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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 Feb 16. 2024

직장인의 끝은 무엇일까요

세 번째 이야기

 아침 공항철도를 타면서 출근하는 길을 보면 다양한 사람이 있다. 노래를 들으면서 리듬을 타거나 인스타 속 밈과 글들을 보면서 지극히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한다. 무엇보다 귓속에 꽂혀있는 칸막이들은 그 좁은 공간을 나만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준다. 암묵적인 매너와 경계 속에서 애매하게 서있는 나는 최대한 손을 눈높이까지 들고 핸드폰을 열심히 응시한다.


 이전에는 책도 보려고 했고 가끔 책도 봤지만 그것도 회사 일이 내가 감당 할 정도의 업무 스트레스가 있을 때이다. 스트레스나 긴장도가 높을 때는 정말 아무것도 아무 생각도 안 하기 싫어진다. 가는 중에라도 내 생각을 비워내야 나의 행동과 무관한 의견들을 받아들일 공간이 생긴다.

  최소한 오늘은 내 생각을 할 수 있는 날이다. 내가 좋아하는 공항철도 구간인 강과 강을 이어주는 철교를 지나칠 때부터 조심스럽게 머릿속 생각의 문을 연다. 어떤 것들이 있나 찾아보던 나는 제출한 보고서에 대한 평가와 엊그제 웃으며 지나치듯 이야기한 대표님의 한마디 '회식하시죠? 주임님 온 지도 꽤 되었는데?' 정도였다.


 생각은 왜 꼬리에 꼬리를 무는걸까? 무엇이 그렇게 생각을 하고 고민을 만드는지 모르겠다. 그냥 일이고 못하면 혼나고 회식하면 하면 되는 것인데 작은 여러가지의 생각들이 물 밀듯 밀려오는 불어난 하천물 같다. 흙으로 계속 퍼 나르면서 둑을 쌓는 기분 것처럼, 쌓일 듯쌓이지 않은 그 둑을 만들려고 머릿속에서 출근하기도 전에 바보같이 일한다. 이따 어차피 결과에 따라 둑을 쌓더라도 무너질 것인데 말이다.


 다시 돌아와 의식적으로 하지 않으려는 나와 무의적으로 하는 나를 보면서 그 간극을 마주하는 일이 스스로를 부정하는 건 아닌지 땅굴을 파기 시작한다. 생각의 깊어지면서 사색 아닌 늪(아집)으로 다다를 때쯤 방송이 울린다.


"띠리리 리잉 (공항철도 노래) 다음 정거장은 이 열차의 종착역인 서울역, 서울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방송은 다시 날 현재 꺼내주었고 정신 차려보니 문이 열린다. 서울역에서 4호선까지는 꽤 걸리며 특히, 공항철도에서 지하철까지의 거리가 많이 멀기 때문에 반드시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


물론 교통약자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나의 시간을 3 ~ 4분을 단축해 주기 때문에 소중했다. 혹시나 나와 같이 이런 사람들로 관련 시설 이용에 어려움을 느끼셨던 분들이 계시다면 이번 계기로 죄송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다.


 늦게나마 엘리베이터 쪽으로 뛰었지만 아쉽게도 이미 위치선정과 예리한 시선으로 전 전거장부터 내릴 사람들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빠르게 그 앞을 차지했다.


이렇듯 잠깐이라도 한눈파는 사이에 나의 것을 쉽게 뺏기기도 하고 그 찰나를 기회로 삼아 내 것으로 만드는 곳, 이곳이 서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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