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숨이 끊어지다

#8. 새로운 비극 (4)

by 진우


며칠 후 루핑 집 작은 마당에 커다란 굿판이 차려졌다.


오방색 깃발이 달린 대나무가 서고, 멍석 옆으로는 북과 꽹과리, 징을 챙겨 든 굿쟁이들이 옷자락을 펄럭이며 자리를 잡았다. 둘러쳐진 병풍 앞으로 상이 차려졌고, 시퍼렇게 날이 선 두줄 작두가 하늘을 향해 놓였다. 그리고 아들은 작두와 굿상 사이에 마치 제물처럼 놓였다. 이제는 울 힘조차 없어 보이는 아들이 그나마 남은 숨을 어렵사리 토해내고 있었다.


“워따, 니미랄. 장군님. 우리 아가 좀 지발 좀 살려주쇼잉. 한나를 이미 델꼬 갔으면 됐잖소. 욕심도 참 많으시요. 머들라꼬 또 하나 저 아까븐 생명, 또 델꼬 갈라고 그라시요, 참말로 너무허시요잉! 에이 몹쓸 장군님아!”


만종 형님이 끝내 욕을 뱉었다. 주인집 어머니와 아내, 혜자, 용길 형님 그리고 동네 할머니 몇몇은 구경 온 동네 사람들 앞에 서서 두 손을 부지런히 비비며 뭐라고 중얼거렸다. 나는 그 꼴이 보기 싫어 소주병을 들고 용길 형님의 문간방 구석으로 숨어들었다.


무당의 굿이 시작되었다. 굿소리에 맞춰 징이 울고 북이 터졌다. 징징징 둥둥둥. 문틈으로 살며시 내다보았다. 신기했다. 칼춤을 추던 무당이 작두 위에 올라서면 아들의 숨이 부드러워졌고, 작두에서 내려오기만 하면 또다시 숨이 꺼져갔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보기 싫었다. 눈 뜨고 볼 수 없었다. 소주를 병째 들이켜고 이불을 덮어썼다. 그러면 그럴수록 징 소리가 내 귀를, 북소리가 내 심장을 후벼 팠다. 이를 악물었다. 이미 저 세상으로 떠나보낸 아들의 얼굴이 무섭게 다가왔다. 둥둥둥 징징징 쾡쾡쾡. 귀를 틀어막았다.




시끌벅적하던 바깥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소리마저 잦아들었다. 대신 아내의 통곡 소리가 마당을 갈랐다. 아이고, 아이고, 아가. 아이고. 나는 놀라서 이불을 패대기치고 마당으로 뛰쳐나갔다.


무당과 굿 패거리가 사물四物을 챙기고 있었다. 굿이 끝난 것 같았다. 하지만 끝내기엔 너무 빠른 시간이었다. 취기가 오른 얼굴로 나는 무당의 소맷귀를 잡았다.


“할매요, 굿 끝났습니꺼?”


무당이 냉정하게 내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낮게 내깔았다.


“얼라가 죽었는데 굿은 더해서 머하노!”


아들의 숨이 끊어졌다.


20170423_113145.jpg 운명이란 어디서 시작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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