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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서출판 야자수 Oct 05. 2024

사실을 있는 그대로

산 코끼리와 죽은 코끼리

벽돌을 쌓아갈 때는 방향이 중요하다. 어떤 모양을 만들려고 쌓는가? 그 답을 알지 못해도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기'쪽으로 나아가면 나에게도, 남에게도 좋은 무언가가 되지 않을까?



같은 사실에 대해 의견이 갈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일단 사실은 다 같이 알아야 하지 않나? 특히 이해관계가 첨예한 문제를 결정해야 할 때는 말이다. 그러나 의견이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고 있자면, 서로 사실 자체를 다르게 보면서 그것을 죽어라고 고집한다. 첨예한 문제일 수록 더 그렇다.



이래서는 애초에 논의나 조정 자체가 어렵다. 의견이 다를 때는, 각자 원하는 길을 가거나, 꼭 정해야 하는 것은 절차와 기준에 따라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을 제대로 보지 않은 상태에서 결정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 결정은 이치에 어긋나고 사회 전체의 이익에 반할 가능성이 커진다. 사람들은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사회는 분열될 것이다.



‘사실’과 ‘진실’은 다른 말일까? 국어사전에 ‘사실’은 '실제로 있었던 일', ‘진실’은 '거짓이 없는 사실'이라고 나온다. ‘실제로 있었던 일’에서 ‘거짓을 없애야’ 진실이 된다는 건가? 이상하게 들리지만, 바로 코끼리의 코가 코끼리의 일부이되 그것을 코끼리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순간 오산이 되는 당연한 원리이다.  



살아있는 코끼리는 코, 귀, 다리, 몸통을 세부적으로 연구할 때도 코끼리 전체를 다. 어떤 '부분'이든 그것이 속한 '전체'와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시공간의 제약, 능력의 한계, 기존의 경험치, 입장에 따른 이해관계로 인해 사실 전체를 한번에 보기가 늘 어렵다. 더구나 남이 말한 것들로부터 정보를 얻는데, 사람들이 꼭 사실을 말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그래서 사실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사실이 아니고, 이번에는 정말 사실인 줄 알았는데 또 사실이 아닌, 사실의 '발굴'이 계속된다.


'사실'을 대할 때 이 점을 잊지 말자고 '진실'이라는 단어를 따로 만들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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