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훈자까 Nov 05. 2024

언제나 별을 그린다

그립고 생각나는

 호기심 가득히 더 높은 곳으로 향하던 소년은 문득 생각에 잠겼다. 매번 감정을 내려주는 저 별은 어떻게 탄생한 것일까. 평소에는 어둠 속에 숨어서 보이지 않는다고 한들, 시작부터 존재한 것은 아닐 테니까 말이다. 단순한 의문은 커다란 궁금증이 되어 날갯짓을 멈추게 했다. 그러고 밤하늘 구름을 소파로 삼아 안착했다.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것을 보고는, 주위의 별들은 기특하다는 듯 그를 더욱 반짝이게 하였다.




 나에게 밤하늘은 노을이 지고 찾아왔다. 어릴 적 노을을 똑 닮은 사람을 뵌 적이 있었다. 아직 공허만이 존재했던 내 세상은 드리운 노을빛에 감복했었고, 그분처럼 되고자 했다. 세상이 뭉근한 노을이라면, 누군가 나를 바라보기만 해도 따뜻하지 않겠는가.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나는 찰나의 황혼만 피워낼 수 있을 뿐, 근본적으로 세상을 노을로 덮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장막처럼 펼쳐진 밤하늘이 나의 개성이었으니까. 어둡지만 잔잔하고, 고독하지만 끝을 모르는 하늘을 동경하는 저 소년처럼 말이다.


 그래서 빛을 들이기 위해 별을 만들어냈다. 온 세상을 밝힐 수는 없으니 검은 액자에 색보석을 주렁주렁 매달아 두기로 했다. 그리고 별은 나에게 동경의 대상 그 자체였다.


 동경, 말만으로 마음 곳곳에서 차오르는 느낌이다. 닮고 싶다고 한들 만들어 낼 수 없는 노을이기에, 동경하는 이의 무해한 부분을 나만의 느낌으로 조각하고자 했다. 그리고 정성껏 깎아둔 조각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자리를 잡아 별이 되었다. 나에게 감수성을 내려주는 고마운 존재로 말이다.




 갓 성인이 되어 아직 어수룩한 티를 대부분 벗지 못했을 때, 한 미디어를 시청한 적이 있었다. 일반인 남녀 간의 청춘 프로그램이었는데, 나는 출연자들을 보고 눈을 반짝였다. 각자만의 개성과 여유를 지니고 소신이 갖춰진 생활을 일상에서 누리는 게 너무나도 신기했고, 부러웠었다. 그러다 그들의 나이를 알게 됐을 때는 걱정과 두려움이 앞섰다.


 몇 년 뒤의 내가 저들처럼 이상적인 삶을 살 수가 있을까. 물론 네모난 미디어에서 비추는 일상이 보편적인 현실과는 먼 거리감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노력해보고자 했다. 내가 바라는 각각의 지향점들을 갖춘 저들을 보고, 그 자리에서 낙담하는 것이 아닌 나를 바꾸고자 했다.


 아마 그때 처음으로 별이 나타났을 것이다. 단지 낙천적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단순한 재미와 쾌락에만 물들었던 나 자신은 처음으로 펄럭이고자 했다. 깊게 새겨진 이상향에 완벽히 도달하지는 못해도, 편린에라도 닿고자 했다. 그리고 이조차도 나에겐 몹시 두근거리는 비행이었다.




 이후로 나는 본격적으로 조각가의 삶을 살기로 했다. 먼저 나에게 무해한 이들을 판별하는 눈을 길렀고, 그들에게 친밀하게 다가가고 싶었다. 친구가 되었을 때는 무척 기뻤고, 만날 때마다 배울 수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해했다.


 또한 크기가 작아도 별똥별이 되어 마음에 내리게 했다. 가령 치즈를 두른 고양이가 나비의 날갯짓을 흠모하여 따라다니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무해하고 아름답고, 마음이 녹아내리지 않는가. 짧은 찰나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목적이 필요 없는 웃음을 배시시 지을 수 있었다. 동산에 별똥별이 내리는 순간을 목격하여 호기심이 가득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서글한 날개를 품은 소년은 상상만으로도 행복함이 채워지는 순간이었다. 별을 만들게 해 준 그들은 나에게 정말로, 소중한 존재들이었다. 동경이라는 말처럼, 매번 생각이 나고 그리움이 묻어났다.


 차오른 마음으로 풍경에 다시 눈짓을 흘렸다. 오늘은 거리가 더욱 정겨워 보이는 착각이 드는 듯하다.


 


이전 04화 밤하늘의 이카루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