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뉴욕에 계획없이 여행을 다녀오고 상태가 좋아진 터라 일본에 가면서도 비행기표와 숙소예약만 하고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파워 J성향의 여행을 쭉 고집했던 내가 한번의 P스런 여행의 성공에 취해 이젠 나도...라고 생각했고 초행이라도 그래봤자 일본...이라고 생각했다.
도쿄인데 현금이 뭐 필요할까 싶어 전에 남았던 천엔 한장 달랑 들고 공항 출국장에 들어왔는데 너무했나? 혹시?싶어 비싸게 7천엔을 바꾼게 신의 한 수 였다(하마터면 나리타에서 N번 갈아타며 전철로 울면서 숙소에 올뻔했다) 도쿄도심까지 가는 스카이라이너 기차매표소는 현금만 받았다. 그마저도 머신 말고 인편으로 표 끊는 도쿄 클라스...아침비행기라 쫄쫄 굶고 겨우 중간기착지까지 오니 한시 반이었다. 신발이라도 편했음 좋았을텐데 조금 예쁜 운동화를 신었더니 구두 신고 100미터 달리기한 것마냥 발이 부숴지는 느낌이다. 겨우 갈아타고 숙소에 왔더니 헐, 조용하다 못해 고요하다. 남쪽으로 메이지외궁이 있어 정원뷰가 나오겠거니 했는데 남향은 바로앞에 경기장이 있었다...발코니에 서서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정원+도심스카이라인 뷰가 나오니 그걸로 됐다며 위안삼은 후 편의점을 찾았다. 분명 도보 8분 거리에 패밀리마트가 있다고 나오는데 엄청 큰 건물만 나오는것이다.
이상해서 입구를 돌아돌아 찾았더니 종합병원이었다. 그래. 병원이라도 편의점만 있음 되지 싶어 친절한 일본의사분의 도움을 받아 2층의 편의점을 찾았다. 그곳은 온통 노약자와 링거를 단 환자복차림의 사람들만 넘쳐났다. 나는 그래도 패기넘치게 물었다. 비루? 점원은 고개를 저었다. 병동에 있는 수퍼에서 사케랑 맥주는 수요없는 공급인 것이다. 망할...나는 콧물을 흘리며 10분을 더 걸어 드디어 일반편의점을 찾았다(만세~)다리를 절뚝이며 15분을 걸어가면서 P코스프레질을 했던 내 자신이 싫어졌다. 발가락은 부러진거 같이 아팠고 옆에 서있던 택시문을 붙잡고싶은 욕구를 꾹참아야했다. 그래, 첫날이니까! 그럴수이쒀 하며 잠이 들었다. (조용해서 잠은 잘 잤다)
둘째날. 만원철을 타고 긴자에 갔다. 초행에 길치인 나는 횡단보도를 왔다갔다 하며 겨우 카페에 갔고 기대했던 KITH매장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점심은 맛있는걸 먹자 싶어 오무라이스집을 길찾기했는데 여지없이 줄이 길다. 한참 서있는데 그림이 이상했다. 보니까 다른 식당 앞이었다(손가락에 살이찐건지 한블럭이상 떨어진 다른 곳을 눌렀다) 그집도 맛집이었나보다. 그렇게 뻘짓을 하고 겨우 목적지에 가서 밥을 먹었는데 다리가 너무 아팠다. 택시를 타고 돌아와 아침에 산 유명한 딸기모찌를 먹으려 풀어봤더니 모양만 똑같은 팥모찌가 들어있었다 (젠장!!!)
여섯개나 샀는데. 점원이 번역기까지 돌리며 오늘 꼭 다~~드셔야한다고 했는데. 맛은 있지만 난 딸기모찌를 먹고싶었다 ㅜㅜ 어이가 없어서 술을 마셔야지 싶어 제일 가까운 이자까야를 찾아 걸어갔다.(도보10분)갔더니 주인아저씨가 세팅을 모두 마치고 혼자계셨다. 자꾸 이빠이라고 하셨다. 대충 나가라는 뜻 같았다.(아마도 예약인듯)그다음 가까운 이자까야는 도보 20분이다. 이쯤되니 폭망 확정이다. 체력도 떨어지고 신발도 망했고 호텔선정도 실패다. 썩을도쿄. 도쿄여행간 사람 중에 망한 사람은 못본 거 같은데 그게 나다.
유튜브에 블로그만 찾아봐도 도쿄여행꿀팁이 넘쳐나는데. 표지판도 지하철도 한국어가 다 써져있는 망하기 힘든 여행지 도쿄에서 그 어려운걸 내가 해냈다. 대단하다.
어제 산 남은 캔하이볼에 우버잇츠 회덮밥을 먹으면서 생각했다. 생긴대로 살아야지. 쫄보 J주제에 P흉내내다가 꼴 좋다고. 그러면서도 남들하고 똑같이는 안한다고 숙소도 외진데 잡아서 몸이 고생이다. 걍 모를땐 다수가 하는대로만 따라해도 반은 먹고들어가는건데 망했다. 그리고 신발은 귀국하자마자 쓰레기통에 던져버리자고.(운동화를 어떻게 만들면 불편한건가 대체...그걸 산 나는 또 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