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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민 Jun 30. 2022

미래의 우리는 모두 디자이너

[ 06. 지적자본론 ep.24/책 ]

*제 글은 첫 에피소드 부터 이어져 오는 시리즈입니다. 제 브런치로 오셔서 이전 에피소드를 이어서 읽으시기를 추천드립니다 :-)



<지적자본론>의 부재는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는 미래’이다. 심지어 뒷면 커버에는 ‘나는 기획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쓰여있다. 제목처럼 ‘지적자본’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책이다. 개개인이나 기업의 지적자본이 중요하다고 느끼는 건 작가 마스다 무네아키의 경험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깨달음이었을 것이다. 책을 쭉 읽으면서 이상적이지만 그걸 이뤄낸 마스다 무네아키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지 정말 그의 말이 힘있게 다가왔다. 나는 ‘지적자본’을 만들고 있는 걸까? 나는 정말 ‘디자이너’가 맞는 걸까?


디자인 계열을 전공한 사람들은, 건축을 포함해서 디자인적인 사고를 배운다. 문제점을 찾고, 리서치하고, 분석하고, 기획하고, 솔루션이나 프로포절에 이르는 사고의 방식을 알고 있다. 더 나아가 그 프로포절로 사람을 설득하고 결과물까지 만들어 보여야 한다. <지적자본론>에서 말하는 디자이너는 ‘기획자’에 더 가깝다. 그 부분이 나에게 더 와닿았다. 학교에선 배운 디자이너의 사고방식은 정말 재밌는 것이기 때문에 건축을 이어왔다. 사실 그 부분에 매료되어 건축을 좋아했다. 그러면 과연 건축가는 디자이너일까? 취업사이트에 보면 건축가는 종종 공간 디자이너, 건축 디자이너 등의 모호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물론 이 의견은 나의 좁디좁은 OO 건축의 경험을 배경으로 한다. OO 건축에서는 내가 과연 건축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들 정도였으니까. 나는 디자이너의 사고방식을 건축사사무소에서 많이 쓸 수 없었다. ‘베트남 국제 현상’을 할 때나 그런 사고를 쓸 수 있었다. 그때 에 과장님, 용 대리님, 수진이랑 나는 종종 회의실에 모여 보고서 전략을 짜곤 했었다. 어떤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떤 프로그램이, 어떤 공간이 만들어져야 하는지 로직을 짜고 이에 맞는 뒷받침 될 자료를 찾고 보고서는 만들었다. 우리는 지어질 건물의 미래를 그렸다. 그 건물은 터무니없는 상상이 아니라 꽤 현실을 반영하는 정말 있을 법한 상상이 되었다. 하지만 다른 현상도 그렇고 실시 설계에서도 기획을 할 수 있는 기회는 많이 없었다. 특히 아파트를 할 때는 시공사마다 매뉴얼이 있어서 매뉴얼에 맞춰 창 높이, 난간, 단열, 부대시설 구성 등을 해야 했다. 사실상 건축가는 디자인을 많이 할 수 없었다. ‘디자이너 = 기획자’라는 공식이 성립된다면 현시대 건축가는 디자이너가 아니다. 건축 계열의 사람들이 누누이 말하는 건축 서비스를 하는 것일 뿐이다. 물론 나는 연차가 많지 않으니 좀 더 기다리면 기획하고 계획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사실 잘 모르겠다. 눈치껏 봐도 공간을 기획한다는 개념보다는 기획된 건물 계획을 실제로 지어질 수 있도록 문제를 풀어주는 것에 가깝게 보였다. 물론 인허가를 대신 해주는 서비스도 같이 따라가지만.


디자이너로 사는 삶은 무엇일까? 모두가 기획을 해야 한다는 마스다 무네아키의 말의 뜻은 무엇일까? 결국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생산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 같다. 디자이너는 문제를 찾고 질문하며, 문제를 분석하고 현재를 파악해서 현실과 이상의 교차점을 찾아 그걸 제품이나 서비스로 만든다. 디자이너는 자기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것까지도 생각하기 때문에 기획서에만 멈추지 않았고 결과물까지 만들어 낸다. 사이드 프로젝트가 하나의 기획이고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개념이면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모두가 디자이너다. 회사에서 이벤트를 열거나 제품을 만들거나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도 디자이너이다. 물론 회사 규모나 맡은 역할에 따라 디자이너가 하는 사고방식 일부분만 할 수도 있다. 일부분만 하는 걸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있다) 그래서 나는 작더라도 내가 기획하고 만드는 걸 다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건축업계에서도 건물이 설계되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경험해 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쉬운 건 아니다. 아무튼 내가 디자인하는 게 서비스건 제품이건 소설이건 상관은 없다고 생각한다. 정확히는 굳이 건물일 필요는 없었다. 나는 디자이너가 되는 게 더 위에 있는 개념이자 목표였기 때문이다. 디자이너의 사고방식을 통해 세상에 이로운, 재밌는 일을 하고 싶다. 그래서 건축도 재밌게 했고 건축을 좋아했다. 건축 실무를 2년째 하는 나는 과연 디자이너로 성장하고 있는 걸까?


나는 디자이너의 사고방식이 길러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마스다 무네아키는 디자이너가 되지 않으면 경쟁력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과연 나는 이 사회에서 경쟁력을 OO 건축에서 잘 키우고 있는 걸까? 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데 여기서는 기계가 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내가 하는 일은 디자이너가 해야 하는 일 중 한 부분이다. 처음부터 건축사사무소에서는 기획이 된 건물이 들어온다. 안에 무엇이 들어갈지, 어떤 사람이 쓸지, 구성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기획된 매뉴얼이 온다. 나는 그 기획서에 맞춰 선을 컴퓨터로 그리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건축가는 디자이너가 아니다. 물론 내 위치와 자리의 이야기지만 이렇게 해서는 좋은 디자이너가 될 수 없음을 알았다. 그래서 <지적자본론>을 읽으면서 ‘기획’이나 ‘디자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기획자들이 보기에는 섵부른과 생각이겠지만, 무엇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디자이너가 되어 기획까기획까지 같이한다는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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