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내는 것"과 종종 혹은 자주, 사실은 매일. 손을 놓고 싶어진다. 실제로 놓을 구체적인 생각과 용기는 이젠 없지만.
매일 눈을 뜨는 것이 지겹게도 고역이다. 마음의 병들이 "어림"이라는 자체 강화효과 마저 잃으며 드디어 몸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을 때에도 금방 이러다 말겠지 했지만 착각이었다. 티 나지도 않는 병과 병명도 없는 통증 때문에 사회에서 아쉬운 소리를 할 때는 민망하기만 할 뿐이다. 진짜 그런 것 마저 인생에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이 살아내는 데 쓸데없이 더 힘을 쓰게 만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 의지 같은, 내 의지는 아닌 무언가의 힘에 의해 그저 무념으로라도 흘려보낸 시간 덕분에 나는 지금도 살아 있다. 갓생 살기는커녕 일일-일시-일분-일초 살기도 거대한 도전이다.
"어릴 적이라도 갓생을 살았다면 지금은 좀 덜 괴로웠겠지"도 불가능 한 시절을 더 이상 되새김질 할 기력조차 없어졌음에 감사하다. 베개에 머리를 대고 원래도 비워진 뇌를 더 비워야 겨우 잠들 수 있는 것을. 그런 과거를 생각하는 것은 사치다.
잘하는 것, 잘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 좋아하고 싶은 것, 것, 것 있었던가. 잊었던가.
저런 상태의 내가 브런치에 도전한 것 자체가 내 인생에 생긴 "별일"인 것 같다. 별도 바라보지 않았던 내게 갑자기 떨어진 유성 조각. 별이 땅으로 떨어질 땐 빛을 잃지만 내게 떨어진 브런치라는 유성 조각은 유리구슬처럼 빛이 난다. 구슬치기도 못하면서 유리구슬 모으는 건 왜 그렇게 재미있던지, 동그랗고 알록달록 한 유리구슬은 찹찹하고 반들반들한 촉감까지 완벽하게 나를 들뜨게 했다.
도전에 성공한 이후에도 여전히 삶이 기껍게 느껴지진 않지만, 이전 보단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어 빛이 흩어지는 방향을 살피게 된다. 어디선가 또르륵 빛과 함께 유리구슬 같은 유성이 또 떨어질까 설레어서.
올해 하반기에 처음 브런치스토리의 존재를 알았던 나는 브런치스토리가 10주년이나 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브런치와 함께 이룬 꿈, 이루고 싶은 꿈.
브런치"작가"로서 이룬 것은 없지만,
브런치에 글을 올릴 수 있게 된 사람이 되어
"살아내는 것"에 의미를 하나쯤은 부여할 수 있게 된 것을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알록달록한 구슬 같은 감정들을 글로 차곡차곡 모으는 것이 정말 재미있다.
글쓴이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음, 작가가 되는 망상은 끝도 없지만, 지금은 그저 내가 올리는 글들이 라이킷 30개 이상씩은 받을 수 있게 되길 간절히 바란다. 일면식도 없는 분들께만 받은 라이킷이 처음 10개를 넘었을 때의 짜릿함을 잊을 수 없는데, 욕심이 끝도 없구나!
브런치스토리 참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