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구슬 Oct 24. 2024

약국에서 생긴 일 2

9. 에피소드 맛집

미안합니다 7번 외치기 싫어서 쓰는 에피소드 4.



흰머리 약국장은 여자손님에게는 관대하고 남자손님에게는 아주 무참히 짓밟았다.

많은 손님들이 빈속에 약을 먹어도 되냐고 물어보는데

(젊은) 여자손님에게는 아주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다가

남자손님이 이 질문을 하는 날이면 아주 화가 단단히 난 사람마냥

"우리나라 사람들은! 빈속에 술은 잘만 쳐 마시면서! 약은 왜 빈속에 먹어도 되냐고 물어보는지!

도대체가 이해가 안 된다!"

하면서 그냥 빈속에 먹으라고 말한다.

(아... 쓰면서도 어이없네...)


좀 이쁘장한 여자손님이 물어보면 미소를 지으며

"웬만한 약은 빈속에 먹어도 괜찮은데요~

간혹 항생제 같은 경우는 속이 쓰릴 수 있어서 식사하시고 먹는 게 좋은데 이 약은 괜찮습니다~"


듣고 있는 우리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또 G랄을 한다며 씹어댔다.





에피소드 5.

보통 점심식사는 약국에서 지원해 주는 편인데 역시나 이 약국은 그런 건 없었다.

우리끼리 맛있는 거 주문해서 먹거나 도시락을 싸서 먹곤 했는데 한 번씩 본인이 요리를 해주겠다고 설쳤다.

오늘은 내가 요리사!라고 하더니


조제실에 들어와 놓곤

냄비가 어디 있냐고 묻는다.

저기 구석에 있는 냄비를 찾아다가 주니 본인이 가지고 온 냉동찌개를 가리키며 이거 그냥 끓이면 되는 거냐고 되려 나에게 묻는다.

네... 그냥 끓이면 됩니다.

하니,


그럼 끓여라 시전을 보여준다.

맛도 없는 걸 먹는 척을 하고 나서 설거지도 직원들이 한다.


이게 무슨 니가 요리사냐?!!

어이가 없을 무다...





평일 점심식사는 지원해주지 않았지만 웬일인지 토요일 점심은 먹고 싶은 걸 시키라고 했다.

토요일은 손님들이 너무 많아서 진짜 숨도 못쉬고 일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우리는 이때다 싶어서 매번 보쌈이며 족발이며 값이 나가는 메뉴로 주문을 했다.



그날은 중국음식이 땡겼다.

토요일에 장사가 잘돼서 기분이 좋은지 먹고 싶은 거 다 시키라고 했다.

"국장님은 어떤 거 주문할까요?"


"나는 볶음밥!"


직원들은 삼선볶음밥을 주문했고 사이드로 탕수육과 깐쇼새우, 그리고 근무약사가 팔보채가 먹고 싶다며 팔보채까지 주문했다.



몇십 분 후 배달이 되었고 한상 가득 차려졌다.

그걸 본 약국장은 자기가 다 시키라고 해놓곤,

(자기 눈에 많아 보였는지)



먹는 건 좋다!

근데 이렇게는 하지 마라.


약국이 떠나가라 화를 내며 내가 시킨 삼선볶음밥을 먹기 시작했다.

야무지게 탕수육과 깐쇼새우, 팔보채까지 잘 쳐드셨다.

그래놓곤 왜 화를 내는지...





평일에 환자가 많으면 보통 400명 정도가 왔는데 그날따라 너무 많이 와서 조금만 더 오면 500건이 되어갔다.

웬일로 약국장은 500건을 하면 10분 일찍 퇴근시켜 준다는 이벤트를 만들었고 한 명 두 명 더 오더니 결국 퇴근 전 500건을 할 수 있었다.

환호성을 쳤고 6시 50분에 퇴근하려고 나가니


정색을 하며

"느그 왜 지금 가는데!" 시전


그래서

"10분 빨리 마쳐주신다고 하셨잖아요!"

했더니


"내일부터 느그들 나오지 마라"


자기가 한 말을 기억 못 하는지 10분 일찍 간다고 나오지 마라 시전을 보여주셨다.

다음날 진짜 다 안 나갔어야 했는데...

착해빠진 우리들.





나랑 잘 지내던 직원이 약국 데스크업무를 했는데

결제를 하면서 손님들에게

영수증 필요하세요?^^라고 물어봤다.

그걸 본 약국장은


항상! 긍정적인 대답을 이끌어내세요!!

보통 사람들이 영수증을 잘 안 들고 가니까!

영수증 필요하세요?라고 물으면

아니요라는 부정적인 대답이 나옵니다!


앞으로는 영수증 필요 없으시죠?라고 물어보세요!

라며 또 화를 냈다.



나는 가게에서 영수증 필요 없으시죠?라고 물으면

아니요! 주세요라고 악착같이 받아낼 거 같은데?...ㅎㅎ






(성격도 안 좋은데) 눈까지 안 좋았던 약국장님.


눈도 안 보이는데 본인한테 일 시키지 마라고 소리 질러댔던

하루하루의 순간이 기억난다.



지금 잘 지내시는지 문득 궁금하네요.

:)








이전 08화 약국에서 생긴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