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가들의 입방아에 내 이야기가 오르내린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소문의 내용은 듣고 싶지 않았다. 술자리에 떠도는 소문이라는 것은 사실 여부가 중요하다기보단 흥미 위주의 안줏거리 아니던가.
때론 이야기를 퍼뜨리는 사람보다 말을 전하는 사람이 더 밉다. 나에 대해 떠도는 이야기를 확인해도, 누가 말하는지 알아도, 입을 놀리는 자에게 연락해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화낸들, 말은 주워 담기지도 않고, 소문 역시 사라지지 않는다. 일일이 아니라고 변명하는 것도 우습다. 소문의 실체를 알아도, 몰라도, 소문이 퍼지는 상황을 두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사람들은 돌을 들고 있고, 내 입은 꿰매져 있다. 소문의 내용을 확인하고 나면, 내게 남는 건 무력함이다. 그러니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이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건 타인에 대한 말을 아끼고, 남의 말을 하는 사람을 멀리하는 것뿐……. 때마침 함께 책을 읽는 사람들과의 단톡방에 시 한 편이 올라왔다. 김명순의 생애를 추모하기 위해, 문정희 시인이 쓴 『곡시』를 읽는다. ‘한 여자를 죽이는 일은 간단했다’로 시작하는 시 구절을 읽으며, 입에 머금고 있던 커피를 삼킨다.
오늘 커피는 유난히 좀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