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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재민 Jan 30. 2024

GTX, 너 정말 ‘30분대 출근’ 책임질 수 있어?

광역급행철도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또르르르, 또르르르. 지금 광역급행철도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런 안내방송을 들을 날이 정말 올 수 있을까. ‘30분대 출근’은 진짜 가능한 일일까? 아니면, 이제나 저네나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다가 허송세월할까. 정부가 최근 광역급행철도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철도 노선을 확 늘려서 “쾌적한 출퇴근길 보장”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지옥철’이라고 불리는 지하철, ‘만원 버스’라고 불리는 버스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충남 천안에서 날마다 KTX를 타고 서울로 출근하는 나 역시 기대 만발할 얘기다.      


광역급행철도는 평균 시속이 100km를 넘는다. 쉽게 말해 지하철보다 두세 배가량 빠른 속도다. 노선은 A(운정~평택), B(인천~춘천), C(동두천~아산)노선을 연장하고, D(인천공항·김포~팔당·원주), E(인천공항~덕소), F(서울 외곽순환선) 노선을 추가로 만든다고 한다. 수도권인 서울과 인천, 충청과 강원을 통과하는 철도 노선이 생기는 거다.     


이렇게 되니 지역에서도 너도나도 급행철도를 깔겠다고 난리다. ‘내 고향 충청도’가 대표적인 지역이다. 대전과 세종, 청주를 잇는 충청권 광역철도(CTX)를 시작으로, 다른 지역에도 급행철도를 놓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꿈의 레일로드는 열릴 것인가.

정부는 수도권 외곽과 서울을 오가는 직장인들의 출퇴근 시간이 대폭 줄어들 거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그림이 완성되면 서울을 중심으로 하나의 ‘빅-시티(Big-city) ’가 생겨날 것 같다.      


그러면 일자리도 늘어나고, 사람도 몰리고, 경제가 활발해지면서 성장 속도가 ‘GTX급’으로 빨라질까? 과연 설계도처럼 그림이 그려질 수 있을까? 우리나라 정부는 매번 그림은 잘 그리는데, 완성을 못 시켜 국민을 ‘의심병’ ‘걱정 병’을 갖게 만드는 재주가 넘친다. 그래서 이번에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일단 돈부터 걱정이다. 여기서 돈이란 예산, 즉 사업비이다. 정부는 총 134조 원의 사업비 중 약 13조 원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약 75조 원은 민간 투자에서 끌어오겠다고 한다. 근데 이게 말처럼 쉬운가? 지자체도 그렇고, 기업도 그렇고 어디다 돈을 맡겨놓은 것도 아니고, 가뜩이나 정부는 긴축 재정을 한답시고, 매년 예산을 깎는 통에 지방정부는 졸라맬 허리띠도 없는데. (우리 어머니 화법: 먹고 죽을 돈도 없다!)     


가뜩이나 요즘 부동산 문제로 건설 업계 분위기도 안 좋은데, 민간에서 돈을 끌어오기란 짜내고 짜내도 몇 방울 안 나오는 들기름·참기름 짜기나 다름없지 않을까 싶다.


노선 연장으로 인한 지자체 재정 부담에 주목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국토교통부는 “연장 노선에 대한 사업비(건설비와 운영비)를 해당 지자체가 부담하기로 합의 시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 착공을 목표로 연장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원인자 부담’ 방식에 맞춰 연장 노선 사업비를 지자체가 부담하면 국가철도망계획 반영과 예비타당성조사를 생략할 수 있어 사업 기간이 3년가량 단축된다. 2024년 1월 26일, 한겨레 <GTX 역 이름 못박아 표심 자극…재원·사업성 확보 산 넘어 산>     


철도가 생기더라도 이용객이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특히 D·E 노선은 서울 지하철 2호선·곧 지어질 강북횡단선과 겹치는 구간이 많다. 굳이 GTX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E·F 노선도 주로 수도권 외곽을 지나기 때문에 이용객 자체가 적을 거라고.      


요금도 비쌀 거란 걱정도 나온다. 요금이 비싸면 누가 타려고 할까. 그렇다고 너무 싸면 정부나 민간 기업 부담이 커지지 않겠나. 듣기로는 3월에 일부 개통하는 GTX-A 노선 요금이 4천원 중반대에서 결정될 거라고 한다.      


4천원이 누군가에게는 쌀 수도, 누군가에게는 비쌀 수도 있다. 적정 요금체계도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일 듯. 문제는, 그 정도 요금을 내도 아깝지 않겠냐는 데 있을 터.


‘30분대 출근’이든, ‘40분대 출근’이든, 제대로 된 철도부터 만드는 게 기본일 것 같다. 안 그럼 가뜩이나 미어터지는 수도권만 더 넘쳐나는 꼴만 될 테니. 지역은 그저 잠만 자는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테니. 저 위에 계신 똥 멍청이들은 그걸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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