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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장 직쏘의 고민

Jigsaw's Dilemma

by 도서출판 야자수

직쏘는 눈을 감았다.

그 감은 눈이 사람들에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직쏘는 다단계 피해자들을 비웃었던 자신을 생각했다.


'테스!

술집 남자들의 치근덕거림을 피하려다가 강간범의 마차를 타는 결과가 되었지.

앗… 나는 강제로 당한 것도 아니잖아.'


그에게 투자를 강요한 사람은 없었다.


'저 사람들의 말이 맡다. 내가 내 돈을 불리기 위한 선택을 했듯, 저 사람들도 자기 이익에 충실했을 뿐이다.

나한테 저 사람들을 욕할 자격이 있을까?

저 사람들을 다 죽인다고 시스템이 바뀔까?

어차피 대중이 바뀌지를 않는데?'


이것이 자본주의 생태계의 현실이었다.

개인들에게는 로켓에 올라타는 것만이 유일한 가능성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가 그 로켓을 거부하는 정도이겠지.

맞아, 제일 나쁜 건 나였어.

저 사람들은 풀어주는 것이 맞아.'


이렇게 생각하자 웬지 마음이 차분해졌다.


'나는 자연으로 돌아가야지.

작은 오두막을 짓고 텃밭을 가꾸는거야.

저녁이 되면 마당의 작은 그루터기에 앉아 노을을 봐야지.'


직쏘의 마음은 이미 아름다운 산속에 있었다.


'잠깐만, 그런데 왜 저 건너편 산꼭대기에 만년설이 있을까?

우리나라에 만년설이 있는 산이 있나?

아~ 이건 내 상상이니까.

참 생생하구나~평화로와~'


직쏘는 눈이 떠질까 힘을 꼭 주며 만년설을 응시했다.

그것은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녹아내린 눈은 산 중턱의 움푹 패인 지형에 모여서 군데군데 작은 청록색 호수를 이루었다. 그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런데 호수가 점점 커지고 있다.

어느새 만년설이 거의 녹아 엎어졌다.

호수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산사태가 일어난다.


'죽는다!

모두들 피해!'


직쏘는 소리를 치려고 했지만 가위에 눌린 것처럼 목소리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모든 것이 쓸려 내려간다.

밭도, 집도. 사람들도.

비명소리와 울음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직쏘도 도망가려 했지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사실 뛰는 것은 이미 의미가 없어 보였다.

곧 그는 물살에 휩쓸렸다.

상상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차갑거나 숨이 막히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절망감은 생생했다.


'내가 이 속에 사는 이상 피해지는 것이 아니구나.'


그는 주의를 둘어보았다.

그 사람들은 거기에 없었다.

그들은 이미 보트 위에 있거나 헬리콥터를 타고 있었으며 안락해보였다.


'같은 입장이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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