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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재민 May 25. 2021

이게 다 최용수·안정환·허재·현주엽 때문이다

두 번 다시 먹방은 안 볼 겁니다

회를 배달해 먹었습니다. 어젯밤부터 먹어야지, 먹어야지 별렀거든요. 무슨 일이 있었냐고요? 최용수와 안정환, 허재, 현주엽. 이게 다 그들 때문입니다.      


축구와 농구의 전설들이 기가 막힌 먹방을 찍었습니다. MBC <안 싸우면 다행이다>에 출연한 그들은 충남 서해안의 무인도 ‘황도’라는 섬에서 만났습니다. 섬에서 캔 더덕을 어부가 잡은 자연산 광어, 우럭을 교환했는데요.      


대광어를 손질해 회를 뜨고, 우럭은 통째로 매운탕에 넣고, 남은 생선으로 구이까지 해 먹는 거 아니겠습니까. ‘어으 어으 소리밖에 안 나오네’라는 자막에 침이 꼴깍꼴깍 넘어갔습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이불 킥하고 당장 초록색 검색창에 ‘회 배달’을 검색했습니다.        

어제 방송된 MBC <안 싸우면 다행이야> 영상입니다. 휴대폰 실시간 캡처 분입니다.

‘한잔회’ ‘심쿵회’ ‘어사출또’ 등등. 집 주변에 횟집이 몇 군데 떴습니다. 문제는 배달에 걸리는 시간이 40분이라는 겁니다. 40분이 지나면 자정인데, 언제 먹고, 언제 자나 싶었습니다. 야식의 유혹을 꾹꾹 참고 참아 하루를 버텼습니다.      


결전의 날이 밝았습니다. 퇴근길 ‘배민’으로 광어와 우럭을 주문했습니다. 소(小) 1만 2천 원씩, 2만 4천 원. 배달료 3천 원. 그 정도면 ‘쏘쏘’했습니다. 시원한 캔맥주도 두 캔 사놓고 만반의 준비를 마쳤습니다.      


드디어 현관문이 열리고 라이더가 흰색 포장 용기를 건넸습니다. 근데 이상합니다. 생각했던 사이즈가 아닙니다. 뭐가 또 있겠지 싶었는데, 그게 다였습니다. 어느새 라이더는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식탁으로 가져와 포장 용기를 풀었습니다. 경악했습니다. 이미지 사진과 실물의 차이는 바다와 시냇물이었습니다. 소(小) 자가 아니라, 소소소(小小小)입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달랑 회랑 초고추장만 왔습니다. 상추나 고추나 마늘은 눈을 씻고 봐도 없습니다. 알고 보니 채소는 ‘옵션’이라네요. 이런 된장 쌈장 고추장!!


야심 차게 배달한 회는 더없이 단출했고, 이 마저도 먹성 좋은 아이들 입으로 순식간에 빨려들었습니다. ㅠㅠ

‘이걸 누구 코에 붙일꼬’ 하는 찰나, 방에 있던 두 어린이가 냄새를 맡고 뛰쳐나왔습니다. 그리고는 냉큼냉큼 주워 먹기 시작했습니다. 초고추장에 찍어 한 점 한 점 먹는 속도가 KTX, SRT입니다. 자식들이 잘 먹는 걸 보면 안 먹어도 배부르다고요? 누가요?     


어느 집 애들은 생선 비린내 싫다고 회는 거들떠도 안 본다던데, 누굴 닮아 그런가 ‘물(고기) 귀신들’입니다.


맥주 한 캔을 다 먹기도 전에 냉큼 한 접시가 비워졌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한 접시도 얼마 버티지 못했습니다. 고맙게도 남은 몇 점을 쓴 맥주와 질겅질겅 씹어 넘기면서 여러 감정이 교차했습니다. 아 놔, 이게 아닌데. 다시는 먹방 같은 건 안 볼 니다.     

호화롭게 차려지는 황도 한 상! "비주얼 미쳤다�", MBC 210524 방송 (naver.com) 
*옆 링크 눌러 보세요---->https://tv.naver.com/v/20375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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