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이야기
환승(換丞) : 여객이 한 교통수단에서 다른 교통수단으로 갈아타는 행위
공항철도 서울역에서 다른 서울 지하철까지의 환승거리는 까마득히 멀다. 환승을 하기 위해 가는 길에 사람들 보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나 또한 가는 길에 최대한 주변에 대한 정보를 차단하며 핸드폰만을 본다. 핸드폰이 약간 질릴 때쯤 앞을 보면 출근길 속 밝은 이를 보게 되는데 그들은 나와 방향이 다르다. 캐리어와 목 베개는 그들의 설렘을 표현하기에 충분했다.
4호선 충무로역에 내린 기나긴 지하철 여행을 끝내는 신호인 버스카드를 개찰구에 찍으며 '출근지 도착'이라는 신호음이 내게 출근의 끝이 얼마 안 남음을 알려준다. 다른 역도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충무로역은 자주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가 멈춰있다. 에스컬레이터가 멈춰있어서 모두 걸어 올라갈 때는 어색함을 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그리고 길고 긴 지하 속에서 지상으로 나와 나를 반기는 건 따스한 햇살이 아닌 차가운 칼바람이었다. 올라가는 길에 토스트와 어묵을 파는 곳이 있는데 항상 아침을 잘 안 챙겨 먹는 나로서는 냄새를 맡으며 고민을 하다가 냄새만 먹고 그냥 지나친다.
출구에서 회사까지는 약 10 ~ 15분 정도 걸린다. 그 길을 걸어갈 때마다 루틴처럼 노래를 고른다. 노래에 따라 인쇄소가 많은 충무로는 그 어느 곳 보다 치열한 삶의 터전 같아 보이기도 하고 근처 동국대학교가 있기 때문에 좀 더 에너지가 넘치는 거리 같아 보이기도 한다.
회사 건물에 거의 다 도착했을 때 다시 난 보고서의 평가 및 회식의 여부가 불현듯 떠오르며 숨을 한번 가다듬고 건물로 들어간다. 오늘도 나는 하루 수많은 감정에 노출될 것이다. 경우 따라서 오래된 파란색 파티션이 여러 눈초리로부터 나를 막아주는 방패가 되기도 할 것이다. 그런 나를 위해 미리 힘주고 들어간다.
회사는 6층이고 여러 회사가 함께 쓰다 보니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도 늦을 때가 있다 그래서 난 여차하면 계단으로 간다. 회사가 많이 입주해 있는 건물 계단에는 왜 계단을 오를 때마다 몇 칼로리가 줄어드는지를 설명해 주는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그런 걸 보면서 계단으로 올라는 나를 위해주긴 한다. 6층 601호/602호는 6층에서도 구석에 있다. 불투명 유리문과 마주했을 때 나의 왔음을 알리는 지문체크를 하고 문이 열리며 인사한다.
"안녕하십니까."
인사는 음성 자체만으로 스스로를 모두에게 닿았다. 그 음성의 톤은 침묵을 관통하여 사람들에게 전달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되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침묵뿐이다. 보통 '네', 혹은 '예 왔어요'라는 반응을 해주셨었다. 자리로 천천히 가면서 먼저 온 동기의 눈동자를 살폈지만 알 길이 없었다. 그냥 조용히 앉아 출근 시작부터 추리를 시작해야 했다.
'뭐지, 사무실 분위기 왜 이래. 또 안 팀장님 주식 떨어진 건가? 아니면 뭐지 보고서 때문인가?'
여러 추측을 해가며 컴퓨터를 켰다. 오늘따라 컴퓨터 펜 소음은 아침의 지하철 들어오는 소리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 오늘 하루는 눈으로 대화할 일이 많아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