 상처와 구분하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웠던 것일까?
어느 쪽이든 새로운 시작을 망설이는 이유는 같은 종류의 상처를 겪고서 같은 구간에서 무너지는 내 모습을 마주하는 게 두려웠던 것은 확실했다. 그 순간에서 이성과 감정이 둘 다 다치지 않고 버텨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흐려져있었다.
그래서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길의 끝은 어디일까 고민해 보게 되었다. 걷고 있는 길에 대한 정의는 감정이 담긴 낭만을 이성과 함께 현실화시키며 즐기는 삶을 누리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이 과정 속에 나는 너무 많은 돈에 가치를 두지 않고 있었다.
이성이 감정을 믿고 그에게 자리를 내어주면 그는 위기의 순간에 나를 지키기 위해 방어해 줄 것이다. 이성이 자리를 내어줬기에 그를 이성의 영역으로 넘겨서 비난할 이유가 없어진다. 그렇기에 이성은 감정이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걸리는 것 없이 이 길의 결승선을 통과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이 상태에서 만들어낸 결과물은 레이스가 끝나서 쌓인 돈에 허무해하지 않을 것 같다. 따라서, 레이스 이후에도 돈이 아니라 그 행위 자체에 집중하여 즐길 수 있는 다른 종류의 새로운 경기장으로 몸과 마음을 던져 즐기면서 사는 삶을 다시 누릴 수 있다는 희망도 준다.
분명, 어떤 길을 가던지 내가 겪은 좌절의 고난의 연속일 것이다. 어쩌면 그 임계점을 더 뛰어넘는 고난이 올 수도 있다. 운이 따라준다면 그 고난 속에서도 뛰쳐나가지 않고 어떻게든 그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끈기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그 하루의 운을 받은 이유이자 목적일 것이다.
그 하루의 끝을 어떻게든 마무리했다면 스스로가 다독여주고, 안아주는 시간과 챙겨주는 시간으로 그 하루의 데미지가 다음날을 향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음날의 자신을 믿기 위해서이다. 그렇게 마무리한 후 일찍 잠을 청해서 힘들었던 하루의 연결성을 다음날과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이걸 알지 못해서 힘들었기도 했다.
그렇게 맞이한 새로운 하루는 과거와 상관없이 현재 상태에 결백하여 이성을 온전히 다시 믿을 수 있게 해주는 힘이 되어준다. 온갖 안 좋은 일이 찾아와도 어제의 안 좋은 좌절 속에서 나를 다독여주고 맛있는 것을 먹이고 잠들었던 시간들이 다음 안 좋은 날 속에서 스스로를 믿고 버티게 해주는 힘이 되어줄 수 있다.
그러니, 나도 나와 있는 시간들 속에서 나를 더 믿고 안아줄 수 있도록 현재의 상태를 즐기고 불안해하지 않고 이후의 아픔 속에서 중심을 잡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는 기회의 시간으로 생각하고 믿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이번 주의 불안은 이렇게 사라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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