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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치도치상 Jan 27. 2024

적절하게 사랑하고 적절하게 미워하기

도널드 위니콧, 사랑만으로는 부족하다

도널드 위니콧(Donald Winnicott)은 소아과 전문의이자 정신분석가입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후 난민 아동을 연구하였습니다. 그는 아이들이 새 가정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연구하면서 아이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관찰합니다. 


입양된 아이들은 보통 거부당하고 거절당한 기억이 내면화되어 끊임없이 입양부모를 시험합니다. 아이들은 일부러 미움받을 행동을 계속합니다. 미움받을만한 아이임을 증명하고자 합니다. 자신이 미움받아 끝내 거절당하여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는지를 스스로 입증하고 싶어 합니다. 그럼으로써 자신이 사랑받을 가치가 없는 아이라는 내면의 주장을 믿고 싶을 것입니다. 


위니콧은 이러한 상황이 아이가 겪은 트라우마와 연관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즉, 아이가 해석하는 현실은 결과적으로 친부모에게 버림받은 상황입니다. 그것이 전쟁 때문에 친부모가 죽었든지, 전쟁의 피해로 친부모가 아이를 양육하기 어렵든지, 아니면 그 밖의 다른 이유로 양육을 포기했든지 간에 결과적으로는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서 친부모가 자신을 거부했다고 아이는 해석합니다. 


아이는 정신적으로는 불행한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자신이 불행한 상황을 또 겪을까 봐 늘 불안해합니다. 아이의 불안한 마음이 미움을 받을 행동을 하게 만듭니다. 즉, 아이는 양부모에 대한 “증오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의 불행한 상황에 대한 불안을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표현”하는 것입니다.   


아이는 자신이 표현하는 미움이 부모의 거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사랑받는다는 것을 믿게 됩니다. 따라서 부모는 양육하는 아이가 부모를 "미워한다고 해서" 아이를 거절해서는 안됩니다. 오히려 부모는 참고 견뎌야 한다고 위니콧은 주장했습니다. 


부모의 입장에서도 아이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미움의 감정을 회피하거나 거부해서는 안된다고 위니콧은 말합니다. 부모는 입양아의 경우뿐만 아니라 생물학적인 자녀에게도 미움을 느낍니다. 즉, 아이는 마치 “하녀처럼, 노예처럼, 종을 부리듯이” 부모를 대합니다. 아이의 모든 욕구와 요구에 관심을 기울임에도 아이는 부모에게 고마워할 줄을 모르고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양육하는 데에 있어서 부모는 아기에게 미움의 감정을 느낍니다. 자녀에 대한 미움의 감정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부모 역시 미움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모는 자신을 향한 아이의 미움을 참고 견뎌야 하지만 자신 역시 아이에 대한 미움의 감정을 적절하고 올바르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위니콧은 강조합니다. 미움의 감정이 거절이나 거부로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고요. 아이에 대한 부모의 미움이 아이에 대한 거절이나 거부로 이어지지 않을 때, 비로소 아이는 부모에게 사랑받는다는 것을 믿게 됩니다. 이에 대해서 위니콧은 부모가 아이를 적절하게 미워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사랑은 사탕발림이나 로맨틱한 일시적 감정은 아님이 분명합니다. 적절하게 사랑하고 적절하게 미워할 때에 비로소 건강한 관계가 될 수 있으니까요. 아마도 부모와 아이의 관계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 관계에서 그렇지 않을까요? 적절하게 사랑을 표현하고 적절하게 미움을 표현할 수 있는 관계가 가장 건강한 관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고 문헌

콜린 외 공저, 심리의 책, p. 118-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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