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을 읽는 100가지 방법

20. 셔레이드가 된 소설, 에마

by 제이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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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레이드(charade)는 18~19세기 영국에서 유행하던 일종의 말장난 수수께끼를 의미한다. 힌트를 주어 상대방이 알아맞추게 하는 게임이다. 글로 된 셔레이드는 재치, 풍자, 감정 표현의 도구로 쓰이기도 했는데, 오스틴 시대에는 사교적 오락으로 여성 독자들과 작가들 사이에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실제로 셔레이드가 소설 <에마> 텍스트 안에 직접 등장하기도 한다. 소설에 나온 셔레이드는 단어를 부분으로 나누어 각 파트를 수수께끼처럼 설명하고 나중에는 전체 단어를 맞히게 하는 퍼즐 형식의 게임이다. 프랭크 처칠은 에마에게 셔레이드 시를 써서 보낸다. 이 셔레이드의 답은 courtship(구애)인데, 누가 봐도 오해를 할 만하다. 에마 역시 이를 오해하여 프랭크가 자신에게 구애한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이는 프랭크 처칠과 제인 패어팩스의 비밀 관계를 숨기기 윈한 것이었다.


“My first displays the wealth and pomp of kings,

Lords of the earth! their luxury and ease.

Another view of man, my second brings,

Behold him there, the monarch of the seas!”

(Frank Churchill의 셔레이드 시)


그런데 소설 <에마>를 하나의 셔레이드로 읽을 수 있는데, 이유는 작품 전반에 은유, 말장나, 오해, 정체 숨기기가 반복적으로 나오고 인물들도 그 숨어 있는 의미를 알고자 노력하기 때문이다. 에마의 말, 프랭크의 셔레이드, 나이틀리 씨의 발언도 모두 중의적 의미와 암시로 가득 차 있다. 이들이 발언한 말은 표면상의 의미와 숨어 있는 뜻이 달라서 말장난을 집중해서 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이야기하기 놀이를 하는데, 놀이 중간에 에마는 미스 베이츠를 무시하는 말을 하게 된다.


"어머! 그거 잘됐네요!" 베이츠 양이 외쳤다. "그렇다고 나도 걱정할 건 없을테니 말이에요. '정말로 지리멸렬한 이야기 세가지'라면 딱 저를 위한 거니까요. 제가 입만 열면 곧바로 지리멸렬한 이야기 세 가지가 나올 게 분명하니까요. 안 그런가요? (더 없이 선량한 표정으로 둘러보며 모두의 동의를 구했다.) 그럴 거라고 다들 생각하지 않으세요?"

에마는 참을 수가 없었다. "아, 베이츠 양, 쉽지 않으실 거에요. 죄송합니다만, 이야기 수가 제한되어 있으니까요. 한번에 세가지밖에 할 수 없거든요."

베이츠 양은 그녀의 예의를 가장한 태도에 속아서 곧바로 그 말뜻을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러다 갑자기 깨닫고 난 후에도 화를 내진 못했다. 비록 살짝 붉어진 얼굴은 상첩다은 심정을 드러냈지만.(554)


이 상황을 지켜본 나이틀리는 나중에 에마의 무례함을 단호히 꾸짖는다. 에마가 미스 베이츠의 무지를 조롱하듯이 말했기 때문이다.


"에마, 이제껏 그랬지만 이번에도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군. 허락해줬다기보다는 참아준 거겠지만 이번에도 그 특권을 쓰지 않으면 안 되겠어. 당신의 잘못된 행태를 보고서 항의하지 않을 수가 없어서야. 도대체 어쩌자고 베이츠 양에게 그렇게 모질게 군 거지? 부인 같은 성격, 나이, 처지의 사람에게 어떻게 재담이랍시고 그런 무례를 저지를 수 있느냐고! 에마, 설마 당신이 그럴 수 있을 거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어."

돌이켜 생각해본 에마는 얼굴을 붉히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웃어넘기려고 했다. (560)


부분들을 조합하여 전체의 의미를 알아내는게 셔레이드임을 감안하면 에마가 다양한 인물의 행동과 말 속에서 숨어 있는 의미를 해석하려 하지만 자주 틀리는 것도 하나의 셔레이드라고 할 수 있다. 에마는 셔레이드에서 수수께끼를 푸는 사람이자, 때로는 타인에게 문제를 내는 사람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해리엇 스미스와 엘튼 씨를 짝지으려 하는 일은 그녀에게는 셔레이드를 내는 것이자, 셔레이드를 푸는 것이었다. 프랭크 처칠과 제인 패어팩스의 관계를 수시로 잘못 읽고 자기 나름대로 퍼즐을 맞추지만 계속 틀린다. 에마는 자신의 마음속 감정과 진실로 셔레이드처럼 감춰져 있음을 나중에 깨닫게 되는데, 나이틀리씨에 대한 감정은 이 모든 일을 겪고야 비로소 그 진실(마음의 목소리)을 알게 된 것이다.


에마의 셔레이드는 자주 오답을 냈지만, 농부 마틴에 대한 해리엇 스미스의 셔레이드는 오답률이 낮았다. 시골 농부 마틴을 좋아하는 해리엇에게 에마는 마틴의 신분이 낮다는 이유로 어울리지 않는 결혼 상대자라고 하면서 해리엇을 나무란다. 해리엇에게는 엘튼이 어울리다고 생각하면서 그를 해리엇과 맺어주기 위해 애를 쓴다. 나이틀리는 에마가 이런 일을 만들어 가는 것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한다. 나이틀리가 보기에는 해리엇에게 엘튼은 과분한 상대이고, 마틴도 어떻게 보면 감지덕지한 상대라고 하면서 말이다. 결국, 마틴이 보내는 언행들을 잘 맞춘 해리엇은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마틴임을 확신하게 되고 그와의 사랑을 이루게 된다.


진실을 은폐하고 독자가 추리하도록 유도한 구성도 하나의 셔레이드라고 할 수 있다. 제인 패어팩스와 프랭크 처칠의 약혼은 끝까지 숨겨지고 거의 끝에 가야 드러나는데, 그때까지 독자들은 몰입하여 퍼즐을 푸는 느낌을 받게 된다. 진실은 마지막에 밝혀지게 했으니 그때 독자들은 셔레이드의 정답을 맞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누구든지 소설 읽는 내내 몇 개의 퍼즐을 푸는 마음으로, 흥미진진하게 답을 찾는 게임에 참여하는 플레이어처럼 글을 읽게 될 것이다.


<에마>를 읽는 동안 제인 오스틴이 정말 뛰어난 작가라고 느꼈던 점은 소설 전체를 하나의 셔레이드로 만들어서 인간 내면의 본질과 인간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수수께끼 푸는 것이 쉽지 않은 것처럼, 상대방의 본질과 인간성을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으니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부단히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를 전하고 있다. 제인 오스틴 소설을 한마디로 이야기 하자면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귀족사회의 신분제에 가려 보이지 않던(혹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인간의 내면과 본질을 궤뚫고자 했던 제인 오스틴의 노력이 소설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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