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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 Feb 13. 2024

직장인의 끝은 무엇일까요

첫번째 이야기

 2020년 11월 아침, 세상 밖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흘러갔다. 바깥 경비아저씨가 분리수거 장소를 정리할 때의 소음, 주차장에서 차가 나올 때 발생하는 경고음, 쓰레기 차가 후진 할 때 나는 소리까지도 똑같았다.


 어릴 때 공부할 때 집중되라고 한 파란색 벽지가 오늘 새벽녘을 더욱이 푸르게 보이게 한다. 뭉그적 눈을 비비며 휴대전화를 찾다가 바닥에 떨어진 휴대전화를 보면서 탄식과 함께 비스듬히 발은 침대 위에 두고 팔을 쭈욱 뻗어 집고는 충전기에 꼽는다.


"하, 충전 하나도 안 됐어."


 충전기를 꽂자마자 바로 켜지지 않은 아이폰을 기다리다 지친 나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출근 준비를 한다. 화장실에서 준비하고 있으면 부모님이 나가는 소리가 들렸고 다 씻고 나오면 집엔 나 혼자 덩그러니 있었다.


나오는 순간의 적막을 깨는 건 방바닥을 걷는 내 발걸음 소리뿐이었다. 이런 적막과 조용한 소음은 좀처럼 적응이 되지 않는다


 출근 준비랄 것도 없이 난 정장을 입었다. 누군가는 불편하다, 딱딱하다고 하는데 내겐 옷에 대한 고민을 덜어주는 아주 효율적인 아이템이었다. 셔츠를 입고 바지 속에 넣을 때마다 운동해야겠다는 내 다짐을 다시 한번 더 생각나게 해 준다.


 나는 공항철도까지는 차를 타고 가야 했고 그다음 내려서 공항철도를 거쳐 충무로역에 가야 했다. 한낱 사회초년생이 차가 있을 수 있었던 건 경험 없는 사회인의 객기 정도로 멀하고 싶다. 만약 없었다면 나의 해방일지 속 염미정 남매들처럼 기다림과 환승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가방에 챙겨야 할 것들을 확인하고 오늘 맞이할 여러 변수들에 대한 상상을 하며 미리 있을 상황에 대한 내 행동을 생각해 본다.


의미 없는 여러 번의 시뮬레이션을 하는 것만으로 긴장되는 심신이 위안이 된다. 의미가 없음은 생각해 봤자 생각대로 된 적이 단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나갈 시간이 금방 다가온다.


 허겁지겁 신발을 신고 나가면서 가끔 하는 게 있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안 계실 때가 많았는데, 그때 어머니가 출근하시면 가끔 쪽지에 하고 싶은 말을 적어두고 나가셨다. 그 영향 때문인가 나도 가끔 나갈 때 말이든 글이든 남기고 싶었나 보다.


"다녀오겠습니다."


말하고 난 뒤 대답이 돌아오진 않았지만 이상하게 쓸쓸하지도 않은 출근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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