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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 Feb 13. 2024

직장인의 끝은 무엇일까요

두 번째 이야기

 오랫동안 열고 닫은 집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누른 채 핸드폰을 본다. 핸드폰은 볼 때 꼭 의미가 있지 않다. 굳이 이유가 있다면 없다는 게 이유인 것 같다. 방대한 정보 속에서 유유자적하게 떠돌아다닐 때쯤 엘리베이터 도착음이 들렸다.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순간에도 핸드폰을 보고 내려서야 앞을 보며 걸어갔다. 차로 가는 길에 문득 떠올랐던 건 핸드폰을 필요해서 샀는데 정작 필요한 순간보다 있어서 보게 되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


 오늘따라 추워진 날씨에 종종걸음으로 차로 뛰어갔다. 추운 손을 비비며, 시동을 걸고 히터와 핸들 열선을 켰다. 출발 전에 빠질 수 없는 노래는 그날의 기분에 맞춰 고른다. 하지만 출근길이라는 변수가 발라드를 들을까 하다가도 신나는 노래나 적당히 리듬감 있는 노래를 선택하게 만든다. 그래야 출근했을 때 마주칠 침묵으로부터 이겨낼 수 있으니깐


 출근길 중 계양역까지 가는 길은 언제나 일희일노(一喜一怒)하게 된다. 어젠 분명히 차가 별로 안 막혀서 거의 20분 만에 왔는데 오늘따라 더 일찍 나왔음에도 늦게 도착할 것 같은 불안은 날 초조하게 만든다. 괜스레 늦을 때만 보이는 건 초록불에서 빨간불로 바뀌는 순간이다. 빨리 가려고 속도를 내면 신호 단속 카메라와 신호등이 나를 붙잡는다. 이건 마치, 뭘 더 잘하려고 할수록 실수가 많았던 이전에 '나'같아 보여 그냥 싫은 게 더 싫어지는 날이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계양역 공영주차장에서는 눈치게임이 한참이다. 딱 봐도 자리가 없는데 굳이 들어가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나가는 차를 찾는다. 예전 같으면 나도 그 게임에 동참했지만, 지금은 조금 멀리 세워놓고 뛰어가는 게 훨씬 결과가 좋았다.


 차를 세워놓고 핸드폰으로 시간을 봤을 때, 5분 남짓 남은 것을 보고는 문을 가방을 들고 빠르게 내려서 뛰어갔다. 그러면 꼭 5번 중 2번은 뭘 두고간다. 오늘은 에어팟인데 다른 것이었으면 포기했을 텐데 에어팟 없는 지하철은 상상하기 싫었다.


 누구보다 빠르게 문을 열고 에어팟을 집고 다시 도는데 30초면 충분했다. 지나가는 사람이 보면 뭐 저리 절실하게 뛰냐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그 순간 개의치 않고 최대한 뛴다.


 개찰구에서 카드를 찍고 들어가는 순간 공항철도가 들어오는 노랫소리는 나를 부르는 마지막 목소리였고 그 목소리에 응답하듯 좀 더 빠르게 올라갔다. 눈앞에 문이 열렸을 때 옷장에 가득 찬 옷들처럼 삐져나와있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빠르게 파악해야 했다.

 이 순간을 매번 겪은 건 아니지만 지난 경험을 미루어 생각했을 때 어차피 서서 가야 했기 때문에 좌석이 없는 노약자석이 있는 쪽이 여유로웠다.


 자연스럽게 꼬리를 물고 들어가 공항철도 안으로 딱 들어간 후 문이 닫혔다. 문이 닫힌 소리는 미쳐 날뛰는 내 심장을 진정시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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