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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치도치상 Apr 27. 2024

말의 무게와 행동의 무게

아기가 학습하는 방법, 모방

요즘 아기는 엄마 아빠를 모방하는 중입니다. 며칠 전부터는 뽀로로 집의 전화기를 들고서는 "우갸갸갸갸가."라면서 전화기 놀이에 흠뻑 빠져있고요. 어제부터는 열이 있어서 체온계로 귀에 대고 체온을 재는 엄마 아빠를 보더니 자기도 체온계를 손으로 쥐고는 귀에 갖다 대는 시늉을 하는 중입니다.


인간에게는 거울 신경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거울신경은 1990년 리촐라티가 처음 발견했습니다. 거울 신경은 타인의 행동을 보고 있기만 해도 자신 역시 그 행동을 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작동합니다. 거울 신경을 통해서 인간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고, 의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의식을 하지 않고도 상대의 시선을 보고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거울 신경은 다른 사람의 얼굴 표정, 의도, 욕구를 이해하하고 그 의도를 파악하여 공감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거울 신경은 자신과 보다 닮은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관찰할 때에 더욱 활성화된다고 하네요. 그럼으로써 거울신경의 기능은 닮은 사람들을 모방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인간은 자신과 닮은 사람들을 관찰하여 모방합니다. 이는 진화의 과정으로써 습득된 기술입니다. 자신과 닮은 사람들을 모방함으로써 인간은 무리를 지어 자연 속에서 생존할 수 있었습니다. 적자생존이 난무하는 자연의 질서 속에서 인류라는 공동체가 자연의 피라미드 꼭대기에 설 수 있게 되었던 것은 모방의 기술 덕분입니다.


모방의 기술은 생물학적으로 유전됩니다. 멜츠오프(Meltzoff)와 동료 연구자들은 아기가 태어난 지 42분이 지났을 때부터 성인의 표정을 따라 하면서 모방하려 한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유전적으로 태어날 때부터 장착된 이 모방의 기술은 인간이 성장하는 동안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학습방법입니다. 다른 사람을 모방함으로써 언어를 비롯한 사회적 기본 기술을 습득한다고 합니다.


아기가 "이겨거거거거" 하면서 엄마 아빠를 따라 할 때마다 입꼬리가 귀에 걸립니다. 귀엽죠 뭐. 동시에 책임감을 느낍니다. 아이는 제 말을 들으면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걸 깨닫는 게 아니라 제 행동을 보면서 학습한다는 사실에 무거운 책임감이 들어요. 그래서 부모가 된다는 게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아이는 제 말의 내용에 귀를 기울이면서 이런 행동은 해도 되고 저런 행동은 안 되는 걸 배우는 게 아니라, 제가 하는 행동을 모방하면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그대로 학습하니까요.


참고 자료

최현석. (2011). 인간의 모든 감정. 서해문집.

Wallin, D. (2007). Attachment in Psychotherapy. New York: The Guilford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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