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_2 공방
겨레와 조 부장은 커피숍에 앉아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유튜브를 보고 있던 겨레의 핸드폰에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 온 건 그때였다. 차 행정관이었다. 그동안 두 기자가 수십 번을 연락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던 그였다. 의도적으로 피한다는 느낌이 들어 더는 연락하지 않았는데, 마침 전화가 걸려 온 것이다. 차 행정관은 두 사람과 만남을 제안했다. 이틀 뒤, 저녁 6시 마포의 허름한 노포(老鋪). 두 기자는 약속 시간 10분 전 도착했고, 차 행정관은 약속 시간 정각에 나타났다. 말쑥한 양복 차림으로 식당에 들어섰다. 통성명을 마친 셋은 둥그런 스테인리스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식당 안은 아직 손님이 없어 조용했다. 어색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손님들에게 식당 주인인 욕쟁이 노파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런 썩을! 처먹으러 왔으면 주문부터 해야지. 멀뚱멀뚱 앉아서 뭐 하고 있냐. 초상집 왔냐, 이것들아!”
셋은 욕쟁이 노파의 격한 인사에 화들짝 놀랐다.
“아 네네. 시켜야죠. 여기 뭐가 제일 맛있어요?”
“다 맛있다 이놈아! 난 맛없는 건 안 팔아.”
본전도 못 건진 주문에 노파는 알아서 내다 줄 테니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다. 겨레는 알아서 가져다주면 되지 왜 욕을 하냐며 입을 살짝 삐죽거렸다.
노파와 겨레의 가벼운 실랑이에 서먹했던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그사이 차 행정관은 냉장고에서 물통과 소주 한 병, 맥주 두 병을 꺼내왔다. 일행은 폭탄주를 한 잔씩 따른 뒤 첫 잔을 부딪쳤다. 목 넘김은 자연스럽고 부드러웠다.
“두 분이 쓴 기사는 잘 봤습니다. 그동안 전화를 받지 못한 건 죄송합니다. 보도 이후 전 직원들 전화가 도청되고, 저도 조사받으러 다니느라 행동에 제약이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무슨 상황인지 알겠다는 눈치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 대통령실 분위기는 어떠냐고 조 부장이 물었다.
“일단 조사가 계속 진행 중입니다. 언제 끝날진 모르겠고요. 다만, 정치 공방이 길어질수록 야당에 유리해지기 때문에 오래 끌진 않을 겁니다. 일본 총리 방문도 얼마 안 남았고…….”
겨레는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했고, 조 부장은 빈 잔들을 가져다 술을 채웠다. 차 행정관은 낮은 소리로 자신들이 빼돌린 청자는 절대 찾지 못할 거라고 자신했다.
“일본 총리 방한 전까지 청자를 찾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조 부장이 술잔을 돌리며 물었다. 차 행정관은 조 부장이 건넨 술잔을 단숨에 들이키며 말했다. “뭐, 다른 선물을 하겠죠.”
“대체 그 청자가 뭐길래 그 난리인 거요? 그리고 당신들이 청자를 빼돌린 이유는 뭐고, 청자는 대체 어디 있는 거요?” 조 부장은 답답하다는 듯 물었다. 차 행정관은 말없이 소주 한 잔을 직접 따라 마셨다. 그사이 욕쟁이 노파가 계란찜과 밑반찬을 죽 차려놓고 갔다. 뒤이어 한 청년이 시뻘겋게 달궈진 연탄을 집게에 들고 와 조심스레 불판 밑에 넣었다. 불판 위에는 먹음직스러운 고기가 주섬주섬 깔렸다. 청년은 익숙한 솜씨로 세팅을 마쳤다. 여전히 식당 안에는 그들 뿐이었다. 청년이 돌아가자 차 행정관은 작심한 듯 담담하게 저간의 상황을 풀어놨다. 이제부터 그의 긴 이야기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