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찾아온 죽음과 마주쳤을 때

by 류재민

K 대표와 회원들 눈이 온전히 내게로 쏠렸다. 나도 민아 씨가 그랬던 것처럼, 크게 심호흡을 한 뒤 천천히 말을 꺼냈다. 나도 민아 씨가 했던 것처럼 아버지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마흔 살이었을 때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그래, 어쩌면 내 마음의 병은 그날부터 시작했을지도 모르겠다.


추석 명절을 사나흘 앞둔 때였다. 자정 무렵, 전화벨이 무섭게 울렸다. 한밤중에 전화벨이 울리는 건 대개 불길한 소식을 알리는 징후다. 그 전화도 그랬다. 수화기 너머 어머니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어머니는 나에게 전화를 걸기 직전 119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를 전했다. “아버지가 많이 다치셨단다.”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얼마나요? 얼마나 다친 건 모르겠고, 지금 병원으로 옮기는 중이란다. 난 지금 출발할 테니, 너도 서둘러 병원으로 오너라. 얼마나 다쳤을까. 얼마나 다쳤길래, 라며 주섬주섬 옷을 입고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내가 어머니보다 먼저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응급실은 조용했다. 아니, 응급환자가 이송 중인데, 그것도 많이 다친 환자가 실려 오는 중인데, 하다못해 부산하게 수술 준비라도 하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응급실을 잘못 찾았나, 아니면 여기 말고 응급실이 또 있나, 당직자에게 물었더니 응급실은 거기 한 곳이란다. 그런데 왜 의사도 안 보이고, 응급환자 맞을 준비를 하지 않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연락을 받은 게 없다나. 이게 무슨 소리인가.


막 응급실 문이 열렸고,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가 헐레벌떡 들어오셨다. 어머니 역시 너무나도 조용한 응급실 상황을 보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라니, 늬 아버지 어디 딴 병원으로 간 거 아니냐며. 그때 어머니한테 걸려 온 낯선 번호의 전화 한 통. 내가 어머니에게서 받은 전화보다 더 불길했다. 통화를 마친 어머니는 응급실 밖으로 나가면서 내게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누구냐고 물었더니, 경찰이라고 했다. 경찰이 왜?


웬걸. 경찰이 본관 건물로 오라고 했단다. 본관 건물에는 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벌써 도착했어야 할 구급차는 안 보이고, 경찰은 왜 우리를 본관으로 오라고 한 걸까. 어머니와 본관 건물로 걸어가고 있을 때 심장은 쿵쾅대다 못해 터질 것 같았다. 찬 밤공기에 머리가 쭈뼛 섰다. 본관 현관 앞에 정복을 입은 경찰관 두 명이 우리를 맞았다. 그들은 우리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 빈 의자에 앉혔다. 여기가 경찰서도 아니고, 취조받으러 온 피의자들도 아닌데, 어머니와 난 겁이 덜컥 났다.


두 사람 중 선임으로 보이는 경찰에게 내 아버지는 어디 계시냐고 물었다. 내 질문을 받은 경찰관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오다 사고가 날지 몰라서 솔직하게 말씀 못 드렸습니다. 부친께선 이미 돌아가셨습니다.”


경찰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어머니는 ‘아이고’하며 까무러쳤다. 기진하며 몸이 뒤로 넘어가는 어머니를 겨우 붙잡아 앉혔다. 어쩌다, 어쩌다가요. 길을 건너다 차에 치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운명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혼절했고, 난 그런 어머니를 부둥켜안고 등을 쓸어내리며 달랬다. “괜찮아, 괜찮아 엄마.” 나만큼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했다.


우리에게 부고를 전한 경찰관은 신원 확인을 위해 안치실에 가자고 했다. 어머니 상태가 좋지 않으니 아드님만 가는 게 좋겠습니다, 고 했다. 경찰관 한 명은 어머니를 모시고 있기로 하고, 나는 다른 경찰관을 따라나섰다. ‘안치실’이라고 쓰인 곳은 병원 지하에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포르말린 냄새가 역하게 신경을 자극했다. 안치실로 가는 복도는 축축하고, 음침했다. 경찰관과 나는 안치실 문을 열고 들어갔고, 안에 있던 근무자 둘이 냉동고 문을 열고 흰 천에 덮인 시신을 꺼냈다. 그리고 내 앞에 내려놓고 서서히 천을 젖혔다.

제발, 아니길. 내 아버지가 아니길. 부처님, 제발 저 망자가 내 아버지가 아니게 해 주세요. 하느님, 내 앞에 있는 망자가 정녕 내 아버지라면 다른 사람으로 바꿔주십시오. 그럼 당신을 믿겠습니다. 부처님도, 하느님도 내 소원을 듣지 못했다. 그래서 들어주지 못했다. 흰 천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는, 아!


다리에 힘이 빠지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터질 것 같던 심장은 돌연 멎는 듯했다. “아이고, 아이고.” 내가 낸 소리는 그게 전부였다. 그 이상 어떤 말을 할 수도, 나오지도 않았다. 눈을 꼭 감은 채 반듯하게 누운, 하지만 싸늘하게 식은 몸뚱이. 입 주변으로 흘러나오다 만 핏줄기. 핏기 없는 아버지를 넋이 나간 듯 바라봤다. 경찰관이 다가와 아버지가 맞느냐고 물었고, 난 그저 멍하니 고개만 끄덕였다.


안치실 근무자는 서류에 유가족이 확인했다는 표시를 했다. 그다음 들것에 실려 누워있는 아버지를 다시 냉동고로 옮겼다. 포르말린 냄새 진동하는 복도를 걸어 나올 때, 그제야 비로소 눈물이 흘렀다. 교통 사망사고의 경우 검찰 지휘가 있어야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그땐 명절 연휴가 시작한 첫날이라 시간이 걸렸다. 빈소만 차려 놓고 검찰 지휘가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삼일장을 치른다면 명절 당일 발인을 해야 했다.


어머니는 자식들은 모아놓고 장례를 늦추자고 제안했다. 차례를 지내야 하는데, 누가 명절 전날 조문하러 오겠느냐는 얘기였다. “돌아가실 때도 혼자였는데, 마지막 가는 길도 혼자 가게 할 순 없잖느냐. 보고 싶은 사람들 얼굴은 보고, 인사도 받고 가셔야지.” 이틀간 장례식장 안치실에 모셨다가 명절 당일부터 조문객을 맞았다. 오일장을 치렀다.


아버지는 한동안 내 꿈에 나왔다. 유명한 절에서 49재를 올려드렸어도, 자주 꿈에 보였다. 생전에도 그랬듯이 말이 없었다. 그저 먼발치서 나를 지켜보고 어디론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어딜 가시느냐고 소리쳐 부르고 싶은데, 아무리 애를 써도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어떤 날은 아버지가 그립다. 힘든 하루를 보내고 지친 밤에는 더 선명하게 떠오른다. 언젠가 냉랭한 태도로 입을 굳게 다문 내 앞에서 눈물을 참지 못하던 아버지의 약해진 얼굴도, 물불 못 가릴 정도로 화가 나서 지르던 고함소리도, 병석에 누운 어머니의 파리한 손을 붙잡고 기도하던 유난히 짧고 두툼했던 손도 모두 생각난다.*

“그때부터였을지 모르겠네요. 허망하게 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안타까움이 쌓이고 쌓인 게. 그래서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도.” 옆에 앉아 내 이야기를 듣던 민아 씨 눈에서 소리 없는 눈물이 흘렀다.


* 김완 『죽은 자의 집 청소』 (김영사, 2020) 2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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