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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스트 May 30. 2024

신혼부터 각방 쓰기

부부가 꼭 한 침대를 써야 할까?

   내년에 결혼하는 지인이 있다.

   내년이면 그의 나이 40, 결혼할 여자와는 7살 차이다.


   결혼할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여자의 직장이 어디인지 그래서 요즘 신혼집을 구하고 있다는 등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가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것은 각방이었다.


   남자(지인)가 좀 잠귀가 밝고 예민해서 깊이 잠들지 못하는 것도 있긴 하지만, 더 큰 이유는 20년 넘게 독립된 생활을 하다가 함께 살려니 불편할 것 같아서 결혼 전부터 서로 각방에 합의를 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는 박수의 응원을 하고 싶었다.


   나도 3년 전, 현재의 집으로 이사 올 무렵 와이프에게 각자 방 하나씩 정해서 써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와이프의 '불허'로 무산되긴 했지만, 지금도 한 번쯤은 해보고 싶은 옵션이다.


   (단순한 삶을 지향하는 나는 내 방을 극한의 미니멀리즘 스님 방으로 만들 생각이었다.ㅋㅋㅋ)


   와이프와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이냐?

   그건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서로가 베프이며 소울메이트다. 만나면 반갑다고 뽀뽀뽀, 헤어질 땐 또 만나요 뽀뽀뽀다. 그리고 매일 아침저녁으로 같이 달리고 걸으며 있었던 일을 서로 미주알고주알 쏟아내기 바쁘다.


   처음 연애할 때부터 쓰던 상호 간의 존댓말도 여전히 잘 쓴다. 우리는 다툴 때도 존댓말이다. 서로 여전히 존중의 형식을 지킨다. 선을 넘지 않아 우린 더 잘 지낸다.


   그런데 예전에 누군가 그랬다.


   "서로 안 친한 거 아니냐"고.

   "존댓말 하면 속 이야기는 어떻게 하냐"고.


   결혼 생활 15년, 우린 여전히 잘 지낸다.

   극한으로 치닫은 생사고락에서 상호 간의 존댓말은 의외로 서로를 존중하는 최소한의 장치가 되어 우리의 관계를 지켜냈다고 생각한다.


   부부는 어떤 일이 있어도 한 이불을 덮고 자야 한다는 말은 지금도 남아있다. 그래야 부부의 사이가 좋아진다느니, 갈등이 깊어지지 않는다느니 한다.


   그래서 각방은 특히 어른들에게 부정적으로 인식된다. 각방은 부부싸움의 연장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는 한방이지만 진즉에 따로 침대를 쓴다.

   침대 사이도 크레바스처럼 벌려 놓았다. 그래서 서로 방해하지 않고 마음껏 뒤척이고, 이불과 침대의 선택 등에서 자유롭다. 그래서 잠을 아주 잘 잔다.


   서로 살을 부대끼며 한 이불 덮고 자는 것도 부부사이를 돈독하게 하는 옛말도 일리는 있지만, 각자 충분히 잘 자고 좋은 컨디션으로 서로를 대하는 것도 충분히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부부가 함께 살다 보면 다툴 수밖에 없다.

   다투고 나서야 등 돌리고 자거나, 따로 자는 것보다 어쩌면 매일 등돌릴 시간이 있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온전히 혼자서 숨 쉬면서 자기만의 생각에 빠질 시간도 부부 모두에게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따로 침대를 쓰는 것도 더 나아가 각방을 쓰는 것도 장점이 있다고 느낀다.


   자기 사생활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요즘 MZ부부에게 이런 각자의 공간(각방)을 쓰는 것도 서로의 취향과 사생활을 서로 존중하는 역할을 할 거라 생각한다.


   처음부터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는지 신기하기도 하고, 또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하기도 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신혼부터 각방을..." 하는 오지랖이 들리겠지만, 개의치 말고 ‘따로 또 같이’ 잘 지내는데 도움이 되기를 응원한다.


   뭐, 부부생활에도 큰 문제는 없을 거다.

   따로 살 때도 할 건 다 했는데, 한집에서 신혼 때야 뭐... 언제 어디서든 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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