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겨울밤, 자두와 까망이...
남들은 하지 않는 고민 같지 않은 고민이지만...
요즘 현관문을 조금 열어 놓고 중문은 닫아 놓고 있다가 자두가 열어 달라고 하면 문을 열어 놓습니다. 날이 추워져 문을 닫아 놓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자두는 문이 닫혀 있는 걸 보면 밖에서 끙끙거리다 그래도 내가 반응이 없으면 왕왕 거리며 짖습니다. 잘 짖지 않는 애가 문을 열어 달라고 할 때만 짖습니다. 기가 막힙니다. 그러는 자두는 요즘 밤엔 현관에서 잠을 잡니다. 하지만 잠투정을 하는 건지 현관에 있는 쿠션에 누우려면 발로 쿠션을 박박 긁고 낑낑대며 빙빙 돌고 때론 울음소리 같은 희한한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하여간 그냥 누워 자는 게 아니라 잠이 들려면 낑낑대고 쿠션에서 난리를 치며 애를 태우다 잡니다. 어디가 아파서 그런 건지... 그렇게 잠든 자두를 보고 중문을 슬그머니 닫습니다. 그러나 자다 깨면 또 문을 열어 놓으라고 성화를 합니다. 환장할 노릇입니다. 때론 그게 새벽 1시 반일 때도 있고 두시 일 때도 있고 그럽니다. 복장이 터지지만 애써 참으며 현관에 쪼그리고 앉아 자두를 달래줍니다. 그러나 이때 밖에선 까망이 소리도 납니다. 세상에... 이 시간에 얘는 왜? 하고 나가보니 밖에 있는 자두쿠션에 까망이가 누워 있습니다. 내 소리가 나자 자기도 있다고 그렇게 울고 있는 겁니다. 추우니 일단 까망이를 안고 들어와 중문을 닫았더니 이번엔 까망이가 안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문 앞에 붙어서 그렇게 서럽게 냐옹대며 문을 열어 달라고 합니다. 밖에선 자두가 문 열라고 아우성... 안에선 까망이가 열어달라고 난리... 결국 문을 열어 놓습니다. 그럼 이 까망이 녀석은 나가지 않고 그렇게 문 앞에 있습니다. 자두는 들어올 것도 아니면서 열어 놓으라 하고 까망이는 나갈 것도 아니면서 열어 놓으라 합니다. 이 두 녀석들은 왜 그럴까요... 한 밤중에 그렇게 실랑이를 하다 결국 너희 맘대로 해... 하고 방으로 들어왔더니 까망이는 나가고 자두도 까망이 따라 현관 밖으로 나갔습니다. 이때 중문을 닫아 버렸습니다. 그랬더니 자두가 다시 밖에서 끙끙거리고 왕왕거리고 그러다 잠이 든 모양입니다. 안쓰럽지만 그냥 놔두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병원에 데리고 가서 요즘 밤이면 더 끙끙거리는 게 왜 그런지 진찰을 했지만 의사는 관절염 때문에 날이 추워지니 아파서 그럴 수도 있다고 해서 진통소염제를 지어 왔습니다. 밤마다 이렇게 낑낑거리는 게 그것 때문이라면 약이라도 먹여보자... 하고요. 약을 간식사이에 넣어 주니 자두는 잘 받아먹습니다만 때론 기가 막히게 알약만 뱉어 내고 간식만 쏙쏙 먹습니다. 속 터집니다. 어쨌든 추운 요즘 밤에 까망이는 자두의 쿠션에서 자는 건지 가끔 그렇게 와서 있는 건지... 이거 참... 웬 상전들 모시고 있는 듯 눈치를 보며 엄동설한에도 이래야 하는지... 기가 막힙니다. 지난번 호피는 자두네 집에서 겨울을 나기도 했습니다만 이 까망이는 그럴 맘은 없는가 봅니다.
