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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아저씨 Sep 25. 2024

8: 고등어의 가을은?

또 새끼를 낳은 고등어는...

또 엄마가 된 고등어

좌) 지난 9월 6일 데크에 온 고등어                              우) 지난 9월 15일 배가 터질 것 같은 상태로 왔던 고등어

이 아줌마가 배가 터질 것 같이 왔습니다.  그야말로 어쩌자고...

올여름 끝에 배가 남산만 해지더니 지난 9월 중순에 왔을 때 배가 터질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이 애가 눈치를 보며 데크로 못 올라오는 겁니다. 그렇게 눈치를 보며 와서 밥을 달라길래 밥을 주었더니 허겁지겁 먹습니다. 예전의 일진 '고등어'가 아닙니다. 눈칫밥을 먹는 '고등어'라니... 데크에 못 올라오고 마당가에 맴돌길래 밥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이 애 어찌나 짠하던지... 세상에 봄에 애를 낳고 애 키우느라 정신없던 애가 또 애를 가졌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애들을 부리나케 독립을 시켰나 싶기도 하고요...

아무튼 그땐... 출산이 며칠 안 남은 듯싶었습니다. 그런데 어디로 옮긴 건지 '고등어'는 데크를 떠나 아주 

가끔 와서 밥을 먹습니다. 그나마 이렇게 가끔 와서는 눈칫밥을 먹고 갑니다.

만삭에 눈치를 보며 밥을 먹고 있으니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 이 애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그런데 놀랍게도 그간 착하고 여린 줄만 알았던 '삼순이'가 이 애를 공격하는 겁니다. 밥을 먹던 '고등어'는 

쫓겨가고 말았는데 그 후 한동안 안 옵니다. 주체 못 할 만큼 나온 배를 가지고 와서 눈칫밥을 먹다 '삼순이'에게 쫓겨가다니요...

지난 5월 눈치를 보며 데크 밑에 있던 삼순이

그러다 추석연휴가 끝나고 왔는데 보니 배가 홀쭉해져 왔습니다. 그새 출산을 한 모양입니다. 어딘가에... 

다시 밥을 마당가에 주었더니 눈치를 살피며 밥을 먹습니다. 세상에... 출산한 엄마가 눈칫밥이라니...

이 애는 지난번 봄에 출산했을 때는 데크에서 포악을 떨며 다른 고양이들을 공격하여 일진 아줌마의 맹위를 떨치며 데크를 평정하고 살던 애가 이제 역으로 그때 공격해서 쫓아 버린 '삼순이'의 공격을 받고 쫓겨가고 

이제 눈칫밥이라니... 그땐 만삭이라 싸움에서 불리해서 일시적으로 도망간 건지... 최하위 서열로 알고 있던 '삼순이'가 쌈꾼의 본색을 드러낸 건지 모르지만 한동안 안 오더니 며칠 만에 배가 홀쭉해서 온 겁니다.

아이고~~ 저 애를... 한숨이 나옵니다. 

사실 지난여름 중성화수술 작전을 펼 때 '고등어'는 새끼들을 데리고 데크에서 살 때인데... 암컷들을 수술시켜야 효과가 좋은데... 새끼들을 데리고 있는 때라... 마음이 약해서 못했고 무엇보다 영리해서 포획틀에 절대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만 맴돌곤 해서 실패를 했었는데... 그새 또 임신을 했고 새끼를 낳았습니다. 

문제는 가을에 태어난 새끼들은 그 겨울을 넘기기가 힘들다는데... 이 애의 새끼들이 걱정입니다. 

물론 '고등어' 엄마가 대책은 세워 놓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위안을 삼습니다만...

그러다 며칠 전 다시 나타난 '고등어'에게 밥을 주려하는데 이 번에도 또 쏜살같이 나타난 '삼순이'가 공격을 해대자 밥도 먹지 못하고 도망갔는데 데크 밑으로 들어간 '고등어'를 따라 '삼순이'도 데크 밑으로 쫓아 들어가고... 둘인 데크 아래서 날카로운 울음소리로 상대를 제압하려 서로 높은 소리로 울어대고 하악질 하고...

내가 데크에 올라가 발을 꽝꽝 몇 번 구르자 '고등어'가 다시 나와 도망가는데 '삼순이'가 또 쫓아갑니다.

아마도 '삼순이'가 예전에 맺힌 게 많았는지... 도망가고 추격하고... 접전이 벌어졌습니다.

하는 수 없이 막대기 하나를 들고 데크 밑에서 서로 노려보며 아릉거리는 둘 사 이에 막대기를 휘두르자 '고등어'가 나와 도망가버렸습니다. 밥도 못 먹고 결국 쫓겨난 겁니다.

이번 9월 22일 데크 밑으로 쫓겨간 고등어...

'고등어'가 이렇게 된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원래 약자가 허세를 떨었던 건지... 원래 숨은 강자였던 '삼순이'가 본색을 드러낸 건지 모르지만 완전 역전이 된 신세입니다.

'고등어'는 어딘가에 새끼를 낳고 와서 밥을 얻어먹으려 했는데 '삼순이'가 강력하게 공격하고 쫓아내자 '고등어'는 밥도 못 먹고 쫓겨난 겁니다. 인간사 새옹지마... 가 아니라 묘생사 새옹지마라 해야 할까요?

'고등어'는 지난번 새끼들을 데리고 데크에서 살며 모든 고양이들을 공격해 대며 맹위를 떨치는 극성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었다가 새끼들이 커지자 7월엔가 어디론가 다들 보내버리고 자신도 데크를 떠났었습니다. 

이때 데크를 차지한 게 '삼순이'네였는데....

아마도 또 태어날 애들을 위해 이 큰 형제자매들을 다 내보냈나 봅니다. 

그런데 이번엔 왜 이렇게 그악을 떨던 '고등어'의 모습은 어디 가고 불쌍한 신세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벌써 밤 기온이 뚝 떨어져 춥습니다. 이 새끼들은 이제 한 2주가 좀 못 되었을 텐데... 뭐 그래도 아직 이 정도 

추위야 괜찮지만 아직 어린애들이 영하로 떨어지는 겨울이... 걱정됩니다.

가을에 태어난 애들이 그해 겨울을 잘 못 넘긴다는 소릴 들으니 더욱 그렇습니다.


'고등어'... 지난봄 출산하고 일진엄마의 극성으로 애를 키우듯 이번에도 어린 새끼들을 잘 키워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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