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부로언치

6章.애래이취愛來而取

부로언치浮路言致

by 진우


곽 하오. 조선 중종 때의 학자(1492~1547).
성은 곽郭, 이름은 하오河午, 자字는 다음多音, 호號는 가독加讀, 본관은 제주濟州. 세간世間에 떠도는 말들을 모아 ‘부로언치浮路言致’를 집필하였다. 그리고 ‘매거진每去盡’, ‘부론치북不論治北’ 등을 저술하였으나 왜란倭亂 때 모두 소실燒失되었고, 그중 일부一部만이 구전口傳의 형태形態로 오늘에 이른다.


uSEZDfP8-7MRKJOJw5flccOTmTI.jpg 가독 곽 하오 대감 (1492~1547)


중종 20年 八月, 한양漢陽에 큰 비가 래來하여 천지天地가 수해水海로 변變하였다. 도성都城이 침수侵水되고 옥토沃土가 망실亡失되니 수재민水災民 또한 기천幾千이 되는지라. 또한 전염병傳染病인 고로나苦勞那마저 창궐猖獗하자 백성들의 곤궁困窮함이 궁극窮極에 이르렀다.


임금께서 이를 긍휼矜恤히 여기시어 하명下命하시기를, “내수사內需司는 즉시 왕실王室 토지土地를 개간開刊하되, 거처居處를 실失한 백성들을 신속히 이주移住토록 하라. 또한 그 토지는 새로운 싹이 뿌려진다는 뜻으로 아파토芽播土라 칭稱하노라.” 하시었다. 이에 내수사內需司, 어명御命을 좇아 즉시 아파토 개간을 개시開始하였다.


중종 21年 三月, 사헌부司憲府에 급거急遽 상소上訴가 당도當到하니, 내수사 관리官吏들이 전년前年 수재 직후直後, 작당作黨하여 아파토를 대거大擧 사전취득事前取得하였음이 발각發覺되었다. 이에 임금께서 대로大怒하시어 의금부義禁府에 명命하되 연루連累된 자者들을 모두 취取하라 하시었다.


포박捕縛되어 압송押送된 자들의 면면面面을 관觀하니, 내수사 정 5품 차명車冥 대감과 그에 연루된 자者 십인十人, 내수사 종 6품 조개기趙槪其 대감과 그에 연루된 자者 팔인八人, 도합都合 십팔인十八人이었다.


임금께서 친親히 의금부義禁府에 거去하시어 죄인 전前에 입立하여 이르시기를, “너희는 어찌하여 국록國祿의 은혜恩惠를 입은 자가 사욕私慾을 발發하였느뇨?”하시니 차명車冥 대감 곡哭하며 가로되, “전하, 억울抑鬱하나이다. 소신은 그저 평소平素 토지土地를 사랑하여 그저 취取한 것뿐이오이다.” 하니 형리刑吏의 인두가 그의 구강口腔을 취取하였다.


조개기趙槪其 대감 또한 통성痛聲으로 곡哭하며 가로되, “소신 또한 억울하나이다. 신臣이 어찌 수재水災를 예견豫見하였으며, 아파토芽播土 개간을 예상豫想하였겠나이까? 그저 토지土地를 사랑하여 미리 취取한 죄罪 밖에 없나이다.” 하니 형리刑吏의 채찍이 휴休하지 않음이었다.


임금께서 이에 후소嗅笑(코웃음)를 타打하시며 일갈一喝하시되, “실實로 철면鐵面이도다. 경卿들의 안전眼前에는 수재水災와 고로나苦勞那로 신음하는 백성들이 일절一切 부재不在하단 말인가? 이실직고以實直告하여 구차苟且한 생명生命이나마 구걸求乞함이 옳을진대, 어찌 토지를 사랑하여 그저 취하였다 궤변詭辯을 토吐하는가? 그대들은 정녕 애래이취愛來而取가 당연當然하다 왈曰하는 것인가?”


애래이취愛來而取

사랑하게 되어 그저 가지다


임금께서 사헌부에 어명御命을 하下하시되, 연루된 자들은 모두 파직罷職 하옥下獄하며, 사전취득事前取得한 아파토芽播土는 즉시 국가로 귀속歸屬하라 하시었다. 첨添하여 내수사로 하여금 새로운 아파토芽播土를 즉시 구求하여 백성을 보살핌에 일말一抹의 지연遲延이 없도록 명命하시었다.


이때 파직罷職당하고 삼족三足이 멸滅된 자, 기십幾十이 넘으므로 이 일을 가리켜 애래이취愛來而取의 난亂이라 하였다. 또한 후대後代에 이를 경계警戒하고자 이 난亂에 연루된 자들을 모두 탐색探索하여 기록記錄하니, 그것을 애래이취 개색기愛來而取 槪索記라고 하였다.




그때 스승이 제자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애래이취愛來而取의 난亂에 대對하여 어찌 생각하느냐?” 이에 제자 알박軋迫이 앞으로 나아가 가로되, “발본색원拔本塞源하여 전액환수全額還受하고 삼족거세三足去勢하여 재발방지再發防止함이 타당하겠으나, 순식간에 잊힐 것이니 그저 통탄痛歎할 따름이옵니다.” 이에 스승이 탄복하여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말이 정녕 옳다. 개선改善은 부질없는 기대期待로다. 처벌處罰은 유한有限하나 토지土地는 영원永遠한 법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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