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알프레드 디 수자
이 시에는 추억이 있다.
20대 끝자락 사회 초년생들이 누구나 할 법한 고민들에 묻히도 또다시 찾아온 자아 성찰의 시기를 보내던 시기였다. 훌쩍 떠나고 싶었고 그때 나는! 첫 혼자만의 여행에 도전했다. (여행 자체를 즐겨 자주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익숙한 것들로부터 벗어나는 시간이 필요할 때면 새로운 장소와 분위기 속으로 가는 것을 좋아했다. 집 근처 카페라도 말이다.)
고민 끝에 결정된 장소는 강릉이었다. 나는 경상도에 살고 있어서 내 나름 멀리 떠난다고 할 수 있는 곳이 강원도였다. 그리고 첫 혼자만의 여행이다 보니 너무 외진 곳은 무섭고, 사람이 어느 정도 있으면서도 한적하고, 이왕이면 바다가 있으면 좋겠고.. 몇 가지의 조건에 딱 부합한 곳이 강릉이었던 것 같다.
숙소도 오션뷰로 예약하고, 가고 싶은 곳을 서칭 해서 정리해 두고, 그 후로 몇 일간의 기대와 설렘 끝에 드디어 여행을 떠났다.
도착한 강릉은 눈이 내리고 있었다. 뉴스에서는 한파로 인한 대설이라며 조심에 또 조심을 당부하는 기사들이 나왔지만, 그냥 좋았다. 내 눈에는 내리는 눈들과 쌓인 눈들, 비가 아닌 눈을 피해 우산을 쓰는 거리의 사람들 까지 모두 로맨틱해 보였으니 말이다. 훌쩍 떠나 왔다는 것은 나에게 그런 것이었다. 그냥 그 자체로 좋은.
짧은 기간이지만 마음속 남은 추억이 참 많다. 오션뷰의 숙소는 넓고 좋지는 않았지만 뷰는 정말 최고였고, 눈 쌓인 해변은 낮에도 밤에도 환하게 빛났다. 별밤투어를 신청해서 본 밤하늘 별들의 무리는 처음으로 보는 광경이었다. 강릉에서 만난 자연들, 그 공간 속의 나는 한없이 작은 존재였고 그게 나에게는 참 많은 위로가 됐다.
나름 계획형 인간인 나는 계획 세우기를 좋아하고 그래야 마음이 편하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도 즐긴다. 마지막 날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에서 계획에 없던 작은 서점을 만났다. 시간이 조금 남기도 했고 왠지 나를 끌어당기는 그런 곳이었다. 들어가니 잔잔한 음악이 독서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공간을 울렸고, 한두 명의 사람들이 책을 보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기에 시집이 모여있는 곳으로 갔다. (나는 원래도 가끔 시집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짧은 글 속에 응축된 시인의 마음과 내 마음이 만날 때의 쾌감과 감동이 있다.) 그런 시를 만나면 이번 여행 기념으로 시집을 사리라! 하는 마음으로 시집들을 둘러봤다. 역시나 참 좋은 책들이 많았다.
그중 내 눈을 잡아 세운 시가 바로 이 시이다. 알고 있고 많이 들어본 시였다. 그런데 유난히 그날의 나에게 이 시가 특별하게 들어왔다. 한 글자씩 곱씹어 보았다. 다섯 줄의 짧은 시를 읽는데 한 줄 한 줄마다 시선이, 마음이, 생각이 툭툭 멈췄다.
최선을 다해 나의 삶을 살아가되, 마음의 자유를 가지고 살아가라는 시라고 나는 해석했다. 자유를 위해 따분할지도 복잡할지도 모르는 일상을 외면하라는 말이 아니고, 성실히 살아가면서 내면의 평안과 자유, 나 자신을 놓치지 말라는 말로 이해했다. 그리고 그렇게 내 마음에 새겼다.
일상을 뒤로하고 훌쩍 떠나온 여행의 마지막에 이런 시를 만나다니. 내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나에게 꼭 필요한 시였다.
그 이후로 이 시를 볼 때면 그 시절의 내가 떠오른다. 지금의 나는 나 자신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게 되기도 한다. 시란, 글이란, 써 내려간 사람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많은 영감과 감동과 가르침과 위로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