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mes 아저씨 Sep 30. 2024

9: 집 나간 삼순이...

애들만 두고 집 나간 엄마...

지난봄, 출산한 '삼순이'는 우리 집에서(정확히는 데크) 적응 전까지는 눈칫밥을 먹으며 다른 애들을 피해 

다니고 특히 '고등어'의 핍박에 숨어 다니며 밥을 먹던 애였습니다. 그리고 집 근처 풀숲에 애들을 데려다 

놓고 자신은 우리 집에 와서 밥을 먹고 그랬었지요. 그러다 풀숲에 숨겨 놓은걸 내가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때는 데크에서 새끼들을 키우며 그악을 떨던 '고등어'가 있어 '삼순이'는 새끼들을 데리고 오지 못했는데 한 여름이 되자 '고등어'는 새끼들을 내 보내더니 자신도 집을 떠나고 자연스럽게 '삼순이'는 자기 새끼들 3마리를 데리고 우리 집 데크로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새끼들이 다 컸는데도 독립시키지 않아 이상하다고 

생각을 했었지요. 게다가 나는 가을에 이사를 가야 해서 애들을 두고 가는 게 가슴이 편치 않았고 특히 

태어나서 부터 계속 내가 주는 밥만 먹던 새끼들이라 애들이 야생으로 돌아가 먹이활동을 하며 어딘가에 자기 거처를 마련할 수 있을까... 걱정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한편 어미가 있으니 내가 없어도 어딘가로 가서 먹이활동을 하며 살아가겠지... 하고 나름 위안이었는데 며칠 전부터 '삼순이'가 안 보이는 겁니다. 

삼순이 최근 모습들

물론 이 애들은 며칠 안 보이다 다시 나타나곤 합니다. 심지어 몇 개월 만에 다시 나타난 애들도 있고요... 

물론 거의 2년을 데크에서 살고 있는 턱시도 같은 애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삼순이'새끼들을 데리고 

온 후 여태껏 한 번도 집을 떠나본 적이 없던 애입니다.  애들을 집 옆 풀숲에 숨겨 놓고 자신은 매일 두 번씩 와서 밥을 먹고 가고 데크에서 쉬기도 했던, 그러다 이 여름부터 지금까지는 애들과 함께 데크에서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어디 다른 곳에 터를 잡으려 임장을 떠난 건가? 그러면 다행이다...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아무튼 어미 '삼순이'가 안보이자 걱정이 밀려옵니다. 보통은 어미 고양이들은 새끼들을 키우다 젖을 

떼고 밥을 먹게 되면 독립을 시키는데 이 '삼순이'는 거꾸로 다 큰 애들을 데리고 살다 왜 자신이 집을 나간 

건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문제는 이 가을 내가 이사를 가야 하는데.... 그러면.... 다른 성묘들은 다시 야생으로 돌아가겠지만 이 새끼 고양이들은 한 번도 야생에서 먹이활동을 해본 적도 없고 데크밑에서 살며 내가 주던 밥을 꼬박꼬박 먹고살았던 애들인데... 이 애들을 어쩌지? 걱정이 밀려옵니다. 왜 하필 이 시기에 집을 나갔을까요. 그리고 애들을 독립시키지 않고 왜 자신이 나갔을까요. 혹시 '고등어'와 요즘 복수전을 벌이다 '고등어' 가 반격해서 외려 쫓겨나간 건 아닐까... 또는 다 큰 애들을 독립 시켜려 애들을 내보내려는데 애들이 꿈쩍도 안 하고 나갈 생각을 안 하니 어미인 '삼순이'가 '에잇~ 나라도 나가 입이라도 한 개 덜자...' 하면서 다른 곳으로 간 건지...  아무튼 별별 생각이 다 듭니다. 

좌, 가운데) 집옆 풀숲에서 새끼들을 키울때                                                         우) 데크로 올라오기 시작한 새끼들

'삼순이'가 정말 집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간 것이라면 이 아이들은 이 겨울을 자기들끼리 잘 날 수 있을까... 

하필 가을이고 겨울이 다가오는데 이 새끼 고양이들은 야생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별의별 생각이 다 밀려옵니다.   정말 집을 나갈 거면 저 새끼 고양이들을 야생에서 살 수 있게 가르치고 독립이나 시키고 나가던지... 왜 저 애들을 이제껏 놔두고 자신이 지금 나가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이곳이 안전하고 내가 

밥을 챙겨주니 새끼들을 두고 자신이 다른 곳으로 떠난 것 같습니다.  아무튼 정말 걱정입니다. 

위에 말했듯 한 번도 스스로의 먹이활동을 해본 적이 없는 애들인데 이 가을, 또 곧 올 겨울에 어찌할까... 

무엇보다 거처가 없어 추운 겨울을 어찌 나야 할까... 등등 말입니다.

어미에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면서 야생에 적응하고 또 영역을 만들고 자신의 거처를 만들어야 할 텐데 말이죠. 이 애들이 다른 영역에 가면 그곳에 이미 자릴 잡은 성묘들과 싸우고 그 영역을 차지해야 또는 공유해야 밥을 먹고 살아갈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이 어린것들이 과연 해낼 수 있을까 걱정입니다. 

데크에 자릴 잡고 사는 삼순이네 가족들

그런데 이상한 건 또 있습니다. 이게 또 고양이 총량의 법칙이 작용하는 건지.... 우연인지...  

'삼순이'가 없자... '고등어'가 다시 와서 밥을 먹기 시작합니다.  신기합니다. 지난봄부터 여름까지 '고등어'가 있을 땐 '삼순이'가 눈치를 보며 밥을 먹더니 여름에 '고등어'가 떠나자 다시 데크를 차지한 '삼순이'에게 

'고등어'가 눈칫밥을 먹고 이제 가을이 오니 '삼순이'가 떠나고 또다시 '고등어'가 와서 밥을 먹습니다.  

이 어미들은 돌아가며 우리 집 데크를 육아장소로 쓰려는지 '고등어'와 '삼순이'가 번갈아 나가고 들어오고 

합니다. 그런데... 정말 걱정입니다. 이 짧은 가을이 가면 얼마나 혹독한 겨울이 올까요... 

어린 '고등어' 새끼들은 그나마 어미가 있긴 하지만 너무 어려서 걱정인데 이젠 청소년이 된 '삼순이' 새끼들은 이 겨울, 날 수 있을까요?


[브런치북] 시골냥이들과의 날들 (brunch.co.kr)

[연재 브런치북] 개, 고양이 그리고 나 (brunch.co.kr)

[브런치북] 자두, 살구 이야기 (brunch.co.kr)

[브런치북] 어느 날 고양이 (brunch.co.kr)

감정유감 매거진 (brunch.co.kr)

사람과 사람들 매거진 (brunch.co.kr)

뱁새의 찢어진 다리 매거진 (brunch.co.kr)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