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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카스 러브

박카스

by 자씨


언젠가 썼던 메모를 발견했다.



왜 타인이 주는 사탕 하나에는

큰 행복을 느끼기도 하고 의미를 마구 부여하면서,


엄마가 가방에서 하나씩 꺼내서 주는 비타민,

피곤할 때 먹으라는 오렌지,

건네는 박카스는 당연하게 여기게 되는 걸까.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

가족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저지르지 말아야 할 실수다!


당연한 것은 없다.

그 속엔 사랑이 있다.

그 사랑에 감사하자.



엄마는 박카스를 참 좋아한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렇다.

피곤할 때 박카스를 하나 먹으면 좋다고

항상 구비해 두신다.


박카스 취향도 있으시다.

약국에서 파는 800원짜리가 아닌

편의점에서 파는 1000원짜리가 좋다고 하신다.

조금 더 큰 용량이 딱 양이 맞다신다.


그래서 엄마 기분이 안 좋을 때면

근처 편의점에 들러서 박카스를

몇 병씩 사가고는 했었다.


박카스를 보면 떠오르는

잔잔하고 웃음 나는 추억들도 많다.


예전 공부하던 시기에

가끔 지친 모습으로 귀가를 하면

엄마는 냉장고에서 박카스를 꺼내

하나씩 주곤 하셨다.


하루는 그날도 엄마가 귀가한 나에게

"힘들었지. 박카스 하나 먹을래?"하고

박카스를 내미셨다.


나는 박카스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던 터라

"괜찮아~"하고

다시 냉장고에 넣으려고 열어보다가

냉장고에 박카스가 없는 것을 보고,


장난스럽게

"엄마, 설마 마지막 박카스를 나한테 준거야?"하고

엄마에게 기댔더니,


"그럼~ 내가 그렇게 너를 사랑한다~?" 하며 웃으셨다.

그때의 공기와 웃음소리가 아직도 기억에 난다.


나는 지금도 박카스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박카스는 내가 받은 사랑의 증인 같달까.

박카스 병만 봐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럴 일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박카스는 단종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나이가 아주아주 많이 들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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