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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자까 Nov 04. 2024

밤하늘의 이카루스

상공을 향한 동경

 감정 담긴 열매의 소화와 스스로의 환기가 끝나면 맑고 경쾌한 것들이 북받쳐 오르기 시작한다. 숨 죽이며 흘러가던 시간에 비상하고 싶은 욕구가 자라난다. 나만의 통찰로 새긴 더 높은 상공을 향해서 말이다.


 나의 배경은 밤하늘이었고, 항상 감수성이 맺혀서 낙하하는 근원이 궁금했다, 바로 저 별 말이다. 감정이 맺히지 않을 때는 한 줌의 빛이 들지 않아 사리분간을 할 수 없는 이곳을 나는 안다. 밝혀지지 않을 뿐, 수많은 별들이 저 천장에 숨어있다는 것을. 어느 특정한 위치의 별을 지목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지금보다 더 높은 곳으로 비행하고 싶은 원초적이고도 순수한 욕구가 가득해진다.


 지금의 위치에서 고도를 높이지 못하고 횡보하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또 한 번의 빛나는 열매가 맺힌다. 나의 세상은 같은 눈높이를 바라보지 못하게, 더 높은 곳으로 고개를 들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러면 다시 어둑함은 지워지고 빛무리가 하늘을 감싸 안는다. 그렇게 형성의 끝에 다다른 열매는 그 무게를 버티지 못해 떨어지고, 나에게 우울을. 바깥을 향한 감수성을 전달해 준다.



 본디 이카루스는 미궁을 탈출하여 낮시간의 하늘에 동경을 가진 인물이다. 과욕이 앞서 안타까운 결말을 맞이하였지만, 밤시간의 나는 어떤 모습을 가질 수 있을까.


 일단 미궁은 마음의 감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스스로를 옥죄어 자기 자신을 가둔 장소일 것이다. 편안함과 나태함에 중독되어 창살을 짓거나, 현실에 굴복하여 갇힐 수도 있겠다. 설사 지금 비행을 하고 있다고 해도, 언제 또 커다란 새장을 머리 위로 주문할지 모른다.


 결국엔 무릅쓰고 탈출하여 밀랍이 아닌 별빛으로 날개를 만든다. 눈망울에 담기는 빛에는 반짝거림이 가득하다. 다행스럽게도 이 공간에서 태양은 등을 돌렸다. 신화 속 이카루스를 죽음에 다다르게 한 초월적인 무언가가 말이다.


 대신에 찬란한 달이 존재한다. 마음을 비추는 달은 바로 나 자신이다. 수많은 별들의 찰나의 반짝임을 성공적으로 결집시킨, 먼 미래에서 지켜보는 내 모습일 것이다. 열망과 동경으로 생성된 행동들의 걸작품으로 보인다.


 끝끝내 다다르지도 못할 수 있는 미래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만 볼 수는 없기에 끊임없이 상공을 위한 별빛을 갈구한다. 저 달빛을 현재의 모습에 투영은 하되, 결국에는 투과해야 될 존재라는 생각을 머금는다. 보통 하나의 목적을 설정할 때, 목표치보다 더 높게 잡는 것처럼 말이다.




 해와 밀랍이 없기에 날개가 사라질 걱정은 없다. 그러나 열매가 긴 시간 동안 맺히지 않아 굶주림에 지칠까 걱정이 된다. 그러다 횡보에도 미치지 못하고 고저가 낮아지는, 낙하와 비슷한 상황에 놓이는 것 또한 암담할 것이다. 결국에는 차가운 철책이 다시 나를 에워쌀 모습을 상상하니 아픈 눈물이 난다.


 이러한 공포감에 밤하늘 거리의 소년은 더욱 신체를 단련하리라 결심한다. 높은 곳은 환경적인 압박이 더욱 이 심할 것이고, 도착할 것을 확신하니까 말이다. 지금껏 해왔던 행동들을 점검하고 직면한 고통을 감내한다. 그리고 정신이 다시 말끔해진다. 다시금 날개를 견고하게 붙잡고, 어떤 높이에서든 자적할 수 있는 이상을 다듬는다.


 저 하늘에 관찰되지 않은 별이 반짝인다. 번도 빛이 들지 않았던 신비한 곳에서의 반짝임에 새로운 열정이 고개를 든다. 그렇게 이카루스는 또 한 번, 밤하늘 상공을 향해서 날개를 펄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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