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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리 Jan 12. 2022

연애로 위안하지 말라

이전보다 더한 목마름

인간은 누구나 외롭다. 정신없이 무언가에 홀려 있거나, 소란한 일상에 휩쓸린 채 그것을 잊고 있을 뿐. 그 누구나 외로움을 가슴 밑바닥에 품은 채 살아간다.

우울한 감정은 자석처럼 외로움을 소환한다. 누군가의 다정 다감한 위로와, 맹목적으로 바라봐주는 따듯한 시선 그리고 털~ 석하고 기대고 싶은 아늑한 어깨가 사무치게 간절해지는 것이다.

그렇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만큼 인간의 일만 가지 복잡한 감정을 순식간에 환희로 바꿀 수 있는 그것이 또 있었던가? 그것은 달콤하고 설레며, 애틋하고도 열정적이며, 따듯하고 벅차다.   




그래서 영~~ 차! 하고 소개팅을 미친 듯이 하기 시작한다.

마치 몇 날 며칠 굶은 암사자가 사냥감을 찾아 나서는 것마냥, 이 처절한 외로움을 한방에 불식시켜줄 그분을 찾아 헤매기 시작한다.

그러나 부푼 기대와 각오와는 달리 현실은 녹녹하지않다. 일단 그렇게 상대의 이야기를 자상하고 여유롭게 들어주면서,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다, 푸근하고 넉넉하게 무조건적으로 감싸주는 꿈에도 그리던 그런 상대는 거의 없다..... 아니 없다!


없는 이유는 이러하다.

일단 누구나 직감이란 게 있는 것이다. 내 필요를 채우기 위한, 설사 그것이 감정적인 갈증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목마름을 채우기 위해 누군가를 물색하는 것을 상대방 또한 본능적으로 인지하게 된다.

'빨리 이 외로움에서 탈출하고 싶어~ 네가 나를 구해줄 수 있겠니?'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받게 된 상대방은 최대한 빨리 도망가고 싶어질 것이다. 사랑이 무슨 자원봉사도 아니고, 누가 이런 메시지에 응답하고 싶겠는가.

조급함과 갈증으로 누군가를 찾아 나선다면, 내가 가진 매력이 상대에게 어필되기는 쉽지 않다.


이런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우울이 불러오는 외로움을 연애로 위안받지 말아야 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목마름을 해소하기 위해 바닷물을 마시겠는가?

누군가와 연애를 한다는 것은 평상시보다 몇 배의 감정적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행운처럼 서로 첫눈에 반한 상대를 만난다면 그 시작은 달콤하다. 그러나 누구나 아는 것처럼 그 상태가 계속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미묘한 밀땅이 오고 가고, 약간의 서운함과 실망이 스쳐 갈 때쯤부터 멘탈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감정은 널을 뛰게 되고 일상에 모든 에너지는 연애로만 집중되어 삶의 균형은 망가져버린다. 마음의 첫 단추가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시작된 연애는 짧게 끝나버릴 확률이 높고, 가뜩이나 무너져 있는 마음에 쉽게 아물지 않는 상흔을 남기기도 한다. 그것은 마시면 마실수록 끝도 없이 목마름을 일으키는 바닷물 같은 것이다.  


나를 위한 사랑 같은 것은 없다

사랑은 둘 다 행복해야 한다. 그것은 절대 일방적일 수 없으며, 서로의 감정의 균형과 조화가 맞아떨어질 때 서로가 만족스러운 상태로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 마음의 구멍을 채우기 위해 상대방을 그 구멍에 밀어 넣는다면, 상대는 내 감정의 만족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상대방이 내 맘 같지 않을 때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 줄 때, 그 상황을 인정하고 지켜봐 줄 수 없다면 그것은 지극히 내 만족을 위한 사랑이다. 사실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조차 적절하지 않다. '사랑'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이라고 한다.


분별력 없는 눈 

소개팅을 나갔는데, 첫 만남의 자리에 술에 취한 채로 상대가 나타났다. 정말 누가 봐도 황당하고 기가 막힌 상황. 처음엔 이런 이상한 사람이 다 있나 싶다가도 '혹시 무슨 말 못 할 괴로운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오죽하면 소개팅을 나오면서 술을 마셨을까?'라며 도에 넘는 이해심을 발휘한다. 상식적으로 딱 잘라서 그냥 매너가 똥인 것인데 그것을 헷갈려한다. 또는 밝고 긍정적인 상대를 보며 '분위기가 없네... 너무 가벼워... 매력적이지 않아!'라며 그날의 자신의 감정 상태에 맞춰 상대를 쉽게 단정해 버리는 실수를 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마음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는 좋은 사람을 보는 분별력을 가지기는 쉽지 않다.


회복에 필요한 시간이 길어진다  

우울증으로 많이 힘들 때 누군가가 그런 말을 해주셨다. '당신은 지금 교통사고 환자와 비슷한 상황이예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죠? 맞아요. 부러진 뼈가 붙고, 상처에 새살이 올라올 때까지 무리하면 안 돼요' 그렇다.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 특별히 마음에 더 스크래치가 나지 않도록 상처로 범벅된 마음애 새살이 돋고 단단해질 동안은 지루하고 답답할지라도 가급적 평온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연애는 잠깐 짜릿한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지만 내 마음이 온전하지 않은 상태로 시작된 그것은, 또 다른 상처들을 남기기 쉽다. 겨우 아물어 가는 상처에 또 다른 상처를 만들어 회복이 더 길어질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열거한 우울이 불러온 외로움으로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고군분투한 시행착오는 모두 나의 이야기다. 그때 나는 내가 꿈꾸는 정말 괜찮은 사람을 만난다면 모든 것이 단숨에 해결될 것 같았다.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결코 그것은 현명한 생각이 아니었다. 시간을 되돌린다면 나는 그렇게 시간과 감정을 허비하지 않을 것이다.    




사랑만큼 한 인간을 성숙하고 아름답게 완성시킬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사랑하는 이를 알아가는 것은 그 어떤 여행보다 신비롭고,  사랑하는 이와 함께 삶을 동행하는 것은 그 어떤 수행보다 자발적 희생의 기쁨을 배우게 된다.

그래서 나는 당신의 마음이 강건하여 당신의 매력이 '반짝반짝' 빛이 날 때, 충분히 누군가를 여유롭게 받아들이고 기다려 줄 수 있는 마음에 넉넉함을 소유한 시점에 연애를 시작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래야만 당신이 기대하는 사랑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준비가 비로소 된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오로지 당신 자신의 내면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그 세밀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스스로 온전히 회복되기까지 묵묵하게 시간을 보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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