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란 무엇인가

너무나 인간적인 운동

by 류재민

야구란 무엇인가? 단순히 정의하면 ‘치고 달리는’ 운동이다. 9회까지 점수를 많이 내는 팀이 이기는 게임이다. 9회까지 승부가 나지 않으면 12회까지 연장전을 하고, 그때도 동점일 때는 최종 ‘무승부’로 끝난다.


하지만 야구는 이렇게 ‘평범한 룰’로 설명할 수 있는 경기가 아니다. 야구는 ‘휴머니즘’에 바탕을 둔 운동이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고요? 야구는 공을 갖고 하는 ‘구기 종목’이다. 이는 곧 ‘공’으로 점수를 낸다는 뜻이다. 축구, 농구, 배구, 탁구, 골프, 테니스, 하키처럼.

야구는 이들과 성질이 다르다. ‘사람’에 의해 점수가 올라간다. 구기 종목 가운데 공이 아닌, 사람으로 점수를 매기는 건 야구밖에 없다. 타석에 서서 투수가 던진 공을 친 다음, 1루와 2루, 3루를 돌아 홈으로 들어오면 점수가 1점씩 올라간다. 마지막 루의 이름이 집을 뜻하는 ‘홈(Home)’이라고 지은 것도 휴머니즘에 근거한다.


야구는 ‘희생’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희생 플라이', '희생 번트'처럼. 팀과 동료를 위해 ‘희생’한다는 의미다. 나는 그 역시 휴머니즘의 정서에 기인한다고 본다.

야구는 또 '공정'한 게임이다. 1회 초가 끝나면 1회 말을 한다. 9회까지 한 번씩의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 해야 한다. 3개 아웃카운트가 끝날 때까지 공수(攻守)의 기회가 동등하다.


그래서 아무리 실점을 많이 하더라도 공격 기회에 역전할 수 있는 경기가 바로 ‘야구’다. 그래서 ‘야구는 9회 말 투아웃’부터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얘기다.


저와 딸의 글러브와 공입니다. 저희 집은 아들보다 딸이 더 야구에 관심이 많습니다. 아내와 아들은 '야알못'입니다.

하나 더 있다. 야구는 ‘첫 번째’를 소중하게 여긴다. 데뷔 ‘첫 안타’나 ‘첫 홈런’을 친 경우 공을 회수해 선수에게 기념으로 준다. 공에는 날짜와 상대 투수 이름을 적어 준다. 선수 생활을 마칠 때까지 잊지 못할 공으로 남을 것이다. 투수 역시 첫 아웃카운트나를 잡거나 승리하면 기념구를 받는다.

어떤가? 이만하면 야구는 참 인간적이라는 운동이 아닌가? 뭐라고? ‘야알못’이라 백날 떠들어야 뭔 소린지 당최 모르겠다고? 군대에서 축구 한 얘기랑 다를 바 없다고? 아, 그럼 실례했다.


정리하면 이렇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한화 이글스 팬이다. 한화는 최근 몇 년째 최하위권에 맴돌고 있다. 올해도 꼴찌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길 때보다 질 때가 더 많다. 연승보다 연패가 더 많다. 경기를 보면서 화 내고 짜증을 부리는 날이 잦다. 아내는 그런 내게 “그럴 걸 왜 몇 시간 동안 보느냐?”라고 핀잔을 준다. 그건 정말 야구를 몰라서 하는 소리다. 한 번 팬은 ‘영원한 팬’인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나도 참 인간적인 인간이다.


나는 오늘도 아내 잔소리에 아랑곳없이 저녁을 먹자마자 핸드폰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 관중 모드에 돌입한다. 이글스 ‘보살 팬’으로 변신한다. 아내와 아이들은 월요일과 비 올 때를 기다린다. 그날은 야구가 쉬는 날이다.


*상단 이미지 출처: 픽사 베이(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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