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진정한 여행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 나짐 히크메트
이 시는 우연히 서점에서 시집을 훑다 만난 시이다. 이 시를 보고 산 시집은 지금도 책장에 꽂혀있다. 한 번씩 꺼내 보며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의 마음을 되짚어보고는 한다.
이 시를 쓴 시인은 터키인으로, 혁명 중 감옥에서 많은 시를 썼는데 이 시는 그중 하나라고 한다.
고통 중에 미래의 희망을 말한다는 것. 그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의 꿈을 꾼다는 것은 현재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살아갈 때에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정말 대단한 시이다.
이 시에서의 여행은 단순히 여행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인생. 삶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단어이다. 내 인생은 내가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기에.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것 이상의 것을 만날 수 있기도 하다.
내 인생의 최고의 날은 아직 살지 않은 날이라니.
최고다.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사람에게 심심함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나에게 아주 인상 깊은 구절이다. 나는 심심할 때가 그 사람이 가진 특성이 발휘되고 창의성이 개발되기 좋은 때라고 생각한다.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에 내가 선택하는 그 무언가가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을 발견하고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이것은 어린아이에게도 그렇지만 어른에게 더더욱 필요하다.
이 시가 특히 좋은 이유는 또 있다. 지나온 삶이 훌륭하고 아름답고 빛났던 것과 별개로, 현재를 통해 만들어질 미래에 있을 더 빛날 것들을 기대하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는 시이다. 과거를 훌륭하게 살아내지 못했더라도, 그런 감정에 슬퍼지는 순간에도 위로가 되는 시이다.
누구나 그런 마음이 들 때가 있기 마련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