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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투름의 시간
어느 특별한 아침
by
Janet M
Nov 6. 2019
햇살 좋은 아침 11시 즈음,
형형색색 만발한 들꽃 한 무리가 피어있는 한적한 공원을 산책하다가 참으로 어울리지도 않게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순간이 참 좋다.
물건을 깜빡 잊고 나와 다시 허둥지둥 달려가는 그대의 뒷모습도 충분히 넘친다.
도무지 깨지 않는 졸음을 물리치려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켜고 다시 모니터 화면에 시선을 두는 당신의 충혈된 눈도 여전히 아름답다.
우리가 게워내는 수많은 서투름의 잔해들은
어쩌면 살아있다는 증거.
오래 전의 기억들을 곱씹어보다가, 내가 처음 혼자서 버스를 타고 갔던 그곳의 풍경, 내가 처음 좋아하는 일들을 했을 때의 기분, 내가 처음으로 짜릿한 놀이기구를 탔을 때의 그 느낌, 그리고.
처음으로 너를 만났던 그날의 모든 기억들.
어쩌면 그리도 어색하고 바보 같았는지.
그러나 우리가 진하게 기억하는 것들의 대부분은 완전하지 않은 것들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불완전함에서 가장 큰 힘을 얻고 있는지도.
세상의 모든 뒤뚱거림은 오전 11시를 닮아있다.
매일 반복되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나의 하루 중에서,
엉성함이 쏟아져 나오는 오전 11시의 불완전함도 새로운 시작이며 내 인생의 처음 순간이므로 이 서투름은 서투른 것이 아니라 발전의 한 과정인 것.
여전히 봄이 오는 소리에 심장이 쿵쾅거린다면 당신은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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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간호사. 세 아이의 엄마. 글쓰고 그림그리는 사람. 지은 책으로는 [그림그리는 간호사의 런던스케치], [엄마가 꾸며주는 캐릭터 식판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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