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제 Mar 10. 2024

직장인의 끝은 무엇일까요

다섯 번째 이야기

 침묵은 질문에 따라 긍정과 부정을 표현한다. 화요일 아침의 안팀장님의 침묵을 분석해 나가기엔 화요일 아침의 난 여유롭지 못하다. 모두가 월급을 받으며 직장에 다니는 직원인데, 상사가 왜 그러는지까지 헤아리고 있다. 뭐, 때론 경험에 의해 왜 그런지를 알게 되었을 때 내게 도움이 될 때도 있다. 하지만 과하면 오지랖이라고 하고 안 하면 눈치 없다는 사회 속에서 오늘도 난 중도를 지키며 내 일을 하고자 내 수족인 키보드와 마우스에 내 진짜 손을 올려놓는다. 


 오전 기본 업무를 다하고 약간의 틈이 생겼을 때 그때서야 생각이 났다. 침묵을 갖고 있는 안팀장님과의 미팅이 있기에 오늘은 정말 오지랖도 눈치 없는 팀원도 아닌 나를 위해 생각해야만 했다. 그리곤 침묵에 대한 몇 가지 가설을 세워봤다.

 

  첫 번째는 대표님의 호출이다. 대표님은 종종 팀장님을 찾아 광고 예산 및 성과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목소리는 격양되시지 않지만 조용하게 사람을 짓누른다.  회사를 다닐 때 압박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우리 회사는 유독 팀장급 이상과 임원, 대표 간의 미팅이 잦다. 그 과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 것이다. 가끔 팀원 회식 때마다 이 이야기가 나오곤 하는데, 절대 비밀이라고 하신다. 
 

 두 번째는 주식이다. 코로나 이전 많은 수익률을 보셨고 그래서 가끔 점심도 적지 않게 많이 사주셨다. 밥 먹고 적지 않게 주식해 보라고 권유도 많이 해주시고 나도 그 사이에서 재미를 쏠쏠이 봤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적지 않은 돈이 물려있었다. 추가로 진행한 여러 투자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탈출하려 했지만, 그런 그의 몸부림이 더욱 깊게 주식에 빠지는 모습처럼 보였다. 그날의 장의 색상이 기분을 대신 말해주고 있다.


 세 번째는 그냥 이유가 없다. 내가 평가받을 항목이 있으니 좀 더 눈치를 보는 것 일수도 있다. 인사를 안 한 건 즐겨보시는 주식장의 흡입력이 내 인사 정도의 소음은 가뿐히 쳐낼 수 있다. 


 그리고, 네 번째는 무엇이 있었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내가 팀장님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고 있었구나 싶다가도 불현듯 생각한다.

' 나도 내가 하는 행동과 기분에 대해서 생각해 주는 사람은 있나? 그럼, 나라도 내가 왜 그랬는지 생
각한 적이 있었나? ' 


  의식의 흐름을 너무 흐르는 대로 두었다. 글로 늘어놓았기 때문에 많게 보이지 사실 몇 초이다. 무엇보다 이런 내 생각의 흐름을 막는 건 가만히만 앉아있어도 된다. 전화 들어오는 소리, 메신저 뜨는 화면, 메일 들어왔다는 알림 창, 복합기 A4 용지 채우는 소리, 탕비실 쪽 커피 내리는 소리, 거래처와 전화하는 목소리가 오감을 막는다. 


 공간이 개인에게 주는 영향이 지대한만큼 왜 회사가 재택보다 내근을 지향하는지 이해만 하고 커피를 먹고 싶어 커피를 뽑으러 갔다. 커피가 추출되는 소리를 멍하게 들으며 이 소리를 카페에서 어중간한 오전 10시 30분에 듣고 있는 나를 상상했다. 잠깐이나마 몸은 바깥을 다녀왔고 슬슬 미팅 준비를 한다. 


과연, 다가오는 미팅 시간에 진행되는 러시안룰렛에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전 04화 직장인의 끝은 무엇일까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