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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대는 걸음

by 훈자까

일렁이는, 따스한 물풍선 같은 날씨를

지이익 하며 살포시 찢고 난입한

그렇게 차갑지 않은 바람.


겨울와 가을 사이에서

노을을 닮은, 포슬한 그 낙엽들

황금손들을 주춧둘 삼아


어느 이는

과거를 대견스레 토닥이고

현재를 뜨겁게, 노을을 한낮으로 되돌리며

미래로 도약


붕 뜬 이를 바라보는 또 다른 이는


그저 바스락거려 깨지고

미온한 하늘에도 어깨가 녹아내리며

작은 약동 한 번에 온 바닥, 그늘을 다 쓸어


발자국 조차 무의미해진

그럼에도 휘청여도 아무런 변화가 없는 지금과

표정을 관망해야하고, 해야만 하는 누군가라서


그저 누런 빗자루에 쓸리는 황금빛의 먼지

부스러기 잔해가 되어


하하, 애석하게도

휘청거리던 걸음, 방금 전을 뿌듯하게.

무음으로 설파하는

바람도 업지 못 하는


무명이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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