요즘 둘은 내 퇴근시간에 맞춰 둘이 마당에 앉아 대문 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추운데 담에 기대어 대문 쪽을 바라보고 있다가 대문을 열고 들어오면 둘이 쪼르르 달려옵니다. 마치 아이들이 어릴 적 아빠가 들어오면 쪼르르 달려오는 것처럼요... 자두가 그러더니 고양이도 내 퇴근시간에 맞춰 그렇게 마당에 앉아 나를 기다립니다. 이걸 보면 드는 생각이 내가 늦게 오는 날 이렇게 기다리다 까망이는 돌아가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좀 짠해집니다. 며칠 전 새벽에 비가 오자 자두가 낑낑거려 나가 보니 까망이가 와서 자두 집 앞에 앉아 있더군요. 비가 오는데 왜 온 건지... 게다가 까망이는 우리 집 어딘가 근처에 있다가 내가 마당으로 나가거나 내 소리가 나면 득달같이 쪼르르 달려와 내 다리에 엉겨 붙습니다. 내 소리만 나면 어디 있다가 나타나는지... 아침에도 자두가 낑낑거려 일어나 나가면 까망이도 마당에 앉아 있습니다. 둘은 내가 늦잠을 잘 까봐 그렇게 아침에도 와서 나를 깨웁니다. 까망이의 평소 울음소리는 맑고 귀여운 소리로 '냐옹~ '거리며 자신을 표시하는데 아침엔 콱 목이 잠긴 것 같은... 아주 탁성으로 냐옹거리는데 이게 아주 신기하게도 너무 콱 목이 잠긴 상태로 냐옹거려 전혀 까망이 소리 같지가 않습니다. 처음엔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나 까망이가 아니라 다른 고양이가 왔는 줄 알았더니 아침엔 까망이 목이 잠겨(아마도 추운 데서 밤을 보내서 그런 게 아닐까 합니다) 그런 소리가 나는 것 같습니다. 아침에 집에 와서 통조림이나 닭가슴살을 주면 그걸 먹고 몸이 풀리면 다시 귀엽고 이쁜 고양이소리가 납니다. 하지만 집안에는 있으려 하지 않고 추워도 마당에서 주로 있습니다. 게다가 이 추운데 찬 돌바닥서 발라당을 하며 자두와 내게 어필을 합니다. 예전엔 고양이 호피가 발라당을 하면 자두는 화답으로 코로 꾹꾹이를 해주곤 했습니다. 그렇게 둘이는 애정표현을 합니다. 하지만 밖에선 아무리 발라당해도 자두는 본체만체하며 개무시합니다.
자두와 산책을 갈 때 자꾸 까망이가 따라오니 어떤 날엔 까망이에게 먹을 걸 주고 자두와 둘이 나가면 어느새 골목까지 따라 나와 쫓아옵니다. '같이 가요~~ 왜 나만 두고 가요?' 하는 것처럼요... 셋이 산책을 가다 자두가 늘 가는 코스로 가다 보면 흑구가 있는 동네로 가는 날, 까망이는 그 입구에서 더 이상 가지 않고 풀숲에 숨어 우릴 기다립니다. 자두와 내가 흑구네 집까지 갔다가 올 때까지 그냥 그렇게 풀숲에서 기다리다 우리가 나오면 쏙~하고 튀어나옵니다. 신기합니다. 예전 호피도 그랬습니다. 따라오다 다른 동네에 이르면 근처 어딘가에 숨어 우릴 기다리고 있습니다. 또 같이 가다가도 차가 오면 까망이는 더 이상 오지 않고 숨습니다. 차를 엄청 무서워합니다. 다행입니다. 예전 동네에서 호피와 산책은 길이 넓은 길이고 길옆 풀숲이나 논두렁으로 피할 수 있었는데 이 동네는 길 자체가 좁아 차 두대가 교행이 어렵습니다. 사람이든 차든 한쪽으로 바짝 붙어 피하던가 더 좁은데서는 한대는 후진하여 비켜주거나 하는 아주 좁고 구불구불한 시골길입니다. 그러니 까망이와 자두가 같이 산책 갔다가 차를 만나면 참 곤란하게 됩니다. 운전자에게 민폐를 끼치는 게 아닌가 해서... 아무튼, 까망이는 차를 무서워해서 잘 숨습니다만 때로 차가 가까이 오면 꼼짝 못 하고 있기도 하는데 그 후엔 까망이와 같이 멀리 나가면 차가 자주 다니는 길에선 긴장이 되기도 합니다. 물론 나 없을 때 혼자 이리저리 잘 돌아다닐 테니 알아서 잘 피할 테지만요. 별별 걱정을 다 합니다. 오지랖도 이런... 오지랖이 없습니다.
자두는 추워져 옷을 입혔습니다. 러블리한(?) 핑크계열의 옷입니다. 나이 들어 옷을 입히지만 주로 핑크계열의 옷들입니다. 자두는 늙었지만 여자애거든요...
자두, 살구, 고양이에 대한 지난 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