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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 Mar 21. 2024

직장인의 끝은 무엇일까요

여섯번째 이야기

피드백[FEEDBACK] : 행동이나 반응을 그 결과를 참고로 하여 수정하고 더욱 적절한 것으로 해 가는 방법

 

 지금 시각 10시 50분. 회의 시작 10분 전. 안 팀장 쪽을 슬쩍 본다. 여전히 같은 분위기로 컴퓨터를 주시하고 있다. 결국 어떠한 답을 찾지 못한 나는 변수에 대비할 시나리오 4개를 머릿속에 적어놓고 자리에 일어났다. 무거운 쇳덩이 같은 몸에 커피라는 윤활유를 한번 바르고 나니 조금 움직이기 편해졌다. 심호흡을 하고 눈에 보이는 아직 나의 것이 아닌 노트북을 들고 움직였다.

 미팅룸이라고 적힌 팻말은 언제나 문을 열 때 흔들거렸고 그 흔들림의 유난스러움이 오늘따라 거슬렸다. 먼저 앉아서 노트북을 열고 피드백받을 파일을 보면서 카톡 아이콘에 'N'이 떠있는 걸 봤다. 마침, 회의 시작과 준비에 사잇시간. 이 틈 속에서 난 종종 숨을 쉰다. 마음의 여유가 드러난 지금, 풀어진 마음과 내 의식보다 재빠르게 마우스 커서를 움직였다. 카톡 아이콘 위에 올려 확인하려는 순간 미팅룸 문이 열렸고 열리고 닫혔을 때 울리는 '철컥' 소리에 나는 다시 큰 숨을 들이마셨다.

 문이 닫히고 이전에 제출한 보고서가 출력되어 있었고 뭔지 모르겠지만 수많은 체크와 끝부분들이 접혀있었다. 공간은 바뀌었지만 표정은 바뀌지 않은 안 팀장은 의자를 빼고 앉았다.


" 박 대리, 잠깐만 나 메일 하나만 보내고. "


라는 말을 듣고 바로 대답했다.


" 네. "


 공간 속 짧은 말 외에 타자 치는 소리로 공간은 채워졌고 생각보다 별 다를 것이 없었던 안 팀장의 말투는 별일 없을 거라는 내 생각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뒤에 들려오는 한 음절인가 두 음절인가 하는 낱말들에게 가려졌다.


" 하아..."


 이 말과 함께 안 팀장은 노트북을 덮으면서 쓰고 있던 안경을 빼고 옆에 내려놨다. 그리곤 머리를 팔에 괴곤 내 보고서를 한 손으로 쓰윽 쓰윽 넘긴다. 그 넘기는 행위는 그 어떠한 사람의 온도를 느낄 수 없었다. 단지 어떻게 말해야 지금의 자신의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있는 그대로를 전달해 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 박 대리, 내가 기대하는 거 알고 있지? 요즘 잘하고 있어. 그런데......."


 '그런데' 이후에 나오는 약 20여 분간의 안 팀장의 말은 이러하다. 팀장이다가도 인생 선배이다가도 회사에서 중간의 입장까지 신경 써야 하는 한 사람이 보는 '나'였다. 머리로 이해되는 부분과 이해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지만 난 시선을 자연히 아래로 두었다. 그리고 여러 번 말했다.


"죄송합니다. 다음에 좀 더 신경 쓰겠습니다.", "네, 팀장님 이해했습니다.", "네, 조정하겠습니다.", "네.", "아니요." "맞습니다."


한결같은 대답이 잦았던 나를 보며 안 팀장이 좀 더 감정적으로 이야기했다.


"내가 나 좋으려고 이런말 한 게 아니야. 내가 어제 대표님이랑 통화를........"


 그리고 이어진 이야기는 내가 얼마나 더 회사를 위해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며, 작은 센스를 위해 글자 크기 12와 14의 차이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는지 등등. 회사를 생각했던 나의 생각은 단순한 아집(我執)에 불과했다. 가끔 들려오는 나의 소문들은 칭찬이란 달콤함을 입은 음성일 뿐이었다.


"그래, 그럼 오늘 4시까지 다시 제출하고 이따 회식할지는 내가 대표님께 여쭤보고 다시 알려줄게. 정리하고 나와."


 안 팀장이 급하게 나가는 걸 보니 중요한 바이어 전화인가 보다. 미팅 시간에 무슨말을 들었는지, 내어깨는 왜 움추려져 있는 건지. 나의 부족함으로 오는 열등감과 동시에 안 팀장이 직접 디렉팅 줬던 것이 틀리다며 나를 다그쳤을 때 억울함이 막 몰려온다.

그래도 다행이다. 지금 시각 11시 50분 미팅은 끝나고 점심시간이 시작되려는 사잇시간. 나는 한껏 들이마셨던 숨을 내뱉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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