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것에 당당해지자

by 잔주

스무 살 성인이 되고 나서부터 쉬는 게 불안했다. 공부하는 게 직업이자 일상이었던 10대 때는 잠깐의 휴식과 노는 것에 있어서 일말의 죄책감도 없었고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일탈을 즐겼다. 그런데 성인이 되고 나서 언제부턴가 나 스스로 모든 것을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강요받았다.

강요받았다기보다는 나 스스로 강요를 샀다. 강요는 강박관념으로 바뀌어 내 머릿속을 차오르다가 어느 순간 나를 삼켜버리기 직전까지 가버렸다. 그것들은 나의 심리적인 안정을 빼앗고 불안정감만 가져다줬다. 불안정에 지쳐 철을 내려놓기로 했고 그 이후로 어느 정도는 떨쳐내 버렸다.

지금은 쉬는 것에 있어서 어떤 의미를 찾으려고 하지도 않고 무언가에 쫓기지도 않는다. 일이든 주변 사람들이든 나 자신이 아닌 어떤 것에 의해 불편함을 느낀다면, 그것은 휴식이 아니라 나의 의식이 마치 주머니 속에서 엉켜버린 이어폰처럼 풀려고 할수록 더욱 꼬여버리는 불안의 실타래가 될 뿐이다.

쉬는 것에 당당해지자. 엉킨 이어폰은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풀어야 잘 풀린다. 가만히 앉아 음악을 들어도 괜찮고 침대에 누워 영화를 봐도 좋다. 며칠 시간이 난다면 여행을 가거나 잠깐 동네 친구들과 가볍게 술 한잔하는 것도 좋다. 이 모든 행동들은 시간을 버리는 것이 아니다. 글도 쉼표와 띄어쓰기가 있어야 읽기 편하듯 인생에도 쉼표와 띄어쓰기가 있어야 더 풀어내기 좋다.

전 날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난 다음 날 엄청 늦게 잠에서 깨어나면 죄책감에 시달리곤 한다. 어제 왜 절제를 하지 못했나, 오늘 하루의 반나절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내버렸다. 이런 후회들로 몇 분, 몇 시간을 또 망친다.

어제 술을 조금 덜 먹었으면 얼마나 아쉬웠을 것이고, 오늘 늦잠을 자지 않았다면 또 얼마나 특별한 일을 했을까. 아쉬움 없이 술을 마시고 그 피로를 풀기 위해 푹 잘 시간이 있다는 것에 행복해하며 엉켜버린 후회감들은 편히 풀어버리자.


쉬는 순간만큼은 많은 것이 얽힌 내 생활 속에서 온전히 나에게 주는 시간이다. 휴식 속에서 소중한 것들을 찾을 수 있고 더 나아가 자존감을 높일 수도 있다. 회사에서 까이기만 하다가 친구들이랑 놀며 내가 얘네보다 잘하는 게 많다는 걸 또 한 번 느끼고, 취미 생활을 하다가 나도 몰랐던 새로운 적성을 찾을 수도 있다.


쉬는 거 가지고 나무라는 남의 눈치가 보인다면 그 '남'이라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작 자신이 뭘 이루지도 못했거나, 이뤘다치더라도 자신을 잘 알지도 못하고 뭐 도와주지도 않을 사람이다. 일할 때도 눈치 보는데 쉬는 순간조차 눈치 보지 말자. 무작정 쉬는 걸 불안해하지도 말자. 휴식 속에서 답을 찾을 수도 있다. 당당하게 쉴수록 더 당당한 나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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