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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혜 Oct 28. 2023

프로 N잡러의 고객 결정 기준 Matrix

내가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을 수 있지만 그중에 한 가지는 나의 성격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독일의 조직 내 개인 성격 검사 Hogan Assessment 코치 과정에서 내가 왜 프리랜서로 일을 하게 된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나는 사람들을 관리하고 조직에서의 성장과 타인관계 유지에 있어서 에너지가 과도하게 소모되는 성향이었다. 즉 조직에 잘 맞지 않는 성격이다. 싫고 좋고를 내가 선택해야 하고, 좋은 건 열심히 하지만 싫은 건 잘 못 견디는 성격이다.

개인의 성장과 도전, 새로운 관계 형성에 더 많은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나처럼 프리랜서가 더 잘 맞을 것이다.  하지만 불확실한 미래를 견디지 못하면 프리랜서를 하기 어렵다.


프리랜서라면 우리는 자유를 떠 올 릴 수도 있지만 사실 프리랜서가 더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고 있을 확률이 크다.

나의 미래는 철저하게 고객의 선택과 의뢰와 오더에 달려있다.

사실 일당 노동자, 시간 노동자, 프로젝트에 따른 노동자가 프리랜서이다.

프리랜서가 자유라는 개념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내가 고객을 선택해서 받을 수 있는 수준일 때 가능하다.

이런 프리랜서가 고객을 선택할 수 있으려면 내가 원하는 일의 양 보다 플러스의 고객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제야 의뢰하는 고객 중 내가 원하는 고객과 일을 할 자유를 가지게 된다.  

제조 업체에서 말하는 케파(Capacity)의 개념과 같다.
 공장에는 케파와 가동률이 존재한다.

나의 공장과 생산 설비로 100개를 생산할 수 있는 상태라면 100개의 오더를 받을 때 공장은 완전한 풀케파(full capacity) 가동률 100%로 돌릴 수 있다.

일단 내가 고객이 나의 케파보다 넘치기 전까지는 나는 고객 선택의 자유가 없다.

내가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싫은 고객도, 돈을 작게 주는 고객도, 에너지와 시간을 많이 소요하는 고객도, 내가 일을 하고 싶다면 해야 하고 그 도전을 이어 나가야 한다.


난 경력 단절 이후 재취업하기 위해 통역 프리랜서로 일을 다시 시작했다. 고객이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그 마저도 일하기 어려웠다. 가동률도 낮았지만 육아로 나의 케파 또한 아주 낮았다.

예를 들어 내가 아이를 키우며 언제 일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은 해뒀지만 그 일이 그때 맞춰 들어올지도 알 수 없고, 내가 그때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아이가 아프거나, 갑자기 도와주기로 한 친정 엄마가 아프거나, 친정아버지가 아파서 나의 육아를 도와주지 못한다거나 혹은 남편이라면 일찍 퇴근하기로 했는데 남편의 일에 큰일이 생겨 버릴 수도 있다. 내가 육아에 총책임을 가지는 상황이라는 육아는 엄청난 변수이다.

육아는 예상치 못한 불확실한 상황을 너무나 많이 겪어야 한다. 그럼에도 내가 그 일을 하게 된다면 일을 하고 나서 온갖 죄책감에 일을 지속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묻게 된다.


재취업에 성공하여 다시 일하게 된다는 것은 내 능력을 떠나 너무나 많은 변수들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것을 이루어 나가는 강한 의지와 극복이 필요하다.

그래서 난 다시 하라면 못할 거 같다.   

워킹맘의 경우도 시간이 시 나면 좀 더 명확한 케파를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프리랜서가 이 풀 케파를 스스로 알아차리고 정의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고, 일도 적응하고, 나의 케파를 확장하고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한다고 해도 프리랜서들은 케파 정의가 어렵다.

나의 케파가 어느 정도인지 내가 정의하지 않으면 번아웃이 올 정도로 일을 하게 된다.


월급을 받은 사람은 나의 일의 강도와 상관없이 월급이라는 금액이 정해져 있다.

하지만 프리랜서는 더 많이 하면 더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나의 케파를 언제나 끌어올리고 싶다는 욕심에 더 많은 일을 하게 된다.

한 시간에 통역은 얼마, 한 시간에 강의는 얼마, 프로젝트 완수 하면 얼마 이렇게 명확하게 돈과 연결된 시간으로 계산할 수 있어 나의 가치가 명확하게 보인다.

퇴직금도 없고, 연금도 없는 프리랜서에게는 그렇게 책정된 금액이 나 스스로의 현물가치이다.

내가 하는 일의 가치가 명확할 때는 언제나 그 가치를 올리고 싶은 게 당연하다.

명확할수록 그 가치가 올라가는 것도 바로바로 볼 수 있기에, 그에 따른 성취감도 바로 느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자유로울 것 같은 프리랜서들의 삶은 누구보다 일에 지쳐 있을 확률이 크다.         

초기 육아를 하며 일을 할 때 일이 점점 많아지고, 육아를 돕기 위해 친정 부모님이 근처로 이사를 오고 이런 시기에 나는 마치 공장을 풀가동 시키듯, 기쁘게 일을 늘려 나갔다.

