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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리 Feb 27. 2022

우울한가? 아지트를 찾아라

힘들 때 찾아가는 그곳

'삐걱덕~'하는 오래된 나무 문의 투박하고 빛바랜 소리와 동시에, 밀도 높은 갈색 커피 향이 코안으로 밀려든다. 아침시간이라 사람이 거의 없다. 차가운듯하나 든든한 대리석 테이블과 역시나 세월감이 있는 나무의자는 언발란스 하지만 묘하게도 궁합을 맞추며 안정감을 준다.  


물을 따라먹을 수 있는 레몬이 들어가 있는 커다란 유리병은 얼음으로 물방이 송골송골 맺쳐있고, 나이프와 포크/수저가 차분하게 정렬되어 있다. 원색의 과일들이 나무 상자에 소복하게 진열되어 있다. 그저 스치는 가게 안 풍경만으로도 기분 좋은 자극이 된다.

 

작은 공간을 풍성하게 휘감는 음악을 들으며, 따듯하고 바삭한 파니니와 달콤 고소 단호박 수프, 그와 함께 진한 커피 한 모금의 조화란...


피곤한 아침에 이보다 더 온화하게 영육을 달래줄만한 게 있을까!

머릿속을 복잡하게 했던 생각의 실타래와 흐릿한 마음의 컨디션이 기억조차 없이 물러난다.


누구에게나 나만의 결이 맞는 장소가 있다


그곳에 가면 이유 없이 힐링이 되고, 마음이 말캉해지는 곳

혼자 있어도 전혀 외롭지 않을 뿐더러 생각도 마음도 풍성해지는 곳

오감이 모두 기분 좋은 자극을 받게 되는 곳


기분 좋은 자극은 발상을 전환시키고, 에너지를 충전시켜 준다.


나에게 그곳은 회사 옆 조그마한 카페였다.

너덜너덜한 마음을 감싸주고, 소박한 위로와 신선한 에너지를 동시에 공급받을 수 있는 곳


많은 말이 때로는 위로가 아닌 상처가 됨에 지쳐 있을 때, 장소란 그 어떤 말을 하지 않고도 그만의 온기로 포근히 감싸준다. 사실 우리는 옳고 그른 정답이 필요한 게 아니다. 단지 정처 없는 마음을 얹어 둘 곳, 내 영혼이 자유롭게 기지개 켤 수 있는 곳이 필요한 것 아니던가...

어차피 내 안에 물음표와 감정의 소용돌이는 스스로 찾아야 하고, 가닥을 잡아야 하는 것이다.


 여행의 묘미란 새로운 환경에 놓임으로써 묶여있던 고정관념과 생각에 프레임을 전환시키고, 스스로 더 넓고 깊게 사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생각과 마음은 생경한 여행지에서 만큼은 시공간을 넘나들며 오랜만에 자유롭다.

그런데 멀리 떠나지 않아도 어떤 특정한 장소를 통해서 여행의 자유로움과 흡사한 기쁨을 누릴 수가 있다.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 나만의 '아지트'를 꿈꾸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별이 보이고 추억의 상자가 숨겨져 있는 다락방에서 혼자만의 무한 상상의 세계에 빠져 보고 싶기도 했고, 좁은 텐트 속에서 묘한 아늑함과 설렘을 느끼기도 했다.

어쩌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생활공간이 아닌 안전하지만 이색적인 나만의 '아지트'를 언제나 갈망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게 어쩌다 발견한 '아지트'는 지루하고 우울한 일상에서 새로운 호흡을 불어넣어주고, 짧은 시간이지만 전혀 다른 공간에 와 있는 듯한 착각과 함께 여행에서나 느낄 수 있는 신선한 자극을 경험하게 한다.


길을 걷다가 문득 마음이 가는 카페나 식당, 또는 미술관  어떤 곳도 상관이 없다. 당신에게 휴식과 함께 충만한 자유를 느끼게   만한 곳을 찾아보기를 바란다. 마치  만남의 설렘처럼 애쓰지 않아도 당신은 단번에 '바로 이곳이야' 하고 당신만의 ‘아지트’를 알아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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