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부로언치

26章.미술랑가이도味述郞可而導

부로언치浮路言致

by 진우


곽 하오. 조선 중종 때의 학자(1492~1547).
성은 곽郭, 이름은 하오河午, 자字는 다음多音, 호號는 가독加讀, 본관은 제주濟州. 세간世間에 떠도는 말들을 모아 ‘부로언치浮路言致’를 집필하였다. 그리고 ‘매거진每去盡’, ‘부론치북不論治北’ 등을 저술하였으나 왜란倭亂 때 모두 소실燒失되었고, 그중 일부一部만이 구전口傳의 형태形態로 오늘에 이른다.


P7luEGDyTBgXGqjdUsJ9at4gdyE.jpg 가독 곽 하오 대감 (1492~1547)


중종 7年 4月, 대감이 전북全北 전주全州를 지날 때의 화話이다. 정오正午가 되자 대감께서 허기虛飢를 느끼시어 수행隨行하던 동자童子에게 이르시길, “중찬中贊을 식食하고자 하니 너는 속히 적합適合한 주막酒幕을 찾으라.” 하시었다. 이에 동자童子 서둘러 마을로 출발出發하였으나 일절一切 무소식無消息이라, 결국 두 식경食頃이 지난 후後에야 겨우 돌아오는 것이었다.


대감께서 이를 괴이怪異히 여겨 동자童子에게 물으시길, “너는 어이하여 시각時刻을 지체遲滯하였는고. 연유緣由를 소상히 고告하라.” 하시니 동자童子, 엎드려 가로되, “소인, 죽을죄를 지었나이다. 대감의 명命을 받들어 저잣거리의 주막酒幕 중 제일미가第一味家를 전심전력全心全力 수소문搜所聞하였나이다. 허나, 십인십가十人十家요 백인백가百人百家인지라 어느 곳이 으뜸인지 알지 못하였나이다. 장사하는 이들마다 자신自身이 최고미가最高味家라 하니 이 또한 절대 신뢰信賴할 수 없었나이다.” 하였다.


대감이 한양漢陽으로 돌아와 이때의 화話를 회상回想하시매, 주모酒母와 바람잡이들의 세치 혀에 기만欺瞞 당하지 않도록 미가분별味家分別에 대한 객관적客觀的인 정보情報가 필요必要함을 느끼시었다. 이에 대감께서 팔인八人의 식미감별사食味鑑別師를 선정選定, 팔도八道로 파견派遣하시니 그들이 곧 미술랑이었다.


미술랑味述郞

맛에 대해 말하는 사내

(味 : 맛 미 述 : 말할 술 郞 : 사내 랑)


미술랑味述郞은 암행暗行이 기본基本이오 기밀유지機密維持가 의무義務인지라, 주모酒母 중 그들의 왕래往來를 아는 이 없고, 패거리 중 그들의 행색行色을 본 자者 없더라. 오직 부지불식不知不識간에 연통蓮筒으로 감상鑑賞을 전하되, 미가味家로 인정認定받은 주막酒幕은 맛의 별천지別天地라 하여 주막酒幕 입구入口에 별 모양의 징표徵標를 부착付着하는 것이 관례慣例가 되었다.


또한 팔도八道를 유람遊覽하는 방랑식객放浪食客을 돕고자 미술랑味述郞이 채집採集한 정보情報를 한데 모아 책冊으로 발간發刊하니 그것을 가리켜 미술랑가이도라고 하였다.


미술랑가이도味述郞可而導

미술랑이 방문해도 좋다고 인도하다

(導 : 인도할 도)


허나 원래 취지趣旨와는 달리 시간時間이 경과經過함에 따라, 일부一部 미술랑味述郞이 불법적不法的으로 뇌물賂物을 수수授受하여 거짓으로 별을 남발濫發하는 사례事例가 발견發見되고, 미술랑가이도味述郞可而導에 등재登載된 주막酒幕의 음식飮食이 일반백성一般百姓에게는 지나치게 고가高價라는 불평不評 또한 도출導出되었다.


이에 대감께서 주막酒幕 추천제도推薦制度를 개선改善하여 정리整理하시니 그것을 가리켜 생생정보통生生情報通이라 하였다. 그러나 불명不明의 사유事由로 인하여 생생정보통生生情報通이 추천한 맛집을 신뢰信賴하는 백성百姓은 조선팔도朝鮮八道에 아무도 없게 되었다 하더라.




이때 스승이 제자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미술랑가이도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느냐?” 제자 빈대賓對 앞으로 나아가 예禮를 갖추어 말하되, “소인, 권반천국卷饭天國을 애용하옵니다. 비록 별은 하나도 없으나 진정 천국과 같은 맛이 즐비하옵나이다.” 하였다. 이에 스승이 탄복하여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과연 네 말이 진정 옳다. 별을 먹는 것도 아닌데 두 개면 어떻고 세 개면 어떠하리. 그저 맛있고 가격 또한 저렴하다면 그것이 최고이니라.”


임지호선생님.jpg


영원한 방랑식객 故 임지호 선생님(1956 ~ 2021.6.12)
영면永眠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고이 잠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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