그게 나의 가치처럼 느껴지고, 나의 능력을 늘어나고 그것이 입금이라는 돈의 가치로 바로 보인다.

이럴 때 나는 내 케파를 착각하기 시작한다.

주말에도 일을 하고, 밤에도 아이들이 자고 나면 일을 하고, 그렇게 일 중독이 되어 간다.

엄마와 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아프거나, 관심을 받기 위해 사고를 치기도 하고, 언제나 잠은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나에게 브레이크를 걸어 주는 건 항상 아이들이었다.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아이라는 큰 변수는 언제나 나에게 정신 차리라는 말을 어떤 현상으로 나타나 브레이크를 걸어준다.

실제 나의 케파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탓이다.

사실 생산 설비도 유지 보수가 필요하고 멈춤이 필요하다. 과도하게 돌아가는 설비는 갑자기 맛이 갈 수 있다. 생산 설비에는 예방 보전 (preventive maintenance)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생산을 많이 하면 돈을 벌지만, 제때 설비를 세우고, 닦고, 조이고, 점검하고 부품을 교체하지 않으면 불량이나 사고로 이어진다.  

밤새 일을 해서 해내는 일의 양은 사실 나의 케파가 아니다. 하지만 프리랜서들은 이 또한 내가 해낼 수 있는 업무의 양으로 착각한다.

프리랜서의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케파의 파악이다. 그 케파를 냉정하게 판단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취미도 없고 다른 관심사가 없는 내가 일을 통해 성취감을 얻고, 그것으로 행복감을 느끼는 나로서는 언제나 내 케파가 아주 클 것이라는 착각 때문에 3가지 문제 일으킨다.


- 잠을 줄여가며 일을 해서 내 건강을 해치거나,

- 개인적인 생활 즉 아이들과의 시간, 가정의 중요한 일들이 뒷전이거나

- 고객에게 제공하는 나의 제품/서비스의 품질이 떨어진다.


이러한 케파의 착각과 일에 대한 욕심은 일의 양에 집중하게 되고 더 고부가가치로의 도약(jump-up) 준비에 시간과 에너지를 내어주지 않는다.  

우리가 쉽게 하는 큰 착각 중에 하나는 바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결국 잘 될 것이라는  것이다.

노력하면 지금 보다 좋을 것이다라는 착각 한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열심히, 노력, 최선 이런 말들은 언제나 긍정적이다. 하지만 나를 돌아보면 이 말은 어리석다, 상황 파악이 안 된다, 무엇이 중한지 모른다,라는 말 과도 연결된다.


고객이 원하는 것 이상 내가 노력해서 준다면 고객의 만족과 감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고객이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원하지도 않는 것을 위해 에너지와 시간을 쏟아붓고 열심히 한다면 과연 나의 노력과 시간은 그 가치를 발휘했다고 할 수 있을까?

상대가 모르는 가치는 과연 가치 있는 노력이었을까? (이건 정말 나에게 매번 해주고 싶은 말이다.)


마치 고객이 요구한 제품을 생산하다가 더 좋은 기능을 하나 넣어서 공급하는 꼴이다.

고객이 고마워할 수도 있지만 그 가치를 안다고 해서 어떤 효과가 있을까?

다음번 주문할 때 추가된 기능을 당연히 여기고 해달라고 할 수도 있다.

내가 제공하는 가치는 고객이 원하는 기대치에서 아주 조금 더 하는 것 만으로 공급자는 만족해야 더 큰 가치를 이후 공급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게 된다.


나의 케파를 파악하기 위한 스스로의 기준이 필요하다.

일을 받아 놓고, 일을 하는 내내 후회하고, 그럼에도 그 일을 완료했을 때 스스로 만족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일을 하는 내내 에너지, 시간 소모가 크고, 일을 하고 나서도 후회스러운 그런 일들을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실수를 막고자 기준을 만들어 보았다.

내가 생각하는 일을 선택하는 기준은 아래의 6가지이다.

1. 고객 중요도

2. 비용가치

3. 성장/기회

4. 에너지소요량

5. 시간 소요량

6. 대체 가능한 일


6번의 대체 가능한 일은 케파가 넘어서면 바로 정리할 일들이다.

개인마다 우선순위가 다를 수 있지만 나는 고객 중요도와 비용 가치가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이 두 가지로 거의 고객을 유지하고 정리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더 많은 일을 하고자 할 경우 성장/기회, 에너지, 시간 소요량으로 고민한다.

개인마다 기준은 다를 수 있다.


김지혜의 기준

capa 이상일 경우 빠르게 정리 순서

* 지표의 번호는 나의 우선순위

* 6번 지표 : 최대한 빠르게 정리할 고객 or 일

* 지표 1+ 2 요소로 1차 선정

* 선택이 어려울 경우 3 + 4 +5번 지표 점수 확인 후 선택

* 종합적 판단이 필요할 경우 점수 70점 이하 정리

https://www.youtube.com/c/thewiserTV/vid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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