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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우 May 11. 2021

부디 노파심이기를

정말 쓰기 싫은 글


나를 낳아준 엄마는 여자였다. 그리고 아버지는 남자였다. 나는 아내와 결혼했는데 다행히 여자였고, 아들을 낳았다 하여 확인해보니 남자였다. 군대 동기들은 빠짐없이 남자였고, 수녀님들은 모두 여자였다. 심지어 주위의 반려견이나 동물들도 수컷, 아니면 암컷이었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그 외의 성性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 세상에는 남자, 여자 내지는 남성, 여성 또는 수컷, 암컷, 두 개의 성 밖에 없기 때문이다. 원래 없었던 것은, 가공되지 않는 한, 이후에도 존재할 수 없다.

 

셋이 아닌 두 개의 성으로 이 세상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그 두 개의 성이 서로 반목하거나 질시하지 말고 서로 힘을 합해 도와가며 더욱 현명한 방법으로 이 세상을 아름답게 꾸미라는 조물주의 뜻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굳이 종교와 연결 짓지 않아도 되는 일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상식, 이른바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이기 때문이다.




광고에 사용된 특정한 손 모양이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모양이다. 


그것이 뉴스에 오르내리지 않았다면, 나는 그 손 모양의 의미를 절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그렇게 해석된다는, 아니 될 수도 있다는 것도 전혀 몰랐을 것이다. 선뜻 동감하기 어려운 해석이었으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했다. 


한 사람의 주장이 다른 한 사람의 공감을 얻으면 곧 세력이 되고, 그것은 나아가 정치가 된다. 정치가 된 세력은 힘을 가진다. 힘을 가진 세력, 즉 정치는 자신들의 힘을 바탕으로 기존의 질서는 물론, 심지어 사람들이 오랫동안 지켜온 상식조차 바꾸려고 한다. 그것에 반反하는 사람들은, 그저 적敵이 될 뿐이다.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나는 이제, 바닥에 떨어진 콩을 주우려고 할 때의 내 손 모양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정치 세력을 맞딱뜨리게 된 것이다. 아들의 키가 이만큼 더 자랐다고 말해주려 할 때, 나도 모르게 주위의 눈치를 살피게 만드는 세력과 공존하게 된 것이다. 앞으로 어쩌면 더 많은 의미, 더 많은 세력들이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들이 내 생각을 바꾸려고 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에 대처할 방법이, 나는 막연하다. 그것은 상식 밖이며 또한 내게 동조해줄 세력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 하면 그저 그런 줄 알아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래도, 내가 사랑하는 브런치가, 내게 많은 글 친구를 만나게 해 준 고마운 브런치가, 그런 구더기 때문에 애써 담근 장을 버리는 일만큼은 우선 막아야지 싶다.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끼워맞추고 우기는 것에 도가 튼 사람들이더라. 어쨌거나 브런치 대문 이미지(PC 버전)에 대한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 그저 노파심이기를 바랄 뿐이지만 말이다.


부디 노파심이기를, 제발 그런 것이기를.


* 노파심에서 벗어나게 되면, 이 글은